카카오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됐다. 검찰의 칼끝이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을 향하면서다. '예상된 악재'였지만 김 위원장의 '기소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카카오는 당혹스런 모습이다. AI(인공지능) 사업에 힘을 주며 분위기 반전을 노렸던 카카오로서는 계속되는 사법리스크가 뼈 아픈 상황이다.
김범수로 향하는 검찰의 칼 끝
카카오의 주가 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칼 끝이 향하는 곳은 김범수 위원장이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는 지난 9일 김 위원장을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이 김 위원장을 불러 대면 조사를 한 것은 처음이다.카카오는 지난해 2월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 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 매수가인 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할 목적으로 시세조종을 벌인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위원장의 지시 또는 승인이 있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공모하지 않았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김 위원장의 최측근인 황태선 카카오 CA협의체 총괄 대표도 불러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이미 같은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됐다가 3월 보석으로 풀려나 서울 남부지법에서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쇄신 작업도·AI 서비스 개발도 한창인데…
금감원의 공개 수사 이후 경영 쇄신 작업에 속도를 내던 카카오는 다시 한 번 당혹스런 분위기가 감지된다. '문어발식 경영'으로 비판 받아온 카카오는 지난해 5월 기준 147개였던 국내 계열사를 6월 말 기준 125개까지 줄이며 경영 효율화 작업에 힘을 쏟고 있었다. 준법·윤리경영 지원 외부기구인 '준법과신뢰위원회(준신위)를 띄우며 쇄신에 박차를 가하기도 했다.특히 AI 산업에서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관련 조직을 재편했다. 지난달 신설한 조직 '카나나'를 중심으로 AI 모델 및 서비스 개발에 착수했다. 카카오는 카나나를 대표 직속조직으로 두고 AI 기술을 카카오 서비스와 결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카카오는 지난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sLLM(경량언어모델)에서 LLM(거대언어모델)까지 생성형 AI 모델을 모두 확보한 만큼, 카카오 서비스의 실제 수요가 있는 방향으로 언어모델 R&D(연구개발)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자체 LLM(거대언어모델) 개발 경쟁에서 한 발 물러나 애플처럼 AI 모델 개발 대신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한국형 언어모델인 'KoGPT(코지피티) 2.0'을 공개하기로 했으나 무산됐다. AI 개발이 늦어지자 정 대표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말로만 하면 공허하고 연내 카카오에 맞는 AI 서비스를 발표하겠다"고 했다. AI 사업에 힘을 주면서 분위기 반전을 꾀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사법리스크로 인해 카카오가 AI사업에 몰두하기 어려운 환경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카카오를 둘러싼 사법리스크가 한 건이 아니라는 점도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검찰은 주가조작 의혹 이외에도 카카오 엔터테인먼트의 드라마 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 카카오 모빌리티의 콜 몰아주기 의혹, 카카오의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 관계사 임원들의 횡령·배임 등 의혹 등을 추가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 사건의 수사 속도와 진행 방향에 따라 카카오 사업의 상당수가 차질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인다.
관건은 카카오가 사법리스크를 넘을 만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지 여부다. 이준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결국 본업 성장과 AI 서비스의 가능성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 주가의 열쇠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면서 "카카오톡은 생성형 AI 시대에도 경쟁력이 유효할 수 있다. AI 서비스를 구체화 한 로드맵 제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도 "AI 신설 조직 카나나를 신설해 비용 효율적인 서비스형 AI를 연내 카카오에 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하는지 여부가 주가 향방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