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상사의 도를 넘는 괴롭힘에 시달리다 생을 마감한 고(故) 전영진씨(당시 25세) 사건에 대한 소송이 진행 중인 가운데 회사 대표는 해당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책임을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영진씨의 형 영호씨에 따르면 유족 측은 가해자 A(41)씨와 회사 대표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B씨는 재판부에 보낸 답변서에 "영진씨와 A씨 사이에서 일어난 일로, 회사에서는 이를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적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영호씨는 "5명도 안 되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직장 내 괴롭힘이 있었다는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며 "회사 직원은 물론, 사장의 가족들도 영진이가 괴롭힘을 당해왔다는 사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춘천지법 강릉지원 형사1부(권상표 부장판사)는 A씨의 협박, 폭행, 정보통신망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 2번째 공판이 열렸다.
이날 재판부는 지난 첫 번째 공판에서 "피해자는 예전에도 실종신고가 된 적 있고, 극단적 선택을 시도한 적이 있다"며 A씨 측이 요청한 사실조회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성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거부했고, A씨 측이 추가의견서 제출 의사를 밝히면서 오는 8월 13일 공판에서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앞서 속초지역 자동차 부품업체에 근무하던 A씨는 지난해 3월 사무실 앞마당에서 직장 후배인 영진 씨가 평소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화를 내며 주먹으로 머리를 때리는 등 같은 해 5월까지 4차례에 걸쳐 B씨를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직장 상사로서 피해자를 여러 차례 폭행하고 폭언, 협박을 반복했다. 피해자는 거의 매일 시달렸고,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이 사건은 직장 내 괴롭힘 내지 직장 내 갑질의 극단적인 사례를 보여준다"며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에서 구속했다.
영진씨가 다녔던 회사는 직원이 5명도 채 되지 않는 작은 회사로 그에게는 첫 직장이었고, A씨는 첫 직장 상사였다. 첫 직장에서 도를 넘는 괴롭힘을 견디다 못한 영진 씨는 지난해 5월 23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