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충일에 아파트 외벽에 '욱일기'가 내걸려 홍역을 치른 부산에서 일제 상징물 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의 조례가 발의됐다.
11일 부산시의회에 따르면, 행정문화위원회 송상조(서구1·국민의힘) 위원장은 '부산광역시 일제 상징물의 사용 제한에 관한 조례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조례안은 욱일기 등 일본 제국주의 상징물의 공공사용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부산시나 시의회, 공사·공단 등 기관에서 일제 상징물을 게시하거나 소지하면 철거와 퇴장 등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 일제 상징물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기 위한 '일제상징물심의위원회'를 설치하고, 시장에게 일제 상징물 공공사용 제한을 위한 교육과 문화행사, 캠페인 등을 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해당 조례안이 발의된 계기는 지난달 부산에서 불거진 '현충일 욱일기' 논란이다. 지난달 6일 부산 수영구 한 고층아파트에서 한 주민이 일제 군기(軍旗)이자 현재도 일본 자위대기로 사용하는 욱일기를 내걸어 큰 공분을 샀다. 욱일기를 내건 주민은 구청과 빚어온 갈등을 공론화하려는 목적이었다고 해명했으나, 비판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다.
다만 이 조례안 내용만으로는 민간 소유인 아파트 등에 욱일기가 내걸리는 행위를 직접 제지할 수는 없다. 또 규정을 어기더라도 처벌이 어렵다는 점은 한계로 남는다.
조례안을 발의한 송상조 위원장은 "현충일 욱일기 사건을 계기로 우선 공공장소를 대상으로 철거할 수 있는 강제 조항을 마련했다"며 "민간 영역을 강제하는 조항은 없지만, 이번 조례안 발의를 계기로 시민들이 일제 상징물 사용에 대한 경각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욱일기 등 일제 상징물 사용자 등을 처벌하는 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금주 의원은 2천만원 이하 벌금을, 같은 당 문진석 의원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는 형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백범 김구 선생 증손자인 민주당 김용만 의원은 일제 상징물을 노출 목적으로 소지한 자를 6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경범죄처벌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