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1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중훈
지금부터 한 수해 피해 주민을 연결해 볼 텐데 대전 용촌동에 정뱅이 마을이라는 곳이 있어요. 그런데 여기는 비가 오면서 둑이 무너지면서 마을 전체가 잠긴 겁니다. 대전 시내에 살던 아들이 그 소식을 듣고 정뱅이 마을에 있는 어머니를 향해서 가서 구출을 해왔어요. 그분을 지금부터 잠깐 연결을 해보죠. 대전에 사시는 김중훈 씨 나와 계십니까?
◆ 김중훈>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우선 수해로 많이 놀라셨을 텐데 이렇게 인터뷰 응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 김중훈> 네.
◇ 김현정> 우선 어제 이야기하기 전에 오늘 아침 날씨는 어떤가요?
◆ 김중훈> 오늘 아침 날씨는 비도 없고.
◇ 김현정> 비도 없고 간밤에도 비는 안 왔고요.
◆ 김중훈> 네, 안 왔습니다.
◇ 김현정> 지금 그럼 어머니는 어디 계세요?
◆ 김중훈> 복지관에 동네 분들하고 같이 계시죠.
◇ 김현정> 정뱅이 마을 분들 다 피난해 계시는 그런 상황. 어제 새벽 대전에 비가 얼마나 왔던 건가요?
◆ 김중훈> 비가 밤새도록 잠을 못 잘 정도로 그렇게 시끄럽게, 나가 보니까 사람이 지나다니지 못할 정도로 강물이 된 거예요. 제가 87년도 군대 생활을 했는데 87년도에 그렇게 큰 비가 왔는데 이거보다는 못했어요. 그때도 큰 피해를 입었거든요. 87년도에. 그런데 그것은 게임이 안 됐어요.
◇ 김현정> 87년 홍수는 게임이 안 될 정도로.
◆ 김중훈> 게임이 안 될 정도로.
◇ 김현정> 그 정도 비가 왔다. 그래도 시내에 선생님은 사시니까 비가 와도 그냥 이렇게 많이 오는구나 하고 있었는데 전화가 왔습니까?
◆ 김중훈> 네, 형수한테 전화가 왔는데 어머님이 연락이 안 된다. 방송을 했는데 다른 사람들은 대피했는데 어머니가 안 보인다. 연락이 안 된다. 그 전화를 받고 제가 간 거죠.
◇ 김현정> 대전 용촌동 정뱅이 마을, 어머니 사시는 곳을 향해서 그 새벽에 달려갔더니 눈앞에 어떤 풍경이 펼쳐졌습니까?
◆ 김중훈> 좌측 둑방이 터져서 물이 동네에도 유입이 되는데 그 순간에 유입되는 물이 태평양에 밀려오듯이 그냥 막 민물에서 파도가 치더라고요.
◇ 김현정> 민물인데, 둑이니까 그 민물인데 바다의 파도처럼 막 넘실대요.
◆ 김중훈> 네, 그 정도로 막 치더라고요. 그런데 다 대피했대요. 조금 있으니까 한 2~3분 있으니까 저쪽에서 한 100m 떨어져 있는데 집 앞에 저희 둑방에서 보이거든요. 집이, 어머니 집이. 처마 밑에까지 찼는데 어머니가 소리가 들리는 거예요. 나 좀, 사람 살려달라고.
◇ 김현정> 그러니까 다 대피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저쪽 어머니 집 지붕 위에서 살려달라는 소리가 들려요.
◆ 김중훈> 사람은 안 보이는데 살려달라는 소리가 막 들리는 거예요. 그 옆집 아주머니하고 두 분이. 사람 살려라, 사람 살려라. 현장에 또 미리 대피한 사람들한테 전화를 해봤더니 어머니가 안 나왔대요.
◇ 김현정> 대피 장소에 어머니는 안 계신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지금 파도가 치듯이, 바다에 파도 치듯 넘실대는데 뭘 어떻게 할 수가 있습니까?
◆ 김중훈> 집까지 거리가 한 100m가 넘거든요. 그래서 제가 포클레인을 끌고 갔었어요. 제가 포클레인을 하거든요.
◇ 김현정> 포클레인 기사세요?
◆ 김중훈> 포클레인 뒤에 기름통이 있었어요, 기름통. 기름통인데 기름을 붓고 그걸 잡고 가는데 안 되겠다라고 파도가 너무 세서. 그거 버리고 수영을 해서 갔는데 그 옆집으로 들어간 거예요. 옆집으로 들어가니까.
◇ 김현정> 수영을 해서 집까지 가셨어요?
◆ 김중훈> 네. 수영을 해서 갔는데 옆집 아줌마가 목이, 머리만 내놓고 목이 다 담겼어. 기둥을 잡고 있는데. 거기서 구르마가 떠 있길래 거기다 올려가지고 지붕 위로 올려놓고 저는 어머니한테 갔죠. 어머니가 살려달라고 소리를 계속했었는데 그 순간에 소리가 없는 거야.
◇ 김현정> 옆집 아주머니 구하고 있는데 어머니 소리가 그쳐버렸어요.
◆ 김중훈> 그쳐버렸어. 어머니가 또 지붕을 타고 옆집하고 우리 집하고 지붕이 연결돼 있거든요. 지붕을 타고 엄마가 지쳐서 목만 내놓고… 목만 내놓고… (울음)
◇ 김현정> 선생님, 지금 감정이 다시 복받치셔가지고 눈물을 흘리고 계세요. 조금만 진정, 조금만 진정하시고요.
◆ 김중훈> 어머니가 처마 끝 기둥을 잡고 버티고 계시더라고요.
◇ 김현정> 처마 끝을 잡고 버티고 계셨어요?
◆ 김중훈> 처마에 있는 기둥을, 기둥을 잡고 계셔서.
◇ 김현정> 기둥을 붙잡고. 그런데 힘이 떨어지니까 소리도 못 지르셨던 거군요.
◆ 김중훈> 못 지르고… 내가 가니까 너 죽는다. 오지 마라고.
◇ 김현정> 너 죽는다고, 아들아, 오지 말라고.
◆ 김중훈> 오지 말라고, 오지 말라고.
◇ 김현정> 중훈아, 너 오지 마, 오지 마, 이러셔요?
◆ 김중훈> 너 죽는다, 너 죽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지붕을… (울음)
◇ 김현정> 지붕 잡으셨어요?
◆ 김중훈> 지붕을 타고 넘어가서 물로 들어갔죠. 물에 들어가니까 제가 지형을 아니까 담이 어디 있는지 알고 담을 타니까 거기서 조금 잡고 발을 지탱할 수가 있더라고요.
◇ 김현정> 물속에 담이 보이지 않았을 텐데 어디에 담이 있는지는 아니까 그걸 밟으셨어요.
◆ 김중훈> 제가 아니까, 담 옆으로 가니까 가슴까지 올라와요. 담을 짚으니까. 제 어머니 손을 잡으니까 잘 안 잡혀. 그래서 제가 무릎 더 들어가서 어머니 당기려니까 기운이 빠져서 못 올리겠더라고.
◇ 김현정> 못 올리겠어요. 힘이 안 받쳐지죠.
◆ 김중훈> 소파가 하나 떠내려 오더라고. 소파에 어머니를 올려놓고 소파에서 지붕 위로 올렸어요, 어머니를. 지붕 위로 올려서 둘이 있으니까 저쪽에서 올려놓은 아줌마가 자꾸 미끄러지는데, 미끄러지는데 아주머니 조금만 버티세요. 조금만 버티세요 하니까 119가 보트를 타고 세 명이 오는 거야.
◇ 김현정> 보트가 왔어요. 119 보트가 그때.
◆ 김중훈> 3명이 전부 다 모시게 된 거지.
◇ 김현정> 아이고, 세상에.
◆ 김중훈> 시간적으로 한 10분 사이에 어머니 다 모시고 나니까 그 공간, 목 내미는 공간이 한 10분 사이에 잠겨서 지붕 처마가 다 완전히 잠겨버렸어요. 10분 아니면 돌아가셨을 거예요.
◇ 김현정> 10분만 늦었더라도 그 옆집 아주머니, 어머니 다 큰일 당하실 뻔했네요.
◆ 김중훈> 10분 있으니까 지붕 처마까지 물이 완전히 차더라고요. 거기서 목을 내놓고 숨을 쉬었었는데.
◇ 김현정> 알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어제 상황을 그냥 기억만 하셔도 다시 눈물이 날 정도로 생사의 고비를 넘기셨네요. 선생님. 참 다행입니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고 다행히 그 마을에 인명피해는 없었던 거죠?
◆ 김중훈> 없었어요.
◇ 김현정> 알겠습니다. 이제 물은 빠졌지만 엉망이 된 마을을 다시 재건하려면 그것도 보통 일이 아닐 것 같은데요. 아무튼 오늘 그 상황 생생하게 전해주셔서 감사드리고요. 마을 주민 분들 힘내시라고 전해주십시오.
◆ 김중훈>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예, 고맙습니다. 대전의 어제 그 침수 피해 상황이 어땠는지 그 침수 피해 현장에 가서 주민들을 구한 분이세요. 김중훈 씨 통해서 들어봤습니다.
※ 내용 인용 시 CBS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 내용임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