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역대급 고용 호조라는데…왜 우린 체감 못할까

정부 "고용률, 경활참가율 29개월 연속 역대 최고 수준" 강조하지만
20대 후반 청년 고용률은 하락세 면치 못해
반도체 수출로 경기 회복은 남 얘기…정작 제조업 고용은 증가폭 감소
위축된 내수에 나홀로 자영업자는 13.5만 명이나 급감
건설업 불경기로 관련 고용도 악화일로
"부자·불로소득 감세 열 올릴 때 아냐…재정 확충해 내수 진작 나서야" 비판


지난달 고용률이 29개월 연속 최고 기록을 이어가는 등, 최근 고용지표가 크게 개선된 것으로 나왔다. 하지만 최근의 경기 개선 흐름이 사회 구석구석으로 퍼지지는 못하면서 특정 산업·연령대의 고용시장은 여전히 개선되지 못해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절실해 보인다.

정부 "고용률, 경활참가율 29개월 연속 역대 최고 수준!" 고용지표 좋아졌다지만…


통계청이 지난 10일 내놓은 6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15세 이상 고용률은 63.5%,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기준인 15~64세 고용률은 69.9%였다. 또 경제활동참가율은 65.3%를 기록했다.

기획재정부는 참고자료를 통해 세 지표 모두 6월 기준 역대 최고 수준이고, 실업률은 2.9%로 6월 기준 역대 두번째로 낮다고 밝혔다. 특히 15세 이상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은 29개월 연속 역대 최고 수준을 이어간다고 강조했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9천 명 증가해 증가폭은 줄었지만, 최근 수출 호조세에 힘입어 7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서비스업에서도 취업자 수가 18만 3천 명 증가해 40개월 연속 늘었다.

실업률은 전월보다 0.2%p 소폭 상승(2.9%)했지만, 이는 구직활동을 활발히 한다는 뜻이기도 하므로 긍정적으로 해석할 여지도 있다.

청년 고용 핵심 '20대 후반 고용률' 하락세…일시적 문제 아닌 듯


통계청 제공

이처럼 전반적으로 고용 상황이 훈풍을 타고 있는 듯 보이지만, 구석구석 따져보면 걱정거리가 한둘이 아니다.

첫번째 고용 뇌관은 청년 고용 문제다. 15~29세 청년층 취업자 수는 14만 9천 명 감소하며 20개월 연속 감소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저출생 인구구조 변화로 청년층 인구도 24만 7천 명 감소한 영향이 크겠지만, 고용률 역시 46.6%로 0.4%p 하락한 점이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고용률의 감소폭이 전월 0.7%p보다 축소됐고, 청년 실업률이 3개월 만에 감소세(-0.1%)로 전환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주장했다. 또 20대 후반 고용률도 역대 2위라고 강조했다.

청년 고용에서 관건은 바로 이 20대 후반의 고용률이다. 흔히 청년층으로 묶어 말하지만, 대부분 학교에 재학 중인 15세~24세는 이른바 '알바'로 불리는 단기노동에 대부분 종사한다.

본격적인 취업 전선에 나선 25세~29세의 20대 후반 청년층의 고용률은 77.8%로 전년동월대비 0.1%p 하락했다. 전년에는 76.8%에서 76.9%로 1.1%p 개선됐던 것에 비하면, 지난해보다 올해 대졸 청년층의 취업상황이 악화된 셈이다. 특히 20대 후반 고용률은 지난 4월까지는 꾸준히 개선세를 보였지만, 지난 5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에 대해 통계청 관계자는 "대기업 공채 등 다양한 채용 통로가 있었던 예전에 비해 수시 채용 비중이 늘면서 청년층에 불리해졌다"며 "경력직 선호 현상이 강화된 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용시장의 변화가 청년 취업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얘기다.

반도체 수출로 경기 좋아졌다지만…회복 못한 내수 시장·건설 경기에 고용도 위축


최근 정부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수출 호조세 덕분에 경기가 좋아졌다고 연일 강조하고 있지만, 그 온기가 우리 사회 구석구석에 제대로 분배되지 않고 있는 현실도 고용시장에 반영되고 있다.

당장 반도체 업종을 포함한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 4월 10만 명 증가한 이후 5월 3만 8천 명, 6월 6천 명으로 증가폭이 급격히 줄었다. 애초 반도체의 경우 취업유발계수가 낮은데가, 투자 사이클도 길어 수출 호조세가 관련 설비투자 등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반도체 수출에 끌려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경기 상황과 달리, 고금리 기조 속에 물가가 치솟고 실질임금이 뒷걸음질치면서 잔뜩 쪼그라들었던 내수 문제도 고용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홀로 자영업자'인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10개월 연속 감소한데다, 감소폭도 갈수록 커져서 지난 5월과 6월은 각각 11만 4천 명, 13만 5천 명씩 감소했다. 앞서 4월에도 9만 4천 명이나 감소했다. 정부가 지난 3일 하반기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책을 따로 내놓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된 것이다.

업종별로 봐도 올 겨울 취업자 수가 소폭 증가했던 도·소매업의 경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물론 애초 키오스크 도입, 무인 매장 확대 등으로 해당 업종의 고용이 꾸준히 줄어들던 추세였기 때문에 반짝 반등했던 지난 겨울이 이례적이라고 볼 수도 있다.

다만 뒤집어 말하면 도·소매업의 감소폭이 해마다 컸기 때문에 오히려 현재 고용 상황이 우려된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지난해 전반적으로 고용이 개선된 와중에도 유독 도·소매업 고용이 크게 줄어들었는데, 이처럼 고용사정이 악화된 지난해와 비교해도 올해 감소세를 이어간다는 얘기는 결국 그만큼 고용사정이 나빠졌다는 얘기일 뿐이다.

다만 통계청 관계자는 "그동안 해마다 워낙 크게 감소했던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계속 감소할 지는 장담할 수 없고, 추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경기가 부진한 건설업의 경우 취업자 수가 전월(5월) 4만 7천 명 감소한 데 이어 지난달에도 6만 6천 명 감소한 점도 걱정거리다. 건설업 취업자 수는 1월만 해도 7만 3천 명 증가했지만, 이후 2월 3만 6천 명, 3월 2만 2천 명, 4월 5천 명으로 계속 증가폭이 줄어들다 결구 감소세로 전환했다.

건설업이 위축되면서 이 업종의 취업자 가운데 비중이 큰 연령대인 50대의 고용률은 3개월 연속 전년동월대비 감소(4월 -0.5%p, 5월 -0.4%p, 6월 -0.8%p)했다.

향후 건설업 경기 전망도 밝지 않은만큼, 관련 고용 상황이 개선될 조짐도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가장 최근 발표했던 5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건설업 생산은 전월대비 4.6% 감소했다.

이미 다 지은 건설기성(불변)은 건축(-5.7%), 토목(-1.1%) 모두 공사 실적이 모두 줄어 전월대비 4.6% 줄었고, 앞으로 지을 건설수주(경상) 역시 철도‧궤도 등 토목(-45.0%) 및 사무실‧점포 등 건축(-28.9%)에서 모두 줄어 전년동월대비 35.4% 감소했다.

결국 특정 업종의 수출 증가에 기댄 경기 개선 흐름이 우리 사회 곳곳의 회복세로 이어지도록 정부가 적극적인 분배 노력에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주대학교 국제학부 김용기 교수는 "결국 수출경기의 호조가 대졸 신규취업시장의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고, 또한 내수경기는 꾸준히 하락해왔지만 특히 지난 2분기부터 더욱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는 점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취업자 수의 대폭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김 교수는 "정부가 집권 이래 부자감세나 부동산 및 금융 등 불로소득 분야에서의 감세혜택에 열 올리기보다는, 증세와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통해 재정을 확충하고 내수 진작을 위한 투자확대와 재분배기능을 강화하지 않는 한, 이러한 추세는 개선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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