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인 박수홍씨가 자신의 출연료 등을 빼돌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친형 부부의 항소심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1심 재판부가 개인 자금 횡령 혐의를 무죄로 판단한 것에 "너무도 부당하다"고 호소했다.
박씨는 10일 서울고법 형사7부(이재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친형 박모씨와 그의 부인 이모씨의 항소심 공판에 증인으로 직접 출석했다. 박씨는 법정에서 "자산을 불려준다는 형의 말을 믿었지만, 뚜껑을 열고나니 죽고 싶을 만큼 참혹했다"라고 증언했다.
박씨는 증인 출석에 앞서 재판부에 친형 부부가 자신을 볼 수 없도록 칸막이를 설치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신 변호인과 동석해 법정 증언을 이어갔다.
박씨의 형 부부는 2011년부터 2021년까지 회삿돈과 동생의 개인 자금 수십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2022년 10월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박씨의 형이 회사 자금 20억원을 횡령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박씨의 개인 자금 16억원을 유용한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그러면서 박씨의 형에게는 징역 2년을, 그의 부인 이씨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박씨는 이날 "1심 판결의 부당함을 알리기 위해 증언을 꼭 하고 싶었다"며 "제 소원은 아침에 일어날 때 저들 생각이 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입을 뗐다.
박씨는 이날 지난 15년 동안 가족의 자금 흐름을 관찰한 세무 대리인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박씨는 2014~2017년 친형 부부가 취득한 부동산의 가치가 43억원인데, 그들이 각종 보수를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았다고 하더라도 부동산을 매수하기에는 자금 20억원이 모자란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부동산 컨설팅을 받을 당시 '두 사람(형 부부)은 자금이 부족하니 세무사가 '법인이나 박수홍씨가 부동산을 취득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소득 증빙이 안 돼 국세청의 세무 조사를 받을 수 있다는 게 컨설팅 결과였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제 개인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돈을 더하지 않으면 절대 취득할 수 없는 부동산을 저들의 명의로 취득했다"며 "4년 동안 횡령하지 않고선 절대로 이룰 수 없는 부동산"이라고 했다.
박씨는 또 "모든 매출을 제가 30년 동안 일으켰는데 (기획사가) '가족회사'란 이유로 이들이 제 자산을 마음대로 유용하는 것을 원심에서 (무죄로) 판결한 것을 보고 정말 통탄함, 원통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재산 관리를 왜 형에게 맡겼느냐는 검찰 측 질문에 박씨는 "연예계 생활은 소속사 분쟁이 많고, 누군가를 의지할 수밖에 없다. 곁에 있는 사람을 절대적으로 믿어야 했다"고 했다. 그는 "누구보다도 믿을 수 있는 형제였기 때문이었다"며 "형은 저를 위해 산다고 얘기했지만, 뚜껑 열고나니 죽고 싶을 만큼 참혹했다"라고 했다.
박씨는 "증언하는 것 자체가 어려울 때 누군가 손을 잡아주는 것이 혈육이라고 믿는 분들께 나쁜 영향을 주는 것 같아 너무나도 죄송하지만, 이런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증언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사람의 희생을 담보로 다른 이들이 이익을 얻는 일은, 하물며 가족이라 하더라도 절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씨 친형 부부의 다음 재판은 9월 25일로 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