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매혹적인 음모론처럼 빠져드는 '플라이 미 투 더 문'

외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세상에서 '음모론'이 사라지지 않고 관심을 받는 건 실제 사실을 기반으로 '어쩌면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심을 싹틔우며 매혹적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둘러싼 음모론에서 발아한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음모론이 가진 속성을 이용해 흥미로운 '로맨틱 블랙 코미디'로 피워냈다.
 
1960년대 우주 경쟁 시대, 거듭된 실패로 멀어진 대중들의 관심을 다시 모으기 위해 NASA(미국항공우주국)는 아폴로 11호 발사를 앞두고 마케팅 전문가를 고용한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NASA의 달 착륙을 홍보하는 마케터 켈리 존스(스칼렛 요한슨)와 그녀가 하는 일이 거짓말이라며 대립하는 발사 책임자 콜 데이비스(채닝 테이텀)는 전혀 다른 성격에도 하나의 목표를 위해 서서히 한마음이 되어 간다.
 
미션의 성공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한 가운데 켈리는 미 행정부에서 은밀한 제안을 받게 된다. 실패도, 2등도 용납이 되지 않는 달 착륙 프로젝트를 위해 켈리는 아무도 모르게 플랜 B, 즉 실패에 대비해 달 착륙 영상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외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냉전 시대, 소련이 스푸트니크 1호 발사에 성공하면서 소련과 미국 간 체제 전쟁은 우주 전쟁으로 확장됐다.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1960년대 안으로 달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아폴로 11호가 발사에 성공하며 미국은 인류 최초로 달에 발을 디뎠다는 업적을 이뤄냈다.
 
그러나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두고 음모론자들은 지구에서 촬영된 조작 영상이라는 주장을 퍼트렸다. 각본은 아서 클라크, 감독은 스탠리 큐브릭이 담당했다는 황당무계한 음모론은 '플라이 미 투 더 문'의 시작점이다.
 
냉전 시대라는 말이 어울릴 만큼 냉소주의가 팽배했던 미국, 달 착륙을 둘러싼 음모론은 '거짓'이란 키워드를 중심으로 한 냉소주의자 켈리 존스와 '진실'이라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한 아폴로 11호 발사 책임자 콜 데이비스의 로맨틱 코미디이자 당대 사회상을 그려낸 블랙 코미디로 완성됐다.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여러 층위의 거짓과 진실이 어우러지는 것이 핵심인 영화다. 음모론이라는 거짓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지만 그 안에는 아폴로 11호 발사 과정과 당대 사회상 등 진실을 넣음으로써 영화를 '그럴듯하게' 만든다. 어쩌면 이 영화 안에 담긴 이야기들이 실제 벌어졌던 일은 아닐지 의심스러울 만큼,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음모론이 가진 속성을 활용한다.

외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이를 풍부하게 만드는 중심 줄기는 콜과 켈리의 진실과 거짓이 사사건건 부딪치며 만들어내는 케미다.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한 켈리와 채닝 테이텀이 연기한 콜은 극과 극의 성격을 가진 인물이다. 한 명을 수식하는 단어는 '거짓', 다른 한 명은 '진실'이다.

그러나 여느 로맨틱 코미디가 그렇듯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은 평행선을 달리는 듯하지만, 결국 '달'이라는 공통의 목표를 달려가면서 서로를 알아가게 되고 각자의 키워드인 '거짓'과 '진실'을 받아들이게 된다. 그 안에는 각자 나름의 진심이 담겼고, 이들은 서로의 진심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두 캐릭터가 서로의 거짓과 진실을 알아가며 결국 교차점을 만들어냈듯이 영화는 음모론이라는 거짓과 아폴로 11호 발사 성공이라는 진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결국 관객들에게 진심, 즉 감동을 안긴다.
 
음모론은 가짜지만, 영화 안에 녹아든 사회상은 진짜다. 소련과 미국의 우주 전쟁은 냉전 시대가 만든 이념 경쟁이었다. 리처드 닉슨의 정부에서 중요한 건 아폴로 11호가 성공적으로 발사하고, 닐 암스트롱이 달을 밟는 것이 아니었다. 소련에 이기는 것, 소련에 미국의 우월함은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 진실은 부차적인 것이고, 그렇기에 행정부 고위 관계자 모 버커스(우디 해럴슨)는 거짓 달 착륙 영상을 제작해 국민에게 보여주고자 한다.
 
영화에서 잊을 만하면 언급되는 베트남 전쟁의 참상, 리처드 닉슨을 향한 불신, 그리고 국민과 사회의 불안과 상관없이 이념 경쟁에서의 승리를 위해 거짓을 불사하는 정부, 그리고 자신이 만든 거짓에 넘어가 결국 진실에 승복하는 정부의 모습을 통해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당대 사회상을 은근하게 꼬집고 있다.
 
외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스틸컷. 소니 픽쳐스 제공
영화가 블랙 코미디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음은 리처드 닉슨을 향한 신랄한 비판을 담은 대사와 스탠리 큐브릭을 활용한 대사 등을 통해서도 드러난다. 이처럼 음모론적인 내용과 당대 사회 문화적 사실을 교차시키고, 거짓과 진실을 대표하는 캐릭터들의 부딪힘을 통해 다양한 층위의 거짓과 사실을 오가는 재미를 선사한다.
 
그래도 가장 기본은 '로맨틱 코미디'다. 그렇기에 스칼렛 요한슨과 채닝 테이텀의 명연기와 케미를 보는 재미가 무엇보다도 크다. '설레다' '사랑에 빠지다'라는 로맨틱한 감정이 무엇인지 보는 순간 느끼게 하는 스칼렛 요한슨의 명연기는 물론 크리스 에반스 못지않은 케미와 호흡을 선보인 채닝 테이텀의 열연은 영화의 일등 공신이다.

사실이 주는 영화적 요소 또한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달 착륙이라는 역사적인 이야기를 다룬 영화답게 '플라이 미 투 더 문'은 아폴로 11호 발사 뒤에 가려졌던 지난한 과정과 수많은 노력을 조명한다. NASA의 적극적인 도움을 받아 사실적으로 구현한 발사 과정은 역사의 한 조각을 들여다보는 즐거움을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숨은 공신이 있다. 영화의 시작부터 '검은 고양이는 불길하다'는 미신과 함께 중간중간 깜짝 출현하던 검은 고양이는 마지막 순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면서 자신의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하고 퇴장한다.
 
131분 상영, 7월 1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외화 '플라이 미 투 더 문' 포스터. 소니 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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