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의대생 복귀 위해 망라한 '패키지 대책', 효과는 '글쎄…'

서울의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

정부가 특혜 논란 속에서도 전공의들의 수련병원 복귀와 의대생들의 수업 복귀 및 유급방지를 위한 대책들을 이번 주에 쏟아냈다.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며 5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을 풀기 위한 고육지책이다.
 
교육부는 10일 의대 증원에 반발해 5개월째 수업거부를 하고 있는 의대생의 집단유급을 막기 위해 유급판단 시기를 '학기 말'이 아닌 '학년 말'로 조정하는 등 각 대학이 학사운영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보건복지부가 의료공백을 막기 위해 모든 사직 전공의에 대해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기로 발표한지 이틀 만에 내놓은 대책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날 서울 정부청사에서 의대생들이 돌아오기만 하면 유급당하지 않도록 하는 다양한 학사운영대책을 담은 '의대 학사 탄력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교육부는 올해 1학기 대다수 의대생들이 교과목을 정상 이수하지 못한 상황임을 고려해 각 대학이 학기당 15주씩 두 학기 진행하는 '학기제'를 '학년제'로 전환해, 1학기에 성적처리를 마감하지 않고 학년 말, 즉 내년 2월 말까지 이를 보충할 수 있도록 했다.
 
수업운영방식도 야간·원격수업 및 주말 등을 활용할 수 있고, 필요시 전면 원격수업도 가능하도록 했다. 원격수업 자료만 내려받아도 수업을 인정하는 방안도 허용했다.
 
특히, 내년도 입학 정원 증원을 고려해 각 대학은 의예과 1학년 학생이 일부 과목에서 F학점을 받더라도 유급되지 않도록 2학기나 2학년에서 수강할 수 있도록 했다.
 
1학기에 진행하지 못한 의학과 4학년 실습수업은 2학기에 보충·운영하도록 하고, 2학기에 보완이 어려운 일부 실습과정에 대해서는 내년 1,2월에 보충하도록 했다.
 

교육부 가이드라인 '의대생들 복귀 독려 및 유급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토록'


 이번 가이드라인은 의대생들의 조속한 복귀를 독려하고, 학생들이 복귀 이후에도 유급에 대한 걱정 없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부총리는 의대생에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 환자분들, 미래 의료체계의 안정성, 원활한 (의료인) 수급을 위해 정부가 내린 조치다. 특혜를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이런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최은희 인재정책실장은 휴학생이 복귀하더라도 밀린 진도를 따라가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부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이해한다. 그래서 보충 학기를 두더라도 내년도로 연장해서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의예과는 본과에 비해 개별 과목이 많은데 졸업할 때까지 분산해서 배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이 복귀하지 않는 것은 의료계 전반의 상황과 연결돼 있다. 이번 주에 복지부에서 전공의 복귀를 위한 최선을 다한 방책을 내놨다. 이를 계기로 전공의 거취 부분이 해결된다면 학생들의 복귀도 연계될 것 같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8일 '전공의 복귀 대책' 발표에서 "복귀 여부와 상관없이 행정처분을 하지 않고, 복귀한 전공의와 사직 후 9월 수련에 재응시하는 전공의에 대해 수련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사직 후 1년 안에 같은 과목, 같은 연차로 수련 과정에 복귀할 수 없도록 돼 있는 규정을 완화해 복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전공의들 시큰둥…의대생들, 당장 복귀하기는 어려울 듯


서울의 한 대학병원 전공의 전용 공간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하지만 전공의들은 "바뀐 것은 없다"며 복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특히, 전공의들은 정부뿐 아니라 의료계와도 대화에도 나서지 않고 있다. 이들은 2020년 문재인 정부 시절 '9·4 의·정 합의'를 대한의사협회 측에 불신을 갖게 된 계기로 꼽는다. 당시 최대집 의협 회장은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파업 전면에 나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와 합의 없이 정부·여당과 합의를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증원 백지화 등을 요구하고 있는 의대생들 역시, 당장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생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는 의대증원 전면 백지화 등 '8대 요구안' 수용을 정부에 요구하고 있다. 의대협은 지난 2일 낸 입장문에서 의협을 중심으로 꾸려진 범의료계 협의체인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 참여할 의사가 없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올특위를 비롯한 임현택 의협 회장의 독단적 행보를 수용할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며 "학생들은 외부에 휘둘리지 않고 주체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부총리는 '이번 가이드라인 발표 전까지 의대생들과 직접 대화를 했는지'를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소통을 지금 다각적인 방식으로 지금 진행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항을 말씀드릴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더 활짝 문을 열고 계속 소통하겠다"고 밝혀 소통이 여의치 않음을 시사했다. 교육부는 그동안 의대협에 대화를 제의했지만 성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의대생들이 돌아오지 않아 의예과 1학년생(올해 정원기준 3058명)이 전원 유급 된다고 가정하면, 내년에 증원된 신입생 4567명 등 7600여명이 함께 수업을 듣게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 실장은 의대생들이 복귀하지 않을 경우 내년도 신입생들의 학습권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질의에는 "학생들이 미복귀한다면 우리가 노력은 하겠지만 (신입생들의) 불편함이 초래될 수 있다. 학생들이 책임있게 판단해서 부디 돌아오기를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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