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청 역주행' 가해자, 운전능력검사 '적합'…일부 '미흡·불량'

한국교통안전공단 운전 능력 평가 결과 입수
세부 항목 평가 종합 결과는 '적합'
일부 항목별로는 '미흡·불량'도
역주행 운전자, '일방통행인지 몰랐다' 취지 진술
경찰, 오늘 운전자 상대 2차 피의자 조사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참사 현장. 연합뉴스

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사고 가해 차량 운전자인 차모(68)씨가 버스 운전기사로서의 운전 능력을 평가하는 자격유지검사, 운전적성정밀검사 등에서 종합적으론 '적합' 평가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세부 항목별로는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를 지각하거나 예측하는 능력, 위험 요인을 위험하다고 인식하고 판단해 대처하는 능력 등에서 '미흡' 또는 '불량' 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 역주행' 가해 운전자, 버스기사 자격유지검사 '적합' 판정

10일 CBS노컷뉴스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모경종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관련 자료에 따르면 경기 안산의 한 운수업체에서 버스기사로 일하고 있는 차씨가 지난해 4월에 받은 고령운수종사자 자격유지검사 종합 결과는 '적합'으로, 7개 세부 검사 항목별로 △1등급 2개 △2등급 3개 △3등급 2개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교통안전공단(안전공단)이 택시·버스 등 여객 자동차 운수사업에 종사하는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자격유지검사는 △시야각 △신호등 △화살표 △도로 찾기 △표지판 △추적 △복합기능 등 7개 검사항목으로 구성된다.

항목별로 1등급(우수), 2등급(양호), 3등급(보통), 4등급(미흡), 5등급(불량)까지 평가가 나뉘며, 이를 종합해 적합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이다. 65~69세는 3년마다, 70세 이상은 1년마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

차씨는 운전 중 필요한 자극에 주의를 유지하며 추적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추적검사, 시각적 자극을 적절하게 기억하는 능력을 평가하는 표지판검사에서 1등급을 받았다. 이외 시야각검사·도로찾기검사·복합기능검사 등에서 2등급을 기록했다.

다만 시각적 자극을 지각하고 이를 운동기능으로 전환하는 속도를 평가하는 신호등검사와 운전 중 필요한 자극에 선택적으로 주의를 집중시키는 화살표검사에서는 우수·양호 판정을 받은 항목과 달리 3등급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적으로 '미흡', '불량' 평가는 없었던 것이다.

속도예측·반응조절 등 운전적성정밀검사 일부 항목 '미흡' 판정

차씨가 그보다 전에 받았던 또 다른 운전 능력 평가에선 일부 세부 항목이 '미흡', '불량' 결과가 나왔다.

차씨는 2022년 12월 안전공단의 운전적성정밀검사 신규검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았고, 지난해 2월 특별검사도 '이수'한 것으로 파악됐다. 종합적으론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운전적성정밀검사는 신규검사와 특별검사로 나뉜다. 교통사고 경향성과 관련된 개인의 성격과 심리 생리적 행동 특징을 측정해 개인별 결함을 검출할 수 있는 일종의 직업 적성 검사로, 쉽게 말해 운전자의 개인 특성에 의한 교통사고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차씨가 지난해 받은 자격유지검사와 동일하게 1~5등급으로 세부 항목 평가가 나뉜다.

차씨의 운전적성정밀검사 세부 항목별 평가 결과를 살펴보면, 신규검사에서는 12개 검사항목 중 1등급(우수) 5개, 3등급(보통) 4개, 4등급(미흡) 3개였다. 4등급 평가를 받은 항목은 속도예측·반응조절·인지능력이다.

이와 관련해 안전공단 관계자는 "종합적으로 판정해야 하므로 5등급이 2개 발생해야 부적합으로 판정된다"며 "다만 속도예측 4등급인 경우 보통보다는 (기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는데, 운전능력은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관계자들이 지난 4일 오후 서울 시청역 인근 역주행 교통사고 현장조사를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안전공단이 운송사업자에 제공하는 교정교육지침서에는 속도예측검사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운전자 특징으로 "움직이는 물체의 속도예측 능력이 부정확하다"며 "속도예측 능력의 부족으로 교통의 흐름에 방해가 되거나 과속의 경향이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고 적혀있다. 아울러 "다른 차량의 이동속도가 자신의 판단과 다를 수 있으므로 차로변경, 교차로 주행 시 특히 주의해야 한다"는 경고도 적시됐다.

또 반응조절 관련 교정 교육이 필요한 운전자에 대해서는 "주변 인식, 주의 배분 능력이 부족하면 차로 변경, 이면도로 운행, 이륜차에 의한 사고 등에 취약하게 된다"며 "운전 시 발생하는 상황을 잘 살펴 적절히 반응하도록 하고, 이면도로 운행 시 보행자나 이륜차를 조심하고 과속하지 않는 습관을 갖도록 지도한다"고 적혔다.
 

위험판단·동체시력 평가는 각각 미흡·불량…전문가 의견은?

차씨의 특별검사 세부 항목별 평가 결과는 13개 항목 가운데 1등급(우수) 7개, 2등급(양호) 2개, 3등급(보통) 2개, 4등급(미흡) 1개, 5등급(불량) 1개였다. 구체적으론 위험판단 항목이 4등급, 동체시력이 5등급 평가를 받았다. 특별검사는 적합·부적합의 구분이 없고, 검사 후 교정교육을 이수하면 운전적성정밀검사 기준에 적합한 자로 인정한다.

안전공단 교정교육지침서에는 위험판단 능력이 낮은 운전자에 대해 "위험요인을 위험하다고 인식하지 못해 적절한 대처를 하지 못할 수 있다"며 "대처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 내에 지각해 속도를 줄이거나 하는 등의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다"고 설명돼 있다. 아울러 "도로상의 주변 차량, 주위의 사람이나 사물 등은 언제라도 안전을 위협하는 돌발적 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지도해야 한다"고 적시됐다.

한국교통대학교 안전공학과 김의수 교수는 차씨가 '불량' 판정을 받은 동체시력과 관련해 "차가 빠르게 지나가는 것을 인지하는 동체시력이 떨어지면 결국 눈으로 잘 못 보니까 행동으로 옮기기 어렵다"며 "예를 들어 차가 빠르게 지나가면 브레이크를 밟아야 하는데 못 밟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 주차장에서 나오면 제대로 된 표지판이 없다. 익숙한 사람 입장에서는 (일방통행로라는 것을) 알 수 있지만, 주차장을 나오면 어느 쪽으로 통행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는 표지판이 없는 것"이라며 "이런 돌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조금 떨어지는 능력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가해 운전자, '일방통행인지 몰랐다' 진술

시청역 사고 수사 관련 브리핑하는 류재혁 남대문경찰서장. 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이날 차씨를 상대로 2차 조사를 할 계획이다. 차씨는 앞선 조사에서 (사고 도로가) 일방통행로인지 몰랐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전날 브리핑을 열고 "피의자는 (사고 현장) 부근 (세종대로18길) 지역에 대한 지리감이 있으나 직진, 좌회전이 금지된 사실은 몰랐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급발진을 사고의 원인이라고 줄곧 주장해 온 차씨는 "(사고 당시) 처음부터 끝까지 브레이크를 밟고 있었다"는 진술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동승자를 제외한 부상자 5명에 대한 조사도 완료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주변 CCTV 영상 12점과 차량 4대의 블랙박스 등을 확보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도로교통공단 등 전문감정기관에 감정을 의뢰한 상황이다.

차씨는 지난 1일 오후 9시 27분쯤 시청역 인근 세종대로 일방통행 구간을 빠른 속도로 역주행한 뒤 인도로 돌진했다. 차량은 시민들을 덮친 뒤 이후 차량 2대를 들이받고 반대편 차선으로 튕겨 나가 시청역 12번 출구 부근에서 멈춰 섰다. 이 사고로 시민 9명이 사망했고, 부상자 7명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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