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 정황이 담긴 대화 녹음파일을 확보했다. 이 파일에 등장하는 인물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범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른바 '골프모임 단톡방'을 공익 신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변호사 A씨를 지난 4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공수처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공범인 블랙펄인베스트 전 대표 이모씨와 A씨가 지난해 8월 나눈 대화가 담긴 통화녹음 파일을 A씨로부터 제출받아 수사 중이다. 이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서 김건희 여사의 계좌 등을 관리한 흔적이 나오는 등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파일에는 이씨가 A씨에게 임 전 사단장 거취 문제에 관해 "절대 사표 내지 마라. 내가 VIP에게 얘기하겠다"고 다른 단톡방 멤버에게 말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가 "별 3개 달아주려고 했던 것" 등 자신이 임 전 사단장을 도왔다는 취지로 말하는 대목도 통화에 등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이 녹음파일 등 A씨가 제출한 자료를 바탕으로 임 전 사단장이 자신의 구명을 이씨를 통해 대통령실 등에 전달했을 가능성을 따져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주가조작에 연루된 이씨의 말이 허풍이거나 실제 대통령실과 소통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병대 출신인 이씨와 경호처 관계자, 변호사 A씨 등은 지난해 5월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임 전 사단장과의 골프 모임을 논의한 정황이 폭로됐다. 이를 두고 야권에서는 이씨가 임 전 사단장의 구명 로비 통로 역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다만 임 전 사단장은 지난달 21일 국회 청문회에서 이씨에 대해 "존재 자체를 모르고 휴대전화에 전화번호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