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감독이 K리그1 울산 HD 지휘봉을 내려놓고 '독이 든 성배'라 불리는 한국 축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다.
울산 입장에서는 악재다.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와중에 시즌 중 사령탑이 이탈해 향후 일정에 차질이 생길 전망이다.
올 시즌 울산은 치열한 선두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현재 1위 김천 상무(승점 40)에 1점 차로 뒤진 2위(승점 39)에 자리하고 있고, 3위 포항(승점 38)에 1점 차로 쫓기고 있는 만큼 상위권 승점 차가 촘촘하다. 라운드마다 순위가 뒤바뀌는 혼전 양상이다.
대한축구협회의 홍 감독 선임은 현역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선임을 반대했던 축구 팬들을 무시한 결정이다.
홍 감독이 처음 하마평에 올랐던 지난 2월 울산 서포터스 '처용전사'는 트럭 시위를 통해 '필요할 때만 소방수, 홍명보 감독은 공공재가 아니다', 'K리그는 대한축구협회의 장난감이 아니다', 'K리그 감독 국가대표 감독 선임 논의 백지화' 등의 문구를 띄우며 축구협회를 비판했다.
지난달 30일 포항 스틸러스와 경기 전 취재진과 인터뷰에서는 축구협회의 행정력을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뽑을 때까지의 전체 과정과 그 이후 일을 생각하면 대한축구협회가 과연 얼마나 학습이 된 상태인지 묻고 싶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경험이 많고, 경력과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데리고 오면 자연스럽게 내 이름은 나오지 않을 것"이라며 "내 입장은 항상 같으니, 팬들께서는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대표팀 감독 부임설에 선을 그었다. 지난 5일 수원FC전에서도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하는) 이임생 기술총괄이사를 만나야 할 특별한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홍 감독은 단 하루 만에 대표팀 사령탑 제의를 받아들였고, 7일 홍 감독의 대표팀 사령탑 내정 발표가 나왔다.
울산 팬 입장에서는 납득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협회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홍 감독이 단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꾸자 '통수', '거짓말쟁이', '배신자' 등의 격한 반응을 보인다.
'처용전사'는 8일 성명을 내고 "협회는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요구를 무시한 채 해결 방법이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표류하다가 결국 다시 'K리그 감독 돌려막기'라는 최악의 상황에 이르게 했다"면서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은 처용전사와 한국 축구 팬들의 염원을 무시한 선택이다. 우리는 축구 팬들에게 다시 큰 상처를 입힌 이 결정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만 홍 감독이 언제부터 대표팀 업무를 시작할지는 정해지지 않았다. 구단과 협의를 통해 조만간 울산 지휘봉을 내려놓을 예정이다. 이 이사는 "울산 구단에서 협회에 협조하고 한국 축구 발전에 도움을 줬다"면서 "울산에서 원하는 계획대로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울산은 10일 오후 7시 30분 울산문수경기장에서 광주FC와 하나은행 K리그1 2024 22라운드 홈 경기를 치른다. 홍 감독의 고별전이 될 수 있는 경기다. 홍 감독은 이날 경기에서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확실한 설명과 사과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