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9일 의결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검토 후 전자 결재 방식으로 이를 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해 "야당이 위헌성을 가중한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고 지적하며 재의요구권 의결 사유를 설명했다.
한 총리는 정부가 지난 21대 국회에서도 해당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여야간 합의 또는 정부의 수용을 전제로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돼야 할 특검이 야당 단독으로 강행 처리됐고, 내용적으로도 삼권분립의 원칙에 맞지 않으며, 정치적 중립성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 주된 이유"라고 밝혔다.
또, 당시 해당 법안이 국회 재의결을 거쳐 부결·폐기된 지 37일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국회가 이를 재추진한다면 여야 간 협의를 통해 문제가 제기된 사항을 수정, 보완하는 과정이 필요하지만, 야당은 오히려 위헌성을 한층 더 가중한 법안을 또다시 단독으로 강행 처리했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특히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 "기존의 문제점들에 더해 '기한 내 (특검) 미 임명 시 임명 간주 규정'을 추가했고, '특검이 재판 중인 사건에 대한 공소 취소 권한'까지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형사법 체계의 근간을 훼손하는 내용도 포함됐다"며 "특별검사의 수사 대상, 기간 등도 과도하게 확대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채상병 사건에 대한 진실 규명에 정부는 한치의 소홀함도 없을 것"이라면서도 "위헌에 위헌을 더한 특검법은 그 해법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 간 대화와 합의의 정신이 복원돼 거대 야당의 입법 독주와 정부의 재의요구권 행사가 이어지는 악순환이 종결되기를 염원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채상병특검법에 대해 지난 5월 21일 거부권을 행사했으며, 이 법안은 국회 재표결을 거쳐 5월 28일 폐기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22대 국회에서 '당론 1호'로 채상병특검법을 다시 발의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4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상병 특검법이 야당 단독으로 처리된 데 대해 "헌정사에 부끄러운 헌법 유린을 개탄한다"며 "위헌성 때문에 재의결이 부결됐으면 헌법에 맞게 수정하는 게 상식이고 순리일 텐데, 오히려 위헌에 위헌을 더한 반헌법적 특검법으로 되돌아왔다"고 비판했다.
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참석 등을 위해 미국을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은 전자 결재 방식으로 거부권 행사를 재가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