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 추진 여파로 지역 항공사 에어부산 존립이 위태로운 가운데, 정부가 에어부산 경쟁 항공사에 운수권을 의도적으로 몰아주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9일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부산 서·동구)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운수권 배분 현황'을 제출받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최근 10년(2014~2023년)간 국내 항공사에 신규 배분한 운수권은 모두 134개다.
이 가운데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이 각각 32개씩으로 가장 많은 운수권을 배분받았다.
이어 대한항공 19개, 아시아나항공 12개, 이스타항공 10개, 진에어 8개, 에어인천 6개, 에어부산과 플라이강원 각 5개, 에어로케이 3개, 에어서울과 에어프레미아가 각 1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티웨이항공 운수권은 10년 사이 5개에서 22개로 340% 증가했다. 제주항공도 8개에서 34개로 증갸율 325%를 기록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제주항공은 정부가 항공사 합병을 결정한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4년간 알짜노선인 싱가포르, 울란바토르 등 14개 운수권을 확보했다. 티웨이항공 역시 김포-가오슝, 크로아티아 등 12개 노선을 따냈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올해도 대한항공으로부터 유럽 노선 4개를 이관받았고, 서울-뉴델리·뭄바이 주 3회, 청주-발리 주 3회 등을 더해 모두 12개 노선을 추가 확보했다.
반면 에어부산은 운수권 배분에서 철저히 소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10년간 경쟁 항공사가 확보한 운수권의 6분의 1에도 못 미치는 5개에 그쳤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이 결정된 2020년부터 지난해 말까지는 운수권을 단 하나도 배분받지 못했다.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곽 의원은 정부의 운수권 배분 불공정성이 도를 넘었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곽 의원은 "항공사 합병 과정에서 제주항공과 티웨이항공은 특혜를 받고, 피인수 기업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운수권 배분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지적이 이번 조사를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산지역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에 대한 분리매각 요구가 이어지고 있고, 기업결합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합병을 전제로 불공정한 운수권 배분이 지속되는 것은 공정경쟁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자 사실상 에어부산 죽이기"라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운수권은 항공사 핵심 자산으로 항공사 경쟁력은 운수권 배분을 비롯한 국가 항공 정책 방향에 따라 좌우되는 게 현실"이라며 "정부가 불공정하거나 편파적으로 운수권을 배분하지 못하도록 '국제항공운수권 및 영공 통과 이용권 배분 등에 관한 규칙'에 따른 평가지표를 더욱 계량화하는 방안을 국토부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