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당구(PBA) 스페인 강자 다비드 마르티네스(크라운해태)가 물오른 헐크 강동궁(SK렌터카)의 2개 대회 연속 우승을 막고 통산 5번째 정상에 올랐다.
마르티네스는 8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하나카드 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에서 강동궁을 세트 스코어 4 대 2(9:15, 9:15, 15:12, 15:12, 15:6, 15:7)로 눌렀다. 1, 2세트를 내줬지만 내리 3~6세트를 따내는 저력으로 역전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 시즌 4차전 에스와이 챔피언십 이후 다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정상 등극으로 남자부 역대 다승 공동 2위에 올랐다. 프레드릭 쿠드롱(벨기에∙8회)에 이어 조재호(NH농협카드)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우승 상금 1억 원을 거머쥔 마르티네스는 통산 상금 6억9500만 원으로 7억 원 돌파도 눈앞에 뒀다.
결승 초반에는 강동궁이 압도하는 모양새였다. 개막전 우승의 기세를 업은 강동궁은 특유의 강력한 타법으로 난구를 풀며 1세트를 4이닝 만에 15 대 9로 따냈고, 2세트에서도 초구부터 하이 런 8점을 퍼부으며 거침 없이 질주했다.
하지만 3세트부터 마르티네스의 영점이 잡히면서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마르티네스는 3 대 4로 뒤진 6이닝에서 정교한 샷으로 5점을 몰아치며 역전에 성공한 뒤 차곡차곡 점수를 쌓아 11이닝 만에 15 대 12로 반격했다.
4세트에서 완전히 분위기를 끌어왔다. 강동궁이 초반 10 대 4까지 앞서 승기를 잡는 듯했지만 6이닝부터 5이닝 연속 공타에 허덕였고, 그 사이 마르티네스가 9이닝 하이 런 5점으로 또 역전한 뒤 11이닝 3점 등으로 다시 15 대 12(12이닝) 승리를 거뒀다.
기세를 탄 마르티네스는 5세트도 5이닝 연속 3득점으로 따냈다. 다급해진 강동궁이 2, 3이닝 6점을 만들었지만 마르티네스는 절묘한 걸어치기 원 뱅크 샷과 옆돌리기 등으로 추격을 잠재웠다. 마르티네스는 6세트에서도 공타 없이 5이닝 만에 15 대 7로 세트를 따내며 포효했다.
경기 후 마르티네스는 4세트 막판부터 12이닝 연속 득점한 데 대해 "한국 말로 '그분이 오셨다'는 걸 느꼈다"고 웃으면서 "세트 스코어 2 대 2 동점이 됐을 때 에너지 레벨이 상승하는 걸 느꼈고, 내 퍼포먼스를 그대로 보여줄 수 있었다"고 뿌듯한 소감을 밝혔다. 이어 "대회를 진행되면서 스스로 테이블과 공에 잘 적응을 해나가서 내가 성장한 게 느껴졌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현재 PBA를 떠나 있는 쿠드롱의 다승 1위 기록에 대한 야망도 내비쳤다. 마르티네스는 "이번 시즌이 될 수 있고, 다음 시즌이 될 수도 있다"면서 "항상 '한 번만 더하자, 한 번만 더하자'는 생각을 하는데 이런 마인드가 이어진다면 언젠가는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동궁은 2개 대회 연속 정상에 도전했지만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개막전부터 펼쳐진 연승 행진이 13경기에서 멈췄다. 강동궁은 "시작이 좋았다가 4강전 뒤 곧바로 결승을 치른 탓인지 점점 힘들어져서 아쉽게 됐다"면서도 "우승하지는 못했지만 과정은 나쁘지 않아 오늘 나름대로 기분이 좋다"고 미소를 지었다.
1경기에서 가장 높은 이닝 평균 득점을 기록한 선수에게 주어지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 원)은 최원준이 수상했다. 64강전에서 김현우1(NH농협은행)을 상대로 최원준은 애버리지 3.000을 찍었다.
PBA는 2차 투어를 마친 가운데 오는 15일부터 '웰컴저축은행 PBA 팀 리그 2024-25'에 들어간다. 9개 팀이 정규 리그 5라운드를 치른 뒤 플레이오프에서 우승자를 가리는 대장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