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채 상병 사망 사건'을 수사한 경찰이 수중 수색 과정에서 당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의 법적 과실이 없었다는 수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바둑판식 수색정찰' 등 사단장 지시사항과 채 상병의 사망 사이에 인과 관계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찰은 더 나아가 당시 임 전 사단장에게 '사전 위험성 평가 의무'가 없었으며 해병대원의 사망의 직접적 원인인 '수중수색 지시'는 당시 포11대대장의 자체 결정이라고 봤다. 경북경찰청이 지난해 8월 국방부로부터 사건을 넘겨받고 11개월여 만에 내놓은 수사 결과에 대해 "납득하기 어려운 봐주기 수사"라는 비판도 일각에선 나왔다.
경북경찰청은 이런 결론을 토대로 수사 과정에서 입건한 사건 관련자 9명 중 임 전 사단장과 하급자 2명 등 총 3명은 불송치하고 7여단장과 포11대대장, 포7대대장 등 현장지휘관 6명에 대해서는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총 13페이지 분량의 보도자료 중 절반이 넘는 7페이지 가량을 들여 임 전 사단장의 불송치 결정의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채 상병 사건 경찰 수사에 대한 사회적 이목이 임 전 사단장의 송치 여부에 쏠려 있다는 것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은 그간 언론에서 제기한 임 전 사단장 과실 관련 사례를 총 9가지로 정리하고 일일이 죄가 성립하는지 여부를 따졌다. 우선 경찰은 '작전 통제권이 없던 임 전 사단장의 작전 관련 지시'는 월권 행위로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임 전 사단장에게 지휘관으로서 부대원의 생명·신체상 위험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는 것은 인정하면서도 형사처벌 대상인 '업무상 과실'로 해석할 만한 잘못은 없다고 해석했다. "작전 통제권이 없던 임 전 사단장에게 수색 작전의 '사전 위험성 평가 의무'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논리다.
경찰은 채 상병 사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수중 수색' 작업을 꼽으면서도 임 전 사단장의 지시가 수중 수색으로 곧바로 연결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특히 '바둑판식으로 수색하라'는 지시가 "꼼꼼하고 면밀히 수색할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임 전 사단장 측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다만 경찰은 임 전 사단장과 달리 7여단장에 대해서는 업무상 과실이 인정된다고 봤다. 경찰 관계자는 "사망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은 (포11대대장의) 수중 수색 지시"라며 "여기 영향을 미쳤느냐가 수사의 핵심이었다. 7여단장의 경우 직접적인 지시라든가 소통이 부족했던 것 등 대대장 판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봤지만 1사단장은 7여단장과 달리 지휘 라인에 없었고 영향을 준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이날 경찰 수사 결과에 대해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사 결과"라고 비판했다. 박 대령 측 김정민 변호사는 "바둑판식 수색이 임 전 사단장 측 주장대로 수중 수색을 지시한 것이 아니더라도 병사들 사이 거리를 멀어지게 만든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수색 작업의 위험성을 증가시킨 업무상 과실로 볼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경찰이 7여단장은 송치하고 임 전 사단장을 불송치한 것을 두고선 "꿩 대신 닭"이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이 사건에서 7여단장의 송치 근거는 임 전 사단장에 대해서도 그대로 적용된다"며 "달리 처분할 근거 없이 누구는 처벌하고 누구는 봐준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편 임 전 사단장은 이날 입장문에서 "경찰 조사 결과는 그간 증거와 법리를 토대로 (제가) 말씀드린 바와 사실상 동일"하다며 "그간 채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밝힌 분들은 조속히 글을 정정하고 사과해 달라. 이를 토대로 민·형사 소송 등 권리구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