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역사상 처음으로 극우 정당이 의회 제 1당을 차지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조기총선 2차 투표가 7일(현지시간) 치러진다.
가장 큰 관심은 극우 정당인 국민연합(RN)이 최종 투표 결과 절대 과반의석을 차지하고 총리를 배출하게 될지 여부다.
프랑스에서는 하원 의원을 선출할 때 지역구 등록 유권자의 25% 이상, 당일 총투표수의 50% 이상을 득표하면 바로 당선된다. 그러나 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등록 유권자수의 12.5% 이상을 득표한 후보자들이 다시 2차 투표를 치르게 된다.
프랑스 하원 의석수는 577개인데 지난달 30일 치러진 1차 투표에서는 76개 선거구의 당선자만 확정됐다. 나머지 501개 선거구는 이날 2차 투표에서 당선자가 확정된다.
1차 투표에서 극우정당인 RN이 약진하면서 의회 제1당은 물론 절대 과반까지 달성하고 총리를 배출하는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지만, 2차 투표에서 견제심리가 발동됐다.
RN에 맞서 좌파연합 신민중전선(NFP)과 범여권 앙상블 소속 하위 후보들이 대거 사퇴하면서, 극우 대 좌파연합의 양자구도가 형성된 곳이 410곳으로 늘어나는 등 일종의 반(反) 극우 연대가 비공식적으로 형성됐기 때문이다.
7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여론조사업체 입소스가 지난 3일과 4일 유권자 1만101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RN과 그 연대 세력은 전체 577석 가운데 175~205석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또 좌파연합은 145~175석, 범여권은 118~148석이 예상된다.
지지율 1위를 달리는 RN의 조르당 바르델라 대표가 총리로 임명될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우파 공화당 등과 연합을 구성해 대통령에게 총리 임명을 압박하는 시나리오는 여전히 가능한 상황이다.
또 선거 결과에 따라서는 반 극우의 기치 아래 좌파연합과 범여권이 연대해 의회 다수 진영이 되면 좌파 연합에서 총리가 탄생할 수도 있어, 2차 투표 결과에 프랑스는 물론 온 유럽과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회 해산과 조기총선 카드를 꺼내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향후 입지도 관심이다. 유럽의회 선거로 드러난 극우세력 부상을 꺾기 위해 조기총선을 실시했지만 반대로 극우 세력에 의회 1당 자리를 내주게 생겼기 때문이다.
RN은 1972년 창당한 국민전선(FN)을 모태로 하고 있다. FN은 반공주의와 민족주의, 반(反) 이민, 반(反) EU 정책을 내세우며 반유대주의나 인종차별 성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창당 당시에는 프랑스 정계에서 비주류 중의 비주류로 평가됐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와 경제불황으로 프랑스에서 반(反) 이민, 반(反) EU 심리가 확산되고 2011년 마린 르펜 당시 당대표가 당명을 RN으로 바꾸고 급진 인사들을 배제하는 등 이미지를 혁신해 대중 지지를 얻었다.
RN이 의회 1당의 지위를 얻을 경우 반(反) 이민 등 극우 정책과 함께 세금감면, 프랑스 경제보호 등 포퓰리즘적 정책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EU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국가가 독일과 프랑스인 점을 감안하면 우크라이나전 대응 등 향후 EU의 정책 방향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반대로 마크롱 대통령의 경우 2027년 임기까지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고 레임덕 논란에 시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
2차 투표에서 범여권이 좌파와 연합을 구성하고 선전해 총리를 배출하는 것이 그나마 최선의 시나리오인데, 이렇게 되더라도 좌파 진영에 총리를 넘겨주는 이른바 '동거정부'를 구성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