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포먼스 상 하나 보고 왔습니다. 지나고 보면 진짜 후회할 수도 있고 흑역사가 될 수도 있는데 팬들을 웃겨드리고 싶은 그 목적 하나로 하는 겁니다. 그저 웃음을 주고 싶어서 준비했습니다. 동료들은 무조건 1등이라고 하더라구요"
롯데 자이언츠의 황성빈은 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 올스타전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퍼포먼스 상을 반드시 받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인터뷰 도중에도 "지금 머릿 속에 퍼포먼스밖에 생각나지 않는다"고 여러차례 말하며 웃기도 했다.
황성빈은 팬들을 실망시키지 않았다.
드림 올스타의 9번 타자 좌익수를 맡은 황성빈의 첫 타석은 3회말에 찾아왔다. 갑자기 1루 덕아웃 앞에 민트색의 오토바이가 등장했다. 황성빈은 민트색이 담긴 조끼와 헬멧을 착용했다.
한 눈에 봐도 그게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배달의 마황', 더 나아가 '라황(라이더황)'으로 변신한 것이다. 황성빈은 타석까지 오토바이를 운전해 이동했다.
하이라이트는 그 다음이었다. 황성빈은 내야안타로 출루했다. 마운드에는 NC 다이노스의 왼손투수 김영규가 서있었다. 황성빈은 김영규가 세트포지션으로 투구를 준비할 때 올 시즌 양현종(KIA 타이거즈)을 상대로 선보였던 특유의 '갈까 말까' 스텝을 선보였다.
황성빈이 예전보다 더 과장된 몸짓으로 거침없이 투수를 도발하자 관중석에서 큰 웃음이 터져나왔다. 김영규도 환하게 웃었다. 김영규가 왼손투수라 황성빈의 유쾌한 도발이 더욱 살았다. 김영규의 웃음은 황재균(kt 위즈)이 황성빈의 동작을 따라했을 때 환하게 웃었던 양현종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황성빈은 경기 전부터 어떻게든 1루 출루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전반기 최고의 밈(meme)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형들이 1루에서 양현종 선배에게 했던 스텝을 무조건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웃었다.
황성빈은 소원을 이뤘다. 그리고 퍼포먼스는 계속 됐다.
이어지는 드림 올스타의 4회초 수비 때 롯데의 팀 동료 박세웅이 등판했다. 그때 배달의 기사가 다시 등장했다. 황성빈은 철가방에 로진을 담아 박세웅에게 배달하는 창의적인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잔돈을 주려는 '배달의마황'을 만류하는 박세웅과 팁에 대한 감사 인사를 하는 황성빈의 퍼포먼스까지 100점 만점이었다.
올스타전은 승부의 무게를 내려놓고 팬들과 함께 즐기는 무대다. 수많은 선수들이 첫 타석 때 혹은 첫 등판 때 다양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나눔 올스타의 오스틴 딘(LG 트윈스)은 자전거를 타고 피자배달부로 변신했다. 대상은 드림 올스타의 포수 양의지(두산 베어스). 오스틴이 건넨 피자를 받은 양의지는 그 자리에서 피자 '먹방'을 선보여 큰 웃음을 자아냈다.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은 인기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의 류선재(변우석 분)로 변신했다. 드라마의 배경음악 아래 파란 우산을 들고 등장했다.
KIA는 드라마에서 임솔(김혜윤 분)이 류선재의 열혈 팬으로 응원해주는 것처럼 항상 열정적인 응원을 보여주는 KIA 팬들을 향한 감사의 의미를 담은 퍼포먼스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도영이 KIA 팬들의 팬이라는 뜻도 함께 담았다고 했다.
류지혁(삼성 라이온즈)은 자녀 셋과 함께 타석에 등장하며 '저출산 대책위원장'이라는 팻말을 높게 들었다. 박동원(LG 트윈스)은 자신과 닮은 배우 김광규의 노래를 틀고 앨범 자켓 코스프레를 했다. 윤동희(롯데 자이언츠) 역시 닮은 꼴 배구 선수라 불리는 김희진으로 변신해 야구장에서 스파이크를 선보였다.
수많은 퍼포먼스가 인천을 찾은 야구 팬들을 즐겁게 한 가운데 팬 서비스에 진심인 황성빈의 퍼포먼스는 '역대급'이라는 평가를 받을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