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진 차량에 부숴진 가드레일…갈 길 먼 보행자 안전 대책

사고 현장 가드레일 9개 중 6개 파손…참사 막지 못해
스쿨존內 '차량 방호 울타리' 설치 의무 강화됐지만
일반 도로 등에는 적용되지 않아 '불안'
서울시 "보도용 차량 방호 울타리 설치 검토중"
전문가들 "연석 높이고 보행자 공간은 넓혀야"

연합뉴스

16명의 사상자를 낸 '시청역 역주행' 가해 차량이 빠른 속도로 돌진하자 인도에 설치된 철제 가드레일은 완전히 부숴져 시민들을 지키지 못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번 참사를 계기로 보행자 안전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시청역 참사' 못 막은 '보행자용 울타리'…충돌 직후 6개 파손

6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시청역 참사 현장 한쪽 인도에 설치된 가드레일은 9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6개가 가해 차량과의 충돌로 부숴졌다.
 
이곳에 설치된 가드레일의 정식 명칭은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다. 무단 횡단을 막거나 보행자, 자전거 등이 길 밖으로 넘어지는 일을 방지하기 위해 설치된다. 하지만 충돌 성능 시험은 거치지 않아 인도로 돌진한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호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기는 어렵다.
 
지난 1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된 차모(68)씨가 몰던 차량은 서울 중구 조선호텔을 빠져나온 뒤,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다 인도를 덮쳤다. 이 때 가드레일이 파손되면서 보행자를 그대로 덮쳤다. 차량 방호 성능이 있는 울타리였다면 사고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유사 사고에도 사각지대 여전…스쿨존 내 '방호 울타리' 설치 의무만 강화

과거 시청역 참사와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인도에 설치된 가드레일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어린이보호구역 등 일부 구역에서만 관련 규정이 강화돼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난 이번 참사는 막지 못했다.
 
지난해 4월 8일, 대전 서구 둔산동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는 음주운전 차량이 인도를 침범해 어린이들을 덮치면서 1명이 사망했고, 3명이 크게 다쳤다. 같은 달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학교 스쿨존에서는 지게차에서 떨어진 1.7톤짜리 화물이 인도를 덮쳐 등교하던 초등학생 한 명이 숨졌다.
 
이런 안타까운 사고들이 잇따르자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스쿨존 내 방호 울타리 설치 의무를 강화했다. 다만 도심 내 일반 도로에서는 이런 규정이 적용되지 않아 법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보도용 차량 방호 울타리는 보행자용 방호울타리와 다르게 차량이 인도로 침범하는 사고를 막기 위해 설치된다.
 
서울시도 이번 참사의 후속 대책으로 인파 밀집 지역이나 교통사고 위험이 높은 지역에 보도용 차량 방호 울타리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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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석 높이고 완충공간 만들어야…야간‧초행길 교통환경 개선 필요"

전문가들은 차도와 인도를 나누는 연석(경계석)을 더 높이거나 나무 등 완충 공간을 두는 방안도 차량으로부터 보행자를 보다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삼성교통안전연구소 조준한 수석연구원은 "연석은 기본적으로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고 빗물이 도보로 침범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부가적으로는 차량이 보도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조 연구원은 "(연석을 높이면) 이번 사고처럼 고속 주행하는 차량이 연석에 1차적으로 부딪히니까 차량 방향을 (보도 바깥으로) 틀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한양대학교 도시공학과 고준호 교수는 "보행자가 많거나 사고 위험이 예상되는 지역에는 강도가 높은 방호울타리를 설치할 필요가 있다"며 "보행자 공간에 나무를 심거나 완충공간을 둬 보행 공간을 넓히고 보행자를 방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통신호 체계를 개선해 야간이나 초행길에 발생하는 교통사고 수를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야간에 시야 확보가 안 되는 지역은 신호등 체계를 개선하고, 초행길인 운전자가 착각할 수 있는 길을 도로 표지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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