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영화인들, 멀티플렉스 3사 "깜깜이 정산" 공정위 신고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을 조사해 달라며 4일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제공
영화인들이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가 티켓 판매로 발생한 매출을 투자·배급사에 분배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정산을 하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신고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이하 영화인연대)가 멀티플렉스 3사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을 조사해 달라며 4일 공정위에 신고했다.
 
영화인연대는 이날 오후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와 함께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극장 측이 영화배급사 및 제작사에 대하여 각종 할인과 무료티켓 등의 프로모션에서 발생하는 상세 내역을 공개하지 않는 등 불공정한 행위를 하여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위반했다"라고 주장했다.
 
극장 3사를 공정위에 신고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이른바 '깜깜이 정산'이다. 이들은 티켓 판매로 발생한 매출을 투자·배급사(제작사·창작자 수익 포함)와 분배하는 과정에서 깜깜이로 일관하며 불공정한 정산을 하고 있다고 설명하며 "각종 할인을 통해 판매된 실제 가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제공
영화인연대에 따르면 극장 3사는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사와의 할인에 대해 비밀 유지계약을 내세우며 상세부금 정산내역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보통 정산은 티켓 가격에서 영화발전기금과 부가가치세를 제외하고 남은 금액을 극장과 배급사가 나눠 갖는다. 그리고 배급사는 해당 금액에서 배급수수료를 제한 후 투자사, 제작사와 나누게 된다.
 
그러나 영화인연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티켓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객단가는 오히려 해마다 줄어들고 있다. 영화인연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티켓 가격 1만 5천 원(주말 2D 일반요금 기준)일 당시 객단가는 1만 285원(전체 영화 기준)이었는데, 2023년부터 올해까지 객단가가 1만 80원, 9768원으로 해마다 낮아졌다.
 
문제는 극장이 제공하는 부금명세서에는 구체적인 할인 내용이 담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영화인들은 이를 '깜깜이 정산'이라고 표현했다.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김재희 변호사는 "영화 상영 표준계약에 따라 극장이 배급사에 서면으로 부금계산서를 제공하는데, 이는 극장이 임의로 작성한 것"이라며 "어떤 것이 통신사 할인을 받은 티켓인지 구분할 수 없다. 또한 어떤 식으로 정산하는지 확인할 부분도 없다"라고 설명했다.
 
영화인연대는 "이러한 깜깜이 정산으로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세 차례나 티켓 가격이 올랐음에도 객단가(영화 티켓 평균 발권 가격)는 오히려 낮아져서 투자·배급사, 제작사, 창작자 등 영화계 구성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줄어들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등 15개 단체로 구성된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가 4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멀티플렉스 3사를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을 조사해 달라며 4일 공정위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한국영화산업 위기극복 영화인연대 제공
영화인들은 이러한 불투명한 정산과 이로 인한 불공정한 분배 문제가 결국 영화 생태계를 위축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영화계뿐만이 아니다.
 
담합 신고 부분을 담당한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추은혜 변호사는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소비자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소비자 간 가격 왜곡 현상을 만들고 있다. 알뜰폰 사용자는 통신사 할인을 받지 못한다"라며 "실제 객단가가 있다면 소비자는 왜 1만 4천 원, 1만 5천 원을 주고 영화를 봐야 하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라고 짚었다.
 
영화인연대는 "극장 티켓 가격의 거품 걷어내기와 투명한 정산을 강력히 요구하며, 이를 통해 한국 영화산업을 지키고 관객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선순환으로 이끌겠다"라며 "이번 극장 '불공정 정산'에 대한 공정위 신고는 한국 영화산업 생태계 복원을 위한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 신고와 함께 영화인연대는 공정위에 '불공정 정산'을 신속히 조사해 줄 것과 함께 국회에는 국정감사를 통해 영화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문제 해결과 법제화 노력을 해줄 것, 정부에는 2024년 대폭 삭감된 독립예술영화와 지역 생태계 예산 등에 대한 회복과 지원 및 영화발전기금을 확대할 것 등을 요구했다.
 
한편 이번 공정위 신고와 관련해 한국상영발전협회는 같은 날 공식 입장을 내고 영화인연대의 주장들이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하며 "극장은 표준 영화상영기본계약서에 따라 부금 정산 시 정산에 필요한 세부 내역을 배급사에 제공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극장과 배급사 간의 정당한 영업 활동이 위축돼 할인 혜택이 줄어든다면, 그 불이익이 관객들에게 돌아가 관객 감소라는 부정적인 연쇄 영향을 미칠까 심히 우려된다"라며 "근거 없는 의혹만으로 불필요한 논쟁을 일으키는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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