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당 주도로 추진된 채상병 특검법이 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법안에 반대해 온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안철수 의원만 찬성표를 던졌다.
총 투표 190명 중 189명 찬성…안철수 '찬성'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고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총 투표수 190표 중 찬성 189표, 반대 1표로 가결했다.국민의힘은 법안 추진과 야당 주도의 의사 진행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석하지 않고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다만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회의장에 남아 법안 표결을 찬성했다. 안 의원은 투표 후 기자들과 만나 "꽃다운 나이에 자신의 목숨을 바친 채 상병에 대해 진상을 밝히고 합당한 예우를 하는 것이 국가의 존재 의무다"라고 투표 배경을 설명했다. 반면 특검법의 취지에 동의해 온 같은 당 김재섭 의원은 표결에 참석해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의 법안 내용이 정쟁용이라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법안 통과 저지를 위해 전날부터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에 나섰지만, 이마저도 거대 야당에 의해 중단됐다. 전날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시작하자 민주당 등 야당은 즉시 토론 종결 동의를 제출했고, 이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이 하루 뒤인 이날 종결 표결을 강행하면서 토론이 강제 종료됐기 때문이다. 국회법에 따르면, 필리버스터는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토론 종결 동의를 제출하면 24시간 뒤 재적 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토론을 끝낼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마지막 토론자였던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토론을 종료하지 않으면서 여당과 야당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야당 의원들은 즉시 토론 종결을 요청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토론을 종결시키려는 우원식 의장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단체로 의장석 앞으로 나서서 우 의장에게 "사퇴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본회의 여파로 오는 5일 예정됐던 22대 국회 개원식도 연기됐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과 국회의장의 반성, 태도 변화 없이는 개원식에 참여할 수 없다"며 보이콧 의사를 밝히고, 윤석열 대통령 측에도 불참을 요청했다. 이에 우 의장 측은 개원식이 연기됐다며 관련 일정을 추후에 공지하겠다고 밝혔다.
尹 대통령 거부권 행사 전망…野 이탈표 끌어내기 '총력'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공은 윤 대통령에게 넘어갔다. 윤 대통령은 국회에서 법안을 넘겨받고 15일 이내에 재의요구권(거부권)을 쓸 수 있다. 앞서 대통령실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우려를 표해온 만큼,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실은 이날 특검 통과에 대해 "반헌법적이다"라고 비판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에서도 채상병 특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국회로 되돌아온 특검법은 재의결 기준을 넘지 못하면서 폐기됐다. 야당은 22대 국회에서 법안 내용을 기존보다 강화해 다시 특검법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특검 후보 추천권을 정당에 두고 수사 가능 범위도 확대했다.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에 대해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했고, 대통령이 특검 임명을 지연할 경우 후보 중 연장자가 자동 임명되도록 했다.
재의의결권 행사로 특검법이 국회로 돌아올 경우 재의결이 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민주당이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 등 야당 찬성표를 모조리 모아도 192표에 불과하기 때문에, 재의결을 위해서는 최소 8표 이상의 여당 이탈표가 필요하다. 야당은 채상병 특검에 대한 높은 국민적 여론이 무기로 최대한 국민의힘을 압박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