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탄핵' 왜 민주당도 검찰도 비판 받을까?[권영철의 Why뉴스]

민주당 중진 의원 "'검사 탄핵' 이재명 대표에 무슨 도움이 되겠나?"
전직 고검장 "검찰이 집단으로 나서서 민주당 공격하는 것도 부적절"
"탄핵은 검사 개인의 징계 문제, 검찰 조직이 나설 사안 아니다"
'검사 탄핵'은 민주당의 '무리수', 검찰의 '집단 반발'은 '덜컥수'


[박지환 앵커] 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면서, 검찰 뿐 아니라 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검찰은 전국 검사회의를 열자며 반발하고 있지만, 검찰 역시 자성의 목소리가 먼저여야 한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됩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함께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민주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실명을 밝히기는 그렇습니다만 이재명 전 대표의 측근인사가 밝힌 내용입니다.

"검사 4명의 이름을 잘 몰라서 찾아봐야 했다. 찾아보니 각각 사유가 다르더라", "통과시키는 의원들 조차 잘 모르고, 사유도 제각각인 사람들을 이렇게 왜 한 번에 했을까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전선을 넓히다보면 중요한 사안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는데, 민주당이 잘 하는 건지 의문"이라고 했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와 아주 가까운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도 "민주당의 원내 전략이 있는 건지 모르겠다"며 "이렇게 하는 게 이재명 전 대표에게 무슨 도움이 되고, 어떤 효과를 얻어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또 "지금은 '채 상병 특검'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국민들도 민주당이 윤석열 정부와 각을 세워서 싸우기만 바라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박지환 앵커] 생각보다 당 내 비판 여론이 강하군요? 이렇게 비판이 강한 이유가 뭘까요?

[권영철 대기자]  첫 번째는 검사 탄핵의 효과가 별로 없기 때문입니다.

[박지환 앵커]  효과가 없다? 왜요?

[권영철 대기자] 네.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검사 4명의 탄핵 사유를 하나하나 따져보면 아직 사실관계 입증이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민주당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안동완 검사의 경우 공소권을 남용한 명백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입니다. 또 고발사주 관련한 손준성 검사의 경우에도 1심에서 실형이 선고됐습니다.

안동완 검사의 경우 헌법재판관 6명이 공소권 남용을 인정하면서도 탄핵은 기각됐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검사 4명의 경우, 혐의 사실이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의혹의 상태이거나, 해당 검사가 부인하거나, 수사가 진행 중입니다. 탄핵소추는 입법부의 고유권한이라고 하지만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으면 헌재에서 탄핵이 인용되기는 어렵습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도 "지금 헌재 재판관 구성을 보면 사실관계가 확실해도 탄핵 인용이 어려운 실정인데, 사실관계가 규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탄핵소추안을 발의하는 건 역풍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왼쪽부터), 민형배, 장경태, 전용기 의원이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비위 의혹'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두 번째는 탄핵소추안을 발의한다고 해서 검사들이 위축되거나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지환 앵커] 그래도 탄핵이 발의되면 최대 6개월 정도 직무가 정지되지 않습니까?

[권영철 대기자]  그렇긴 합니다만 민주당 관계자는 "오히려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검사에게 '별'을 달아줄 뿐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탄핵소추안이 발의된 검사 혼자서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민주당 한 중진의원은 "수사는 검사 혼자하는 게 아니다.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하고 기소하는 과정에 부장, 차장, 검사장 도장 받고, 용산에 보고하고, 민정에서 컨트롤 하는데, 검사 1명 탄핵한다고 되겠느냐?"고 했습니다. 이재명 전 대표 관련 수사에 참여하는 검사가 70여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4명을 탄핵소추해서 직무정지 시킨다고 해서 수사에 영향이 있겠느냐는 겁니다.

서울중앙지검 4차장으로 이재명 전 대표 수사를 지휘했던 고형곤 수원고검 차장검사는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검사들은 단지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 실체적 진실을 밝혔을 뿐"이라면서 "위법 사항이 있었다면 그 수사를 책임지고 지휘한 그 지휘부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 것이지 실무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할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습니다.

세 번째는 검사들에 대한 탄핵 발의가 이재명 전 대표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지환 앵커] '검사 탄핵'이 이재명 전 대표에 불리하게 작용할 거라는 얘기인가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이재명 대표의 측근 인사가 문재인 정부 당시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때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당시 윤석열 사단 검사들이 요직을 차지하면서 검찰 내 비판 여론이 비등했습니다. 그런데 추 장관이 윤 총장을 계속 압박하면서 이른바 추·윤 갈등이 증폭되자 검사들이 뭉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 결과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로 이어졌다는 겁니다. (물론 추 전 장관은 이런 주장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검찰 내부에서는 '채 상병 특검'이나 '김건희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특히 김 여사 소환 문제를 두고 이원석 검찰총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갈등설까지 나돌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아직 잘못이 특정되지 않은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은 오히려 검찰을 뭉치게 만들 것이고, 그동안 탄압받는 피해자의 모습이던 이재명 전 대표나 민주당이 공격하는 또는 가해자의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겁니다.

총선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입법부를 장악해서 윤석열 정부와 '강대강' 대치를 하면서 공격 일변도로 나가는 건 전략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박지환 앵커] 그럼 민주당은 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한 건가요?

[권영철 대기자]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국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오늘 아침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 했는데요, 이 의원은 "검찰의 무도한 수사 방식,  진술 회유, 강요 이런 부분에 대해 자료도 요청하고, 개선 방안도 마련하도록 요구했는데 협조를 일체 하지 않다"면서 "그래서 저희 입장에서는 그 잘못된 수사 방식을 수사하도록 하는 특검법도 발의했다. 또 그런 위법 행위와 관련된 검사에 대해서는 이제는 검찰이 수사를 하지 않으니까 탄핵을 통해서 검사들을 견제한다 이런 생각으로 탄핵안을 발의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성윤 의원 말 들어보시죠

"검사들이 이런 문제가 있으면 스스로, 스스로 자정능력을 갖추고 그랬다면 이런 문제가 안 생기는데 저희들이 정치권에서는 그런 요구를 하면 검찰에서는 조사해보고 '이런 게 아닙니다'라고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으니까. 이걸 결국 검찰은 조사 않고 처벌도 않고 누구나 법 앞에 평등하잖아요? 검사도 잘못이 있다면 처벌해야 됩니다. 안 하니까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서 탄핵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 아닙니까?"

[박지환 앵커] 결국 검찰에 대한 견제 차원인 것 같은데요. 그런데 검사 탄핵에 대한 검사들의 반발도 예상 외로 거세던데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기자실을 찾아 기자회견까지 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런데 언론에 보도되는 걸 보면 '검사 탄핵'에 대해 반발하는 의견을 검찰내부망에 올리는 검사들이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면서 이재명 전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지휘해온 송경호 전 서울중앙지검장(현 부산고검장), 고형곤 서울중앙지검 4차장(현 수원고검 차장검사) 등입니다.

특히 이들이 주장하는 내용을 보면 법리적이거나 절차적인 언급이 아니라 정치적인 언어로 맞대응 하고 있습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원석 검찰총장의 말 들어보시지요.

"피고인인 이재명 대표가 재판장을 맡고, 이재명 대표의 변호인인 민주당 국회의원과 국회 절대 다수당인 민주당이 사법부의 역할을 빼앗아 와 재판을 직접 다시 하겠다는 것과 같다"

[박지환 앵커] 이원석 검찰총장의 발언이 정치적이라는 얘기인가요?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이원석 총장이 "검사 탄핵 사유는 이재명 대표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했는데, '정치적인 표현' 아니겠습니까?

대검찰청도 "민주당의 탄핵 추진은 검사를 겁박하고 법원과 판사에게 외압을 가해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것"이라는 입장을 냈는데, 이게 국민의힘에서 낸 비판문과 다를 바가 없지 않습니까?

고검장 출신의 한 중견법조인은 "검사 탄핵이 부당하고 부적절하다면 그건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지게 될 것인데, 검찰 수뇌부가 나서서 정치적인 언어로 공격하는 건 마찬가지로 부적절하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검찰내부망에 글을 올리는 검사들이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거나, 이재명 전 대표 수사에 관련된 검사들인데, 그들의 말이 묵묵히 일해온 순수한 검사들의 입장과 동일할 지는 의문"이라고도 했습니다.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 발의에 전국의 검사들이 나서서 정치적인 언어로 공격하는 건 국민들의 눈에도 그렇게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박지환 앵커] 결국 민주당도 잘못했고, 검찰도 잘못했다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권영철 대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이 검사 4명에 대해 탄핵소추안을 발의한 건 당 내부에서도 우려가 나올 정도로 무리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그런데 검찰이 이에 맞서서 강한 어조로 반박하는데 그 언어가 국민의힘이나 용산 대통령실의 언어와 별다른 차이가 없습니다. 용산과 국민의힘, 검찰이 하나로 엮여 있다는 인상을 주는 겁니다.

사실 검찰은 법률에 따라 수사하고 기소하고 하지 않습니까? 이원석 검찰총장이나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제대로 했습니까? 이태원 참사에 대한 수사를 제대로 했습니까?

검사 탄핵을 비판하는 일선 검사들이 권력에 대한 수사를 하지 못하는 검찰 수뇌부에 대해 제대로 비판한 적이 있습니까?  

특수통 출신의 한 중견 법조인은 "엄밀히 말하자면 탄핵소추는 검사 4명의 개인적인 사안 아니냐? 그런데 검찰총장부터 일선 검사들까지 나서서 정치적인 언어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탄핵안을 발의한 정당을 공격하는 건, 국민들이 볼 때는 검찰권으로 겁박하는 걸로 보이지 않겠나?"라고 말했습니다.  

바둑으로 비유하자면 민주당이 검사탄핵이라는 '무리수'를 뒀는데, 검찰이 집단 반발이라는 '덜컥수'로 받은 셈이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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