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레이스가 한창인 가운데, 당권 주자들의 공방도 점차 가열되고 있다. 원희룡 후보는 "나라면 총선에 지지 않았다"며 '총선책임론'을 꺼내들었고, 나경원 후보는 "채 상병 특검 수용은 포퓰리즘"이라며 한동훈 후보를 겨냥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총선참패론에서 다른 후보들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는 취지로 언급하면서도 "하나하나 다 대응하지 않겠다. 제가 참겠다"고 응수했다.
4일 원 후보는 총선 과정을 진두지휘했던 한 후보의 '총선책임론'을 재차 꺼내들었다. 그는 "누구 책임이 가장 큰 지는 모두 안다. 저라면 비대위원 구성 그렇게 하지 않았다. 국민의힘의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면서 그 속에서 용기 있게 변화를 추구하는 분들로 구성했을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한동훈 비대위'는 많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가 비대위원장이었다면 총선 경험 없는 분에게 공천 전략을 맡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의도연구원장도 최고 전략가를 모셨을 것이다. 지난 총선을 되돌아보면 어설픈 아마추어들이 프로 중의 프로들과 맞붙어 참패한 선거다. 공천·전략·메시지·정책 뭐 하나 이길 무기가 없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제가 절대적으로 옳다는 게 아니다. 다만 한동훈보다는 원희룡이 상대적으로 총선 지휘에 더 나았을 것이라는 뜻"이라며 "지나간 일은 지나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다. 다시 그런 후회를 하지 않으려면 이번에는 원희룡에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 후보가 총선책임론을 꺼내들며 '여의도연구원장'을 콕 짚어 지적한 배경에는 최근 이상규 최고위원 후보를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한동훈 배임설'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당 총선백서특위에 참여 중인 이상규 후보는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총선 때 여의도연구원에서 예산을 들여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이미지에 대한 여론조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친윤'(親尹)계인 이 후보는 원 후보 측 인사로 분류된다.
그는 한 유튜브 채널에서 "백서팀에 있으면서 여의도연구원에서 어떤 여론조사를 했는지 다 봤다. 굉장히 심각하다"며 "(총선 당시) 여의도연구원에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이미지를 조사했다. 그게 제일 황당하다. 후보도 아닌데"라고 주장했다.
이어 "빅데이터를 이용한 조사도 했고, 천 명한테 여론조사도 했다. 천 명 조사하는 비용이 굉장히 비싸다"고 강조했다.
윤상현 후보는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된다면 대통령과의 갈등으로 당이 분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한 후보에게 후보직을 내려 놓으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통령과 당 대표의 갈등으로 당이 분열하면 민주당 탄핵 공세에 또다시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와 두려움이 당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며 "한 후보가 후보직을 내려놓는다면 원희룡 후보도 물러서게 될 것이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이번 전당대회는 '한동훈 대 원희룡' 구도로 가면 안 된다. 그것은 대통령과 당 대표의 충돌로 가는 길이다. 한 후보의 애국적·애당적 결단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나경원 후보는 한 후보의 '채 상병 특검 수용' 입장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어제와 오늘, 우리 국민의힘 동료 의원들의 필리버스터 투쟁에 박수를 보낸다"며 "필리버스터를 통해 우리가 지켜야 할 원칙과 입장이 더욱 분명해졌다. 특검 추천권자가 누구인지와 무관하게, 채 해병 특검은 수용할 수 없다. 특검의 의도, 목적, 내용, 그리고 결과 모두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동훈 후보께서도 우리 당 의원들의 필리버스터를 보셨을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묻는다"며 "여전히 채 해병 특검을 수용해야 한다는 입장이신가. 아니면 이제라도 그 입장을 철회하시겠나"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한동훈 후보자의 채 해병 특검 수용 주장은 포퓰리즘"이라며 "소신을 저버리고 시류에 편승하는 정치, 여론만 살피며 유리한 길만 찾는 정치가 바로 우리 국민의힘이 극복해야 할 포퓰리즘 정치 아닐까. 우리 동료 의원들의 절규와 외침에 이제 한동훈 후보도 올바른 답을 내놓을 차례"라고 덧붙였다.
반면 한 후보는 원 후보의 '총선책임론'에 대해선 "나 후보, 원 후보 역시 전국 공동선대위원장이셨고, 윤 후보는 인천총괄선대위원장이셨다는 말씀을 드리겠다"며 다른 후보들 역시 총선참패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는 취지로 반박했다.
다만 경쟁 후보들의 여러 네거티브 공세에 대해 "하나하나 다 대응하지 않겠다. 제가 참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