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선후보 첫 TV토론 참패 이후, 민주당 안팎에서 제기된 '바이든 사퇴' 여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가 이번 사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로이드 도겟 민주당 하원의원(텍사스·15선)이 당내 의원 중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2일 바이든의 자진 사퇴를 촉구한 데 이어 수십명의 민주당 의원들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며 이에 동참할 뜻이 있음을 피력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 통신은 민주당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민주당 하원의원 25명이 향후 며칠간 바이든 대통령이 흔들리는 모습을 보일 경우 등을 돌릴 수 있다"고 구체적인 수치까지 언급했다.
실제로 몇몇 의원들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5천만 명의 미국인이 그 토론을 시청했고, 토론을 보는 내내 고통스러웠다"며 "내가 본 것을 다른 많은 사람들도 봤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원은 "지금의 바이든에 대해 설명할 수 있는 단어는 '완고함'"이라며 "이게 얼마나 큰 재앙인지 깨달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처참한 토론 이후 캠프 관계자들 주도로 민주당의 단결이 과시됐지만, 일부 의원들은이 민주당이 패배로 향하고 있다고 경고하며 단결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다만 지난 주말 대통령 별장인 캠프데이비드에서 캠프 관계자, 측근, 가족들과 회동을 가진 바이든 대통령은 이들의 조언을 바탕으로 현재 대선 완주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 캠프도 도겟 의원의 성명에 대한 답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절대 중도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바이든 캠프측은 6월에도 대규모 후원금이 답지했고, 특히 TV토론 이후 소액 기부들이 크게 늘었다며 TV토론 이후에도 여론조사 추이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강조했다.
일부 인사는 토론이 문제가 아니라 그걸 확대·재생산하는 언론의 탓이라고 주장해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캠프데이비드에서 복귀한 이후 미국 독립 기념일인 오는 4일 군 장병 가족들과 축하 행사를 가지는 것을 포함해 별도의 유세 없이 일상 업무만 이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현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의식한 등 이후 백악관은 대통령의 공식 일정에 몇 가지 추가 사항을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일에는 민주당 출신 주지사들과 화상으로 회의를 갖고 TV토론 이후 제기된 각종 우려에 대해 설명하는 한편 당의 단합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도 같은 날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한 전화 회의를 열고 내부 결속을 도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5일에는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 출연할 예정이다. 사전 녹화돼 5일 공개되는 이번 인터뷰에 관심이 가는 이유는 TV토론 후 첫 언론 인터뷰인데다 사전 조율 없이 잇단 질문에도 대통령이 잘 대처하는 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는 점이다.
대통령의 거취를 묻는 질문에 어떤 대답이 나올 지도 관전 포인트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미 연방대법원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일부 인정한 것과 관련해 긴급 연설을 갖고 "연방대법원이 법치를 훼손했다"고 강력하게 성토하면서도 기자들의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고 연단을 내려왔다.
이밖에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주에 경합주인 위스콘신 방문도 계획하고 있다.
다음주에는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회견도 열 예정이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이 대선 캠페인에서 물러나야한다는 요구가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통령은 복귀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은 지난 3년 반 동안 해 온 일에 계속 집중할 것"이라고 답했다.
일각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가족과 최측근에 둘러싸여 고립되면서 상황을 직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시간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현재 대선 후보를 공식 지명하는 민주당 전당대회까지 6주, 대선까지 130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전국위원회는 바이든 대통령을 7월 21일 공식 지명하는 안도 검토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