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지대학교 바둑학과 폐과 논란 등으로 바둑 위기론이 대두되는 상황에서 경기도와 강원도의 기초지방자치단체가 잇따라 여자 프로팀을 창단, 바둑계의 반기는 목소리가 높다.
3일 한국기원 등에 따르면 경기도 평택시 여자프로바둑 '평택 브레인시티팀'이 지난달 27일 평택도시공사에서 발대식을 열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평택 브레인시티팀' 선수들은 평택도시공사 소속으로 경기에 나서게 된다. 평택도시공사는 발대식에서 재단법인 한국기원과 바둑 문화 발전 및 저변 확대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감독에는 안형준 5단이 선임됐다. 선수는 스미레 3단, 김주아 3단, 고미소 2단, 리야오시 5단 등 4명으로 구성됐다. 특히 스미레와 리야오시는 각각 일본과 중국 국적으로, 평택시는 이들 2명 선수를 지명한 이유에 대해 "실력뿐 아니라 스타성을 갖췄으며, 국제 도시를 표방하는 평택의 이미지에도 부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장선 평택시장은 "평택 브레인시티팀 창단을 축하한다.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팀을 적극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안형준 감독은 "프로라 하면 언제나 우승을 목표로 하는게 당연하다. 창단 첫해이지만 당연히 우승이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평택 브레인시티팀'은 오는 11일 개막하는 '2024년 한국여자 바둑리그'에 출전한다. '한국여자 바둑리그'는 2015년 출범한 국내 최초의 여성 바둑리그다. 정규 리그는 8개팀 14라운드 56경기 168대국이 열린다. 상위 4개팀이 스텝레더(사다리) 방식으로 포스트 시즌을 벌여 최종 순위를 결정한다.
이에 앞서 강원도 철원군도 지난달 25일 군청 상황실에서 여자 바둑팀 '철원한탄강 주상절리길팀'의 발대식을 열고 팀 창단을 공표했다. 이 팀은 김혜림 감독, 송지훈 코치, 주장 조승아(6단) 등 모두 6명으로 구성됐다.
평택시와 철원군의 잇따른 여자 프로 바둑 팀 창단에 바둑계도 환영의 입장이다. 특히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에 활력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박진서 한국기원 보급 홍보팀장은 "이번 여자 바둑리그에 평택시와 철원군이 함께 하게 되면서 바둑계가 활기를 찾는 분위기"라며 "팬들 역시 경기도와 강원도의 대표로 출전한 두 팀에 대한 기대가 높아 어느 때보다 뜻깊은 시즌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남치형 명지대 바둑학과 교수는 "이번처럼 국내에서도 여자 바둑리그 등에 새로운 팀들이 신설되고 국제적으로도 바둑의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 상황이다. 바둑이 사양 산업이라는 일부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내 바둑계가 신설팀 창단을 계기로 내실과 함께 이런 상황을 홍보하는 데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좋겠다. 평택과 철원의 여자 바둑팀의 선전을 기원한다"고 응원했다. 남 교수는 1990년에 입단해 2020년 10월까지 30여년간 프로 바둑 기사로 활동하다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