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선거가 후보 간 설전으로 얼룩지고 있다. 대세론을 등에 업은 한동훈 후보와 그 기세를 흔들기 위한 나머지 후보들의 말싸움이 쉴 틈 없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2일 열린 비전발표회에서도 각 후보들의 정책 경쟁보다는 장외에서 벌어진 네거티브가 더 치열하게 펼쳐졌는데, 지나친 갈등으로 인해 전당대회 이후가 더 걱정된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비전' 없는 비전발표회…정책 경쟁 실종, 설전(舌戰)만 부각
국민의힘 당권주자들은 이날 오전 '체인지 5분 비전발표회'에 참석해 향후 당을 이끌 청사진을 발표했다.
한동훈 후보는 "지금 국민의힘은 힘이 없다. 지금이 변화의 골든타임"이라며 보수의 변화를 강조했다. 원희룡 후보는 "신뢰에 기반한 활력 있고 생산적인 당정 관계 이끌겠다"며 레드팀 팀장 역할을 자임했고, 나경원 후보는 "국회를 모르면 의회독재에 속수무책"이라며 수도권에서 승리한 5선 국회의원인 자신이 적임자임을 내세웠다. 윤상현 후보는 "우리 당에는 정말로 사슴을 쫓아내는 늑대가 필요하다. 저 윤상현이 늑대가 되고자 한다"며 당의 창조적 파괴를 강조했다.
하지만 후보들의 비전 발표 시간은 5분으로 제한됐고, 내용도 원론적인 차원에 머물면서 장외에서 벌어진 '네거티브 공방'에 더 큰 이목이 쏠렸다. 특히, 한동훈 후보가 출마를 선언하며 주장한 '채상병 특검법 조건부 찬성'이 이날도 집중 포화 대상이 됐다.
원희룡 후보는 비전발표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대통령을 끌어내리기 위한 정략적 특검이라는 것을 국민이 아는데 여론이라는 이유로 당대표가 되겠다는 사람이 일방적으로 (특검에) 앞장서선 안 된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한 후보의 주장을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자 한 후보는 반격에 나서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은 특검법을 막기 위한 어떤 대안을 가졌는지 오히려 묻고 싶다. 그 답을 먼저 해달라"며 받아쳤다. 그러면서 "(민주당 특검법을) 그냥 지켜보자는 것인지, 8명의 (여당) 이탈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인지 그 방안을 제가 오히려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지난 주말을 기점으로 시작된 '배신의 정치' 공방도 이날 내내 이어졌다. 원 후보는 전날 한 후보를 향해 "민주당원인가"라고 비꼰 데 이어 비전발표회를 마친 후엔 "당대표로 나오려면 100일 비상대책위원장 동안 대통령과의 소통 부재, 갈등·오해 해소 노력이라도 하고 (전당대회에) 나와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대통령과의 관계를 문제 삼았다.
또 윤상현 후보는 "'배신'이니 '절연'이니 당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 송구스럽다"면서도 "3명의 후보를 두고 뭐했냐고 하지만 저는 제 지역(인천 동미추홀을)에서, 원 후보는 인천 계양, 나 후보는 서울 동작을에서 백병전을 치렀다"며 총선 패배를 지휘한 한 후보의 결점을 부각했다.
나경원 후보는 "대통령과 각 세우는 당대표, 대통령에 빚 갚아야 하는 당대표, 둘 다 안 된다"며 한 후보와 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파국' 전대 우려…정치적 타격 불가피 '후폭풍' 지적도
네거티브 공방이 쉴 틈 없이 전개되며, 당 쇄신을 이끌 적임자를 찾자는 이번 전당대회의 본래 목적은 뒷전으로 밀려난 형국이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심화될 경우 어떤 후보가 당권을 잡든 갈등을 수습해 당을 하나로 모으기도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CBS 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당권 주자 간 설전이 심화할 경우 전당대회 이후로도 극한의 계파 갈등은 이어질 수밖에 없고 어떤 후보가 당선되든지 간에 차기 지도부의 리더십 타격은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향후 당 정체성에 대한 고민 없이 완성된 당 지도부는 총선 이전의 국민의힘과는 차별성이 없다는 평가를 받게될 텐데 이는 국민의힘 뿐 아니라 윤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