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2015시즌 미국프로농구(NBA)는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GSW)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린 첫 시즌이다. 마크 잭슨을 떠나보내고 스티브 커 감독 체제로 전환한 골든스테이트는 스테판 커리, 클레이 탐슨, 드레이먼드 그린, 안드레 이궈달라 등을 앞세워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로 복귀한 르브론 제임스를 제치고 파이널 우승을 차지했다.
2014-2015시즌 골든스테이트의 압도적인 힘을 알렸던 대표적인 경기는 아마도 한국 시간으로 2015년 1월 24일에 열렸던 새크라멘토 킹스전이었을 것이다.
골든스테이트는 전반까지 56-51로 근소하게 앞섰다. 하지만 3쿼터가 끝났을 때 점수차는 24점으로 크게 벌어졌다. 워리어스의 슈팅 가드 클레이 탐슨이 3쿼터를 지배한 덕분이다.
클레이 탐슨은 3쿼터 12분 동안 3점슛 9개를 터뜨리며 무려 37점을 몰아넣었다.
탐슨이 쿼터 초반부터 매서운 3점슛 감각을 자랑하자 동료들은 탐슨에게 공격을 몰아줬다. 킹스도 가만히 보고 있지만은 않았다. 더 강하게 수비를 펼쳤지만 물 오른 탐슨을 저지할 수 없었다. 탐슨은 고난도 슈팅을 거침없이 성공했고 결국 NBA 단일 쿼터 최다득점 신기록을 썼다(당시 SPOTV에서 골든스테이트-새크라멘토전을 해설하고 있었다. 3쿼터 때 소리만 질렀던 기억이 난다. 기침이 안 나온 게 다행이었다).
골든스테이트는 2015년 우승을 차지했고 2016년에는 시카고 불스의 1995-1996시즌 기록(72승 10패)을 갈아치우고 NBA 정규리그 단일 시즌 최다승(73승 9패) 신기록을 세웠다(우승을 하지는 못했다).
케빈 듀란트가 합류한 2016-2017시즌부터는 2년 연속 NBA 파이널을 제패했고 2022년 다시 NBA 챔피언으로 우뚝 섰다. 골든스테이트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8년 동안 여섯 번이나 파이널 무대에 진출해 4회 우승을 달성했다.
골든스테이트는 "슈팅 위주의 팀은 우승할 수 없다"는 찰스 바클리 TNT 해설위원의 예상을 보란듯이 깨뜨리며 정상을 차지했다. 시대의 아이콘 스테판 커리의 활약이 결정적이었지만 클레이 탐슨 없는 골든스테이트 왕조 역시 상상하기 어렵다.
클레이 탐슨은 워리어스가 오클라호마시티 썬더에 2승 3패로 밀렸던 2016년 서부컨퍼런스 파이널 6차전에서 3점슛 11개를 포함, 41득점을 몰아넣으며 탈락 위기의 팀을 구했다. 이때부터 그에게는 유독 플레이오프 시리즈 6차전에 강하다는 이유로 '게임 식스 클레이(Game 6 Klay)'라는 별명이 붙었다.
2016년 12월 인디애나 페이서스와 홈 경기에서는 개인 최다인 60점을 퍼부었다. 놀라운 부분은 클레이 탐슨의 출전시간이었다. 그는 29분밖에 뛰지 않았다. 그의 엄청난 활약으로 승부가 일찍 결정되는 바람에 4쿼터를 뛸 필요가 없었다(훗날 스테판 커리가 60득점 경기를 달성하자 탐슨은 "60득점 클럽에 가입한 걸 환영"한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클레이 탐슨은 2018년 10월 또 심상치 않은 3쿼터를 보냈다. 시카고 불스와 원정 경기에서 3쿼터 시작과 함께 3점슛을 몰아쳤다. 스테판 커리, 케빈 듀란트, 드레이먼드 그린 등 동료들은 탐슨에 슛 기회를 몰아주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그때마다 탐슨은 응답했다.
그는 3쿼터 중후반 케빈 듀란트의 어시스트를 받아 3점슛을 넣었다. 클레이 탐슨은 세리머니를 펼쳤고 시카고 팬들마저 그에게 박수를 건넸다. 이날 경기에서 터진 14번째 3점슛. 클레이 탐슨이 스테판 커리의 종전 기록 13개를 뛰어넘어 NBA 역사상 한 경기에서 가장 많은 3점슛을 넣은 선수로 역사에 기록된 순간이다.
이처럼 클레이 탐슨은 골든스테이트에서 영광의 순간들을 수도 없이 연출했던 선수다. 스테판 커리와 함께 '스플래시 브라더스'로 불리며 상대 백코트를 공포에 몰아넣었다.
부상. 클레이 탐슨과 골든스테이트 팬들에게는 아찔한 기억이다. 그는 2019년 토론토 랩터스와 파이널 시리즈 막판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부상 복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아킬레스 건이 파열됐다.
클레이 탐슨은 안타까운 부상 때문에 두 시즌을 뛰지 못했다. 복귀 이후 탐슨은 복귀 이전과는 분명 달랐다. 탐슨은 리그를 대표하는 '공수겸장' 중 한 명이었다. 복귀 이후에는 수비력이 예전에 비해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그래도 클레이 탐슨은 2022년 우승에 기여하며 스테판 커리, 드레이먼드 그린과 함께 다시 한 번 우승의 감격을 나눴다. 2022-2023시즌에는 개인 최초로 한 시즌 300개 이상의 3점슛을 기록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해당 시즌 3점슛 성공률은 41.2%로 부상 이전 수준에 근접했다.
그러나 클레이 탐슨은 2023-2024시즌 77경기에 출전해 평균 17.9점에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프로 3년 차(18.4점) 이후 최저 기록이다. 극심한 기복 때문에 시즌 중반 주전 자리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골든스테이트는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시즌 중반부터 클레이 탐슨의 연장 계약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결국 그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클레이 탐슨은 사인-앤드-트레이드 형식을 통해 3년 총액 5천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하며 댈러스 매버릭스로 이적했다. NBA 역사상 가장 많은 3점슛을 쏟아내며 새로운 시대를 이끌었던 '스플래시 브라더스' 백코트는 이제 공식적으로 해체됐다.
스티브 커 감독을 비롯해 구단은 클레이 탐슨과 재계약을 원했지만 탐슨의 마음을 돌리지는 못했다. 탐슨이 워리어스를 떠날 수도 있다는 전망은 몇 주 전부터 구체화되기 시작했고 결국 현실이 됐다. LA 레이커스 역시 영입전에 뛰어 들었지만 탐슨은 루카 돈치치, 카이리 어빙과 함께하기로 했다.
댈러스는 2024년 서부컨퍼런스 챔피언이다. 파이널에서 보스턴 셀틱스에 패했지만 언더독으로 시작해 서부컨퍼런스를 제패하며 미래를 밝힌 구단이다. 도움수비를 끌어당기는 힘이 압도적인 돈치치와 함께 뛰는 특급 슈터 클레이 탐슨의 조화를 벌써부터 많은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골든스테이트는 클레이 탐슨의 댈러스 이적이 확정된 후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탐슨의 커리어를 소개하며 오랜 시간 팀과 함께 했던 탐슨의 열정과 공헌에 감사의 뜻을 표했고 아울러 그의 미래에 행운을 빌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