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임중 보수 대법관들 임명 트럼프, 최대 수혜자 '등극'

연합뉴스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보수 우위로 재편됐던 미 연방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가도와 관련해 잇달아 그의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미 이른바 '성추문 입막음 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았지만, 사실 가장 걱정했던 재판은 '1·6 의사당 난입 사태' 등과 관련된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공정하게 치러진 대선 결과를 부정하고 지지자들에게 폭동을 선동했다는 혐의는 누가봐도 반(反)민주주의적이어서 미국이 추구하는 가치와는 상당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를 모를 리 없는 바이든 대통령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런 '아킬레스건'을 집요하게 파고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3월 마지막 국정연설을 필두로 시간 날때마다 "2021년 1월 6일은 남북전쟁 이후 민주주의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이었다"며 "역사는 그들의 실패를 지켜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속한 정당과 상관없이 모든 미국인은 민주주의를 수호해야 한다"며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도높게 몰아세웠다. 
 
그런데 미 연방대법원이 최근 잇달아 '1·6 의사당 난입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판결을 내놓고 있다. 
 
연방대법원은 지난달 28일에는 '1·6 의사당 난입사태'와 관련해 일부 격렬 시위 참가자에 대해 "부당 기소를 했다"고 판결했다.
 
문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같은 혐의로 특검에 의해 기소됐다는 점으로, 이는 특검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특정 의도를 가지고 의회를 방해했다는 점을 증명해야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 3월 연방대법원은 "콜로라도주 대법원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2024년 대선 예비선거 투표 용지에서 제외시킨 것은 잘못됐다"고 밝혀 트럼프의 대선 후보 자격을 유지시켰다. 
 
당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연방대법원이 현재 미국에서 지지율이 가장 높은 후보에게 대선 출마를 하지 말라고 말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허세를 부리기도 했지만, 결론을 보니 말 그대로 됐다. 
 
여기다 이번에는 '1·6 의사당 난입 사태' 등과 관련해 대통령의 면책특권을 주장하는 트럼프측에 연방대법원이 '일부 인정' 판결을 내리면서 사실상의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불과 1년 전과 비교해봤을 대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앞서 잭 스미스 특검은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패배 후에도 권력을 유지할 목적으로 유권자의 분노를 야기하고 국민 신뢰를 훼손하는 거짓말을 퍼뜨렸다"며 대선 결과 전복 시도 혐의 등으로 그를 기소했다. 
 
이 사건을 맡은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대중에게는 이 사안이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종결돼야 할 권리가 있다"며 아예 2024년 3월 4일로 재판 날짜를 못박기도 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측은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대통령의 '면책 특권'을 들고나왔고, 1·2심은 이런 주장을 단칼에 기각시켰다. 
 
하지만 이날 연방대법원은 "전직 대통령은 재임 중의 공식적 행위에 대해 절대적인 면책 특권이 있으나 비공식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면책특권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6대3으로 결정했다.
 
그러면서 연방대법원은 이어 하급심 법원에게 트럼프 전 대통령의 혐의에 대한 면책 특권 적용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명령했다.
 
재판 지연을 위해 꺼낸 논리에 연방대법원이 호응하면서 트럼프측은 뜻하지도 않은 기대 이상의 결과와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미 언론들은 "연방대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 결과 전복 시도와 관련한 본 재판이 오는 11월 대선 전에 시작될 가능성이 희박해졌다"고 보도했다. 
 
재임 기간 잇단 보수 대법관 기용으로 연방대법원을 6대 3의 확고한 보수 우위로 재편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 가장 큰 수혜자가 되고 있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연방대법원은 지난 2000년 대선에서 '플로리다 재검표'와 관련해 아들 조지 부시 후보의 손을 들어주면서 대선 결과에 결정타를 날린 적이 있었다. 
 
당시 플로리다주에서는 투표 용지가 복잡하게 제작된데다 투표용지에 구멍을 내는 방식으로 후보를 선택하게 해, 무효표가 속출했다. 
 
기계식 개표 결과 부시 후보가 900표 차이로 승리했는데, 고어 후보 지지자들의 청원과 주 법원의 승인에 따라 수작업 재개표가 이뤄졌다.
 
수개표가 일부만 진행됐는데도 표차가 300표로 줄어들었고, 승자독식제의 미국 대선 방식을 감안할 때 차기 대통령의 이름이 바뀔수도 있는 상황이 연출됐다.
 
이에 부시 후보측에서 주법원의 관할권 문제와 위헌 문제 등을 제기하며 '수작업 재개표를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간 이 사건에서 대법관들은 재개표 중단을 명령해 부시의 승리가 확정됐다.
 
이후 연방대법원은 선거 개입 논란과 함께 국론 분열이라는 엄청난 후폭풍에 직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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