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배구, 전 세계 홀렸다' 韓과 벌어지는 격차 "남녀 모두 톱 클래스"

일본 대표팀 주장 이시카와 유키 SNS 캡처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 남자 배구. 아시아 남자 배구 역대 최고 성적에 대한 찬사가 쏟아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여자 배구와 함께 세계 톱 클래스에 위치하게 됐다"며 자랑스럽다는 의견이 줄짓고 있다. 이러한 반응은 자국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유럽 등 해외 팬들마저 "수준이 작년보다 더 높아졌다", "올림픽 결과는 더 화려할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나온다.

프랑스 출신 필리프 블랑 감독이 이끄는 일본 대표팀은 1일 폴란드 우치에서 열린 2024 VNL 결승에서 프랑스와 격돌해 세트 스코어 1 대 3(23-25 25-18 23-25 23-25)으로 아쉽게 패했다. 그러나 매 세트 대등한 경기력이었다.

일본은 2015년부터 현 주장 이시카와 유키를 중심으로 대표팀 세대 교체에 돌입했다. 2021년부터는 블랑 감독에 지휘봉을 맡겼고, 꾸준하게 국제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이제 일본은 2024 파리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수준에 근접했다. 주장이자 에이스 이시카와(192cm)는 "차이가 그렇게까지 느껴지지 않았다"며 "국제 대회 결승은 처음이었는데,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차세대 에이스로 평가받는 니시다 유지(186cm)는 "파리올림픽에서 결과를 낼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일본 팬들도 대표팀의 성적을 자랑스러워 하고 있다. 한 팬은 "세트 스코어는 1 대 3으로 밀렸지만 총점수는 거의 호각세였다"며 "여자 대표팀과 함께 세계 톱 클래스에 위치하고 있는 것은 훌륭한 일이다. 올림픽에서는 메달을 목표로 해달라"는 글을 온라인에 남겼다.

또 다른 팬은 "폴란드에서 열린 경기라서 완전한 원정 경기나 다름없는데, 그런 분위기에서 우승은 굉장한 결과"라고 짚었다. 이어 "이런 불리한 상황 속에서 휘둘리지 않고 싸웠다는 점이 훌륭하다"고 썼다.

왼쪽부터 이시카와 유키, 니시다 유지. 각 선수 SNS 캡처

해외 팬들도 일본 배구에 매료됐다. VNL을 비롯, 여러 국제 배구 경기를 즐겨보는 영국인 메건 리치스(30·Megan Riches)는 1일 CBS노컷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 대표팀은 (이번 VNL에서) 전체 2위를 했다"며 "47년 만에 결승에 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일본 남자 대표팀이 세계 대회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것은 1977년 배구 월드컵이 마지막이다.

이어 메건은 "일본 남자 배구 경기를 볼 때마다 그들의 전술에 대해 생각해본다"며 "팀의 최고 조합이 무엇인지 분석해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공격적이거나 빠르기만 한 플레이를 추구하는 팀들이 많은데, (일본은) 이와 비교되는 플레이를 한다"고 분석했다.

스타 플레이어의 존재 역시 메건이 일본 배구에 매력을 느낀 이유다. 메건은 "나는 이시카와의 팬이다. 가장 좋아하는 선수"라면서 "못 할 수가 없는 선수"라고 덧붙였다. 이시카와는 결승전에서 17득점을 기록, 명실상부 일본의 에이스다. 이번 대회에서 폴란드의 토마시 포르날과 함께 대회 베스트 아웃사이드 히터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니시다 역시 이번 시즌에 내게 눈에 띈 선수"라면서 "그는 매 경기 엄청난 에너지를 불어 넣었다"고 평가했다. 차세대 에이스로 주목받는 니시다는 결승전에서 11득점, 공격 효율 47.06%로 공격에 힘을 보탰다.

결승전에서 일본을 상대한 프랑스 에이스 장 패트리(207cm)는 경기 후 "일본은 언제나 강한 상대"라고 돌이켰다. 패트리는 "그들은 기술이 매우 좋다. 모든 공격을 수비해낸다. 언제라도 어려움을 주는 팀"이라고 엄지를 세웠다.

프랑스 매체 'Ouest France'는 "일본이 2세트를 따내며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며 경기력을 칭찬했다. 'Equipe-France'도 "1점의 무게가 승패로 직결되는 레벨이 높은 게임이었다"면서 "매우 수준 높은 경기를 펼쳤다"고 칭찬했다.  

한국 남자 배구 대표팀. 아시아배구연맹 제공

국내에서는 자연스레 최근 국제 대회에서 이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한국 대표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진다. 일본이 강도 높은 세대교체를 통해 승승장구하던 사이 한국은 올림픽은커녕 2018년 이후 VNL에도 나가지 못하고 있다.

인하대 배구부 최천식 감독은 1일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과거에는 한국과 일본의 배구 실력 차이가 이 정도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는 일본과 배구 저변 차이가 너무 많이 나는 실정"이라고 원인을 짚었다.

최 감독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의 배구팀 수만 봐도 큰 차이가 있다.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자원의 폭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잠재력이 있는 선수가 있더라도 발굴을 못 하는 환경이라는 것이다.

또 "일본 선수들을 신장은 작더라도 한 손으로도 볼을 다루는 등 프로에 입단하기 전부터 기본기와 테크닉을 익혀 온 선수들이 넘친다"고 차이를 설명했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훈련량이 절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경기력 자체가 많이 떨어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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