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단체 "가고파국화축제, '가고파' 빼라"…창원시 "의회가 결정"

"'가고파'는 '친독재 이은상'의 다른 이름…시정 없으면 명칭반대운동 돌입할 것"

3.15의거기념사업회 등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1일 창원시청 프레스센터에서 마산국화축제 명칭에 가곡 '가고파'를 넣기로 하자 반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상현 기자

창원시 축제위원회가 마산국화축제의 명칭에 노산 이은상의 작품명인 '가고파'를 넣기로 하자 민주화와 시민사회단체들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발이 거세지자, 창원시는 축제 명칭은 조례에 따라야 한다며 창원시의회에 공을 넘겼다. 
 
3.15의거기념사업회, 김주열열사기념사업회,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등 6개 단체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창원시가 2000년 제1회 마산국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축제행사를 올해부터 '제24회 마산가고파국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진행한다고 발표했다"며 "이 과정에서 지역 시민들의 의견을 묻거나 심지어는 주관단체인 마산국화축제위원회까지도 배제한 채 여론 수렴과정이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가고파'는 3.15부정선거를 통해 영구집권을 획책했던 이승만과 이기붕 추대를 위해 전국 유세를 다니며 독재자를 찬양한 용서할 수 없는 인물, 이은상의 친독재 행적을 가리우고, 시민을 현혹시키는 데 악용되어 왔던 이름"이라며 지적했다.

이어, "민주성지 창원(마산)은 이은상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다"며 이은상의 친독재 부역행위와 전형적인 기회주의라는 정체성과 마산 민주성지라는 정체성을 대변하는 이 두 단어를 도대체 어떻게 조합할 수 있단 말인가"고 되물었다.

단체들은 "창원시민의 대표적인 가을 축제를 반민주 독재시대의 끔찍한 추억을 소환하는 정치적 기획으로 이용하는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며 "만약 창원시가 즉각 시정하지 않는다면 창원시민들과 함께 '마산가고파국화축제' 명칭 반대운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3.15의거기념사업회 주임환 회장은 "축제위원회의 결정에 따르고, 관련 조례가 개정될 것이라는 창원시의 입장은 시가 반대 의견을 재검토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며 "창원시의 이같은 결정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6월항쟁정신계승경남사업회 김경영 상임대표는 '마산국화축제'라고 명시된 조례가 있는데도, 명칭 변경을 결정하고, 조례 개정 절차에 나선다면 '마산가고파국화축제' 명칭 반대운동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마산국화축제. 창원시 제공

이와 관련해, 창원시는 국화축제의 명칭 변경은 '창원시 축제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에 따라, 조례 개정이 필요하다며, 조례 개정 의결권이 있는 의회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허용인 관광과장은 "조례에 따라 창원시 축제위원회에서 명칭 변경을 심의.의결했다"면서 "'가고파'는 한국인의 정서적인 고향과 예향 마산의 대표적인 문화적 자산이자, 2005년 국제적 명칭공모를 통해 선정한 명칭"이라고 밝혔다.

홍남표 창원시장도 이날 오전 열린 시정 성과 기자간담회에서 "시 차원에서는 여러 가지 데이터를 종합해 봤을 때 '마산가고파국화축제'라는 명칭이 충분히 괜찮은 명칭인 것 같다는 나름대로의 의견을 모은 바 있다"면서도 "조례로 모든 게 확정돼야 되기 때문에 이번 달 안에 의회 차원에서 공론화 과정을 거쳐 조례 개정이 돼야만이 모든 게 확정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앞서, 창원시는 지난달 26일 축제위원회를 열고 마산국화축제 명칭을 '마산가고파국화축제'로 변경시키는 안을 심의·의결했다.

제2부시장을 포함한 시청 공무원 6명, 시의원 2명, 외부 위원 5명 등 총 13명으로 구성된 축제위원회는 지역 정체성을 축제에 담기 위해 가고파 명칭을 '환원'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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