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교수 등 복지장관 고소…"의대 2천 증원 결정, 尹패싱"

조규홍, 지난달 말 국회 청문회 당시 "장관 책임 하 정책적 판단" 발언
전의교협 등 "대통령의 사전재가권한 침해"…'의료계도 직접적 피해자' 주장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의료계 비상상황 관련 청문회'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사직 전공의와 의대 교수단체 등이 '의대정원 2천 명 증원'을 본인이 주무부처 책임자로서 결정했다고 밝힌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소했다.
 
정부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합리적 절차를 거쳐 결정됐다고 주장하는 내년도 의대 증원 정책이 윤석열 대통령을 '패싱'한 채 이뤄졌다는 이유에서다. 정책 발표 이후 '졸속 추진' 논란이 끊이지 않은 의대 증원 결정은 용산 대통령실이 아닌 복지부 소관이었다는 조 장관의 국회 청문회 발언이 빌미가 됐다.
 
의대생·전공의 학부모 2800여 명이 모인 '의학모'와 사직 전공의 171명 등의 법률 대리를 맡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1일 조 장관과 성명불상자 1명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공수처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소인에는 대한의사협회 중심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회'(올특위)에 참여 중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등도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조 장관이 지난달 2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청문회 당시 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는 과정에서 '의대 2천 증원은 복지부가 결정한 것'이란 취지로 발언한 대목을 문제삼았다. 당일 조 장관은 앞서 정부가 증원 규모를 2천 명으로 정한 배경을 집중 추궁당했다. 
 
조 장관은 2035년에 의사 1만 명이 부족해질 거란 예측을 담은 연구결과 등을 참고했다며, "1만 명의 수급을 맞추기 위한 정책적인 판단은 복지부 장관 책임 하에 정책적인 판단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4월 총선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의중 아래 '정치적 노림수'가 작용한 게 아니냐는 야당의 공세에 맞서 '최종적인 의사결정'은 복지장관인 자신이 내렸음을 강조한 것이다.
 
전공의들과 전의교협 등은 전공의·의대생 이탈 등 현장에 큰 혼란을 끼친 의대 증원이 조 장관 단독으로 승인한 것이라면, 이는 정부조직법상 대통령의 사전재가권한 침해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의대 입학정원을 2천 명씩이나 증원하는 정책은 복지부 장관이 반드시 국무회의에 안건으로 부의해 대통령에게 사전에 수시로 보고해야 하는 국가 중요정책에 해당한다"고 언급했다. 국무회의 규정상 심의되어야 할 중요사항과 관련해선 증원 규모별 검토의견을 의안에 명시해 회의 시 제출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은 "조 장관의 위법한 직권남용 행위로 인해 현재 5개월여 동안 5200만 국민들은 수술 연기 등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생명권과 건강권에 심각한 위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소인인 전공의 등도 이 같은 권리와 재산권을 침해받고 있는 '피해자'들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치가 사건에 직접 연루되지 않은 제3자가 제기하는 고발이 아니라 '고소'임을 내세운 이유다.
 
아울러 이들은 조 장관이 의사결정 당사자가 아닐 경우를 대비해 '예비적 피의자'를 성명불상자로 고소장에 적시했다며 "그가 누구인지는 공수처 수사과정에서 공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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