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에스파는 '광야'(KWANGYA)에 머무르다가 '리얼 월드'(Real World)로 나와 '스파이시'(Spicy)로 변화를 꾀했고, 그해 말 낸 '드라마'(Drama)를 통해서는 특유의 '쇠맛' 매력을 부각했다. 올해 4월 낸 선공개 곡 '슈퍼노바'(Supernova)는 발매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멜론 일간 1위(6월 29일 기준)를 기록하는 등 오래 사랑받고 있고, 정규 1집 타이틀곡 '아마겟돈'(Amargeddon) 역시 차트 상위권에 안착시켰다. 안정적인 라이브 실력도 재조명됐다.
첫 번째 콘서트에서 이번 두 번째 콘서트 사이, 에스파도 에스파를 둘러싼 환경도 바뀌었다.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1인 프로듀싱→멀티 프로듀싱'을 골자로 한 'SM 3.0'을 실현하고 있고, 에스파는 활동 곡을 모두 성공시키며 위상을 높였다. '넥스트 레벨' 이후 '슈퍼노바'라는 또 다른 메가 히트곡이 만들어진 것도 희소식이다.
30일 열린 두 번째 날 공연 첫 곡은 드럼 소스와 신스 베이스가 강조된 '드라마'였다. "드라마마마" 하는 후렴에 맞춰 터지는 폭죽 효과, 댄스 브레이크를 곁들여 화려하게 오프닝을 장식했다. 아바타 세계관을 가사에 담아 세상에 알린 데뷔곡 '블랙맘바'(Black Mamba)는 전원이 앉아서 하는 시그니처 안무와 망설임 없는 머리 돌리기가 짜릿했다. 매시업으로 넘어간 다음 곡 '솔티 앤 스위트'(Salty & Sweet)에는 멤버별로 댄스 브레이크를 선보여 새로웠다.
'싱크 : 패러렐 라인'에는 총 5번의 VCR이 등장해 혼란과 불안 속에서도 '나'의 존재를 끊임없이 질문하는 에스파의 모습을 보여준다. 첫 번째 VCR의 마지막 말은 "내 존재에 관해 호기심이 생겼니?"(ARE YOU CURIOUS ABOUT MY EXISTENCE)였고, "사건은 다가와" "거세게 커져가" "질문은 계속돼"라며 '존재'를 고찰하는 '슈퍼노바' 무대가 곧바로 나왔다.
멤버들의 음색과 보컬 운용 능력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알앤비 트랙 '서스티'(Thirsty), 가사를 띄워 팬들의 참여를 유도한 신나는 곡 '프롤로그'(Prologue), 핑크색 구름과 옥수수 모양 로켓으로 꾸민 키치한 배경과 잘 어울리는 밝은 곡 '롱 챗'(Long Chat)(#♥) 무대가 끝나자 어느새 공연은 중반에 다다랐다.
날카롭지만 동시에 시원해 여름에 듣기 좋은 '스파이시'(Spicy), '스파이시'와 상성이 잘 맞아 신기한 한편 중독적인 후렴구가 귀에 맴돌았던 '리코리시'(Licorice), 서태지와 아이들 원곡을 19년 만에 리메이크해 화제가 된 '시대유감'(時代遺憾), 경쾌한 기타 소리를 바탕으로 한 팝 펑크 '리브 마이 라이프'(Live My Life)도 이번 콘서트에서 만날 수 있었다.
본 무대 후반부는 에스파만의 '센' 쇠맛에 흠뻑 취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귀에 감기는 멜로디와 '나우 유 씨미 나우 유 돈트'(Now you see me Now you don't)라는 후렴구가 인상적인 '트릭 오어 트릭'(Trick or Trick)으로 출발했고, 이후 3곡은 모두 밴드 라이브 연주로 강렬함을 배가했다. '셋 더 톤'(Set The Tone)에선 드럼, '아마겟돈'에선 전자(일렉) 기타와 드럼 연주가 돋보였다. 밴드 라이브로 풍성해진 '넥스트 레벨'은 이날 세트 리스트 중 에스파의 여유로움이 여실히 드러나는 무대였다.
"날 만날 준비가 됐어?"(ARE YOU READY TO MEET ME?)라며 예고한 솔로 무대는 멤버별 개성이 잘 담겼다. 지젤은 상대를 향한 진심을 숨기기 위해 사랑에 목매지 않는 듯이 행동하는 내용의 '도파민'(Dopamine) 무대를 선보였다. 지젤의 랩뿐 아니라 노래, 춤, 표정 연기까지 한 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머리 밴드와 힙합 스타일링을 하고 나온 카리나는 모두를 사로잡겠다는 당당함을 담은 힙합 댄스곡 '업'(UP)으로 공연장을 달궜다.
부지런히 활동하며 강화한 세트 리스트, 일관된 주제를 전하는 VCR뿐 아니라 계단형 리프트와 불꽃(스파큘러), 신비한 분위기를 만들어낸 안개(포그) 커튼, 좌우 중앙에 놓인 거대 LED 등 다양한 연출 요소가 쓰인 이번 '싱크 : 패러렐 라인'은 볼거리로 가득했다.
아쉬운 점도 있다. 흰 화면에서 시작해 연두색 레이저를 쏘는 부분이 무너지는 듯 연출해 가장 파괴력 있는 몰입감을 선사한 영상물 다음, 나이비스(nævis)가 나타나 왠지 김이 빠졌다. '실재'하는 에스파를 쭉 보다가, 버추얼 가수의 노래와 춤을 보니 이질적인 느낌도 받았다.
윈터는 "진짜 여러 가지 감정들이 들긴 하는데 너무너무 고맙다는 얘기 꼭 하고 싶고 저한테도 좋은 추억 만들어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하다"라며 "앞으로 에스파 또 다양한 그런 모습들 많이 보여드릴 텐데 좀 기대되시죠, 솔직히?"라고 물었다. 이어 "저희 아직 보여드린 게 없다"라며 "다음에는 더 큰 데(공연장)서 더 많은 마이분들과 함께하면 좋겠다는 소망이 있다. 가능할까요?"라고 덧붙였다.
지젤은 "너무너무 재밌는 시간 같이 보내줘서 너무너무 감사드린다. 우리 도와주신 모든 분들, 항상 너무너무 감사하고 이번에도 콘서트 준비하느라 되게 정신없고 힘들었을 텐데 함께 으쌰으쌰 해 줘서 고맙다"라며 "콘서트를 같이 만들어 주신 명석이 오빠 너무너무 감사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계속 열심히 할 테니까 지켜봐 달라. 오래 보자"라고 전했다.
닝닝은 "저희가 이번 콘서트는 활동 끝나자마자 준비한 거라서 시간이 진짜 없었다. 그래도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좋은 거를 보여주고 싶어서 정말 저희도 그렇고 회사의 많은 분들 저희랑 같이 고생했다. 그거 꼭 알아주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저희 많은 도시를 갈 테니 그때 또 보자"라고 말했다. 윈터는 '목소리' 무대 후 감격에 겨운 듯 살짝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2시간 40분가량 진행된 에스파의 두 번째 단독 콘서트 '싱크 : 패러렐 라인'에는 소녀시대 태연, 혜리, 청하, DJ 레이든 등이 방문해 응원을 건넸다. 에스파는 서울 공연을 시작으로 7월 후쿠오카·나고야·사이타마·싱가포르·오사카, 8월 홍콩·타이베이·도쿄·자카르타·시드니, 9월 멜버른·마카오·방콕 등 아시아 및 호주 총 14개 지역에서 월드 투어를 잇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