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대통령실 참모들이 1일 제22대 국회 출범 후 처음으로 운영위원회에 출석한다. 채상병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동해 유전 발표 등 야권이 여러 쟁점 현안을 부각하는 가운데, 대통령실과 거대 야당의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하겠다"면서도, 정치 공세에는 원칙적 대응 기조를 예고했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운영위에는 정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장호진 국가안보실장 등 3실장, 수석비서관 7명, 국가안보실 1~3차장, 윤재순 총무비서관,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 김성훈 경호처 차장 등 16명이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야당은 지난 6월 21일 운영위 전체회의에서 이들 16명을 증인으로 채택했지만 대통령실은 모두 불참했다. 당시 국회 원(院) 구성이 이뤄지지 않았고 야당이 일방적으로 운영위를 소집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제는 국회 원 구성이 모두 마무리된 만큼 정식으로 출석하겠다는 방침이다.
22대 국회가 출범하고 대통령실 참모들과 야당 의원들이 공식 대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날 운영위는 지난 4월 임명된 정 실장의 데뷔전이기도 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5선 중진인 만큼 관록과 정무적 감각을 기대하는 기류가 흐른다.
지난 5월 임명된 김주현 민정수석의 경우 참석 여부가 미정이었으나 함께 출석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역대 정부의 민정수석 대부분이 '사정'(司正) 기관 관할 등 민감한 업무를 이유로 국회 회의나 국정 감사 등에 불참했던 전례가 있지만, 윤석열 정부의 민정수석은 민심 청취 기능이 주이기 때문에 출석을 피하지 않겠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운영위에서 야당은 강한 공세를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출석요구서 신문요지에도 △해병대원 수사 외압 △영부인 뇌물 수수 △동해 유전 발표 △대통령 관저 이전 관련 문제 등을 명시했다. 이와 함께 최근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회고록을 통해 윤 대통령의 '이태원 참사 조작 가능성' 언급을 주장하면서 관련 질의도 나올 가능성이 있다.
"野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할 것"…정치 공세는 대응 준비
대통령실은 야당의 질의에 성실하게 답변하면서도 정치적 공세에는 대응하는 원칙주의적 입장을 예고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현안 질의를 위해 출석을 요구한 만큼 아는 선에서 성실하게 답변할 계획"이라며 "다만 지나친 정치적 공세는 우려스럽고 원칙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전날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여당의 대승적 수용으로 국회가 정상화의 첫발을 뗐지만, 여전히 국회법과 관례를 무시하며 편법 운영하는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심지어 제복 입은 군인들과 장관을 겁박하고 모욕주는 일까지 버젓이 계속되고 있다"고 야당을 겨냥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바라는 국회는 여야, 입법부, 행정부를 떠나 민생을 최우선으로 두고 대화와 협치로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일하는 국회"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실은 주요 쟁점 현안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입장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과 관련 유감을 표하면서 검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며, 현 시점에서 특검 추진은 '정치 공세'라는 입장을 명확히 한 바 있다.
채상병 사건의 경우 철저한 진상 규명을 강조하면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봐주기 의혹이 있다면 특검을 추진하겠다는 '선(先)수사·후(後)특검'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진표 전 국회의장 회고록 관련 논란에 대해선 대통령실은 "대통령에게 독대를 요청해 나눴던 이야기를 멋대로 왜곡해서 세상에 알렸다"는 입장을 되풀이하며 윤 대통령이 당시 참사 수습에 최선을 다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주말 사이 운영위 대응을 위해 예상 질의 및 주요 현안을 점검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운영위 대비에 만전을 기울이고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