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성인이 되는 가수 규빈은 올해 마지막 10대를 보내고 있다. 1월에 '리얼리 라이크 유'(Really Like You)로 데뷔한 후 5개월 만에 단독 신곡으로는 두 번째로 '새틀라이트'(Satellite)를 지난 26일 냈다. 음원 발매 닷새 전인 지난 21일 오전, CBS노컷뉴스는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규빈을 인터뷰했다.
데뷔곡 '리얼리 라이크 유'가 10대의 풋풋한 사랑을 노래했다면, 두 번째 싱글 '새틀라이트'는 밝아 보이는 10대의 모습 이면에 있는 혼란과 위로를 주제로 한 곡이다. 벅찬 밴드 사운드와 규빈의 가창력이 어우러졌다. '새틀라이트'라는 곡명은 '네가 모르게, 언제나 너를 비추는 나'를 위성에 빗댄 가사에서 착안했다.
'리얼리 라이크 유'와 '새틀라이트'를 두고, 규빈은 "저는 '리얼리 라이크 유'랑 완전히 결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듣는 사람마다 반응이 달랐다. 비슷한 것 같다고 하는 분도 있고 많이 다르다고 하는 분도 있다"라고 운을 뗐다.
'새틀라이트'는 '리얼리 라이크 유'보다 조금 더 '고음'이 있는 노래다. 평소 3옥타브 파 샵(#)까지 올라갈 정도로 높은 음역을 가진 규빈에게도 이번 곡은 쉽지 않았다. 그는 "(노래에) 고음이 많지만 부담스럽지 않게끔 나온 것 같다. 저는 혼자서 죽어나는 노래지만"이라며 "보컬적으로 봤을 때도 다이내믹하고 원래 음역을 넘어서서 여러 시도를 했다"라고 말했다.
음역을 따로 조정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규빈은 "키를 낮추거나 바꿔버리면 작곡가님이 원하셨던 그 노래, 원곡의 가장 큰 매력이 다 안 보일 것 같았다. 조금 고생하고 무리하더라도 최고치로 이 곡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원곡대로 하는 게 낫다고 봤다"라고 답했다.
단독 곡으로는 두 번째인 '새틀라이트', 규빈에게는 '대곡'처럼 느껴졌다고. 규빈은 "보컬적으로 연습도 되게 많이 됐고, 이런 곡을 벌써 만날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 되게 파이팅넘치게 준비했던 것 같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고음을 한 번 할 때도 생각한 대로 안 나오면 계속 지를 수 없으니까 순간의 집중력이 엄청나게 필요했고, 에너지도 많이 소모됐다"라며 "제가 녹음하면 쉬는 시간 없이 쭉 가는 스타일이다. 배도 별로 안 고팠는데, 이번엔 배가 고프더라"라고 털어놨다.
밴드 사운드가 돋보이는 '새틀라이트'는 6월이라는 계절에 맞게 "되게 시원한 느낌"을 준다. 규빈은 "약간, 너무 센치한 척하거나 너무 진지해져 버리면 뭔가 진정성이 안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제가 (듣는) 사람들한테 감정을 100% 표현 못 할 것 같았다. 긍정적인 면이 넘치는 10대의 시원하고 상큼한 부분도 군데군데 섞어야겠다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신곡 발매를 앞두고 "생각이 많았"지만, 뮤직비디오와 콘셉트 사진 등을 찍으며 앨범 발매에 가까워질수록 "딱 정리가 돼서 '이제 보여줄 준비가 됐다'"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어떤 점에서 생각이 많아졌을까. 규빈은 "'리얼리 라이크'의 상큼한 느낌을 원하실 수도 있는데, 다른 풍의 느낌으로 가면 사랑해 주실까 하는 고민이 들었다. 또, 라이브를 춤추면서 하는 것도 과제였다"라고 전했다.
"'이게 춤이 가능한 노래야?' 하는 소리도 들었다"라고 한 규빈은 "(춤춘다는 게) 예상을 깨지만 노래를 돋보이는 방향으로 들어갔다. 16명의 댄서가 위성을 몸으로 만들어 주시는데, 처음 보시는 분들도 되게 새롭다고 분명 느끼실 것 같다"라며 "저도 음방(음악방송)이 더 기대된다"라고 자신했다. 그러면서 "이번 활동 목표라고 하면 춤추면서 노래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무대를 하는 거다. 음원으로서의 승부도 있지만 무대 자체로 사람들을 매료하고 싶다"라고 바랐다.
'리얼리 라이크 유'와 마찬가지로 음원은 한국어와 영어 두 가지 버전으로 발매됐다. 원래 영어를 잘하는지 묻자, 규빈은 "'(해외에서) 살다 왔냐, 태어났냐' 하고 많이들 물어보시는데 (서울) 압구정에서 태어난 토종 한국인"이라며 웃었다.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따라 하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로 말하는 것이 어색하지 않았고, 좋아하는 팝 스타 인터뷰를 찾아보다 보니 "(지금을 위해) 준비해 놨던 것 같다"라고 부연했다.
영어 인터뷰를 보고 들으며 실력이 부쩍 늘었던 건 전적으로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 덕분이다. 규빈은 "너무 좋아한다. 영어 확 늘었던 게 그분의 인터뷰를 많이 봐서다. 뭐랄까 말을 정말 잘하신다. 인터뷰를 보면서도 가수뿐 아니라 사람으로서 너무 많은 걸 배웠다. 롤모델로 생각하는 가수가 테일러다"라고 설명했다.
가수의 꿈은 어릴 적부터 키웠다. 초등학생 때 노래하는 유튜버로 활동했다. 중학교 1학년이 되고 나서는 흥얼거리면서 나름대로 곡 작업을 시작했다. 큰 욕심 없이 피아노 건반으로 코드를 짚으면서 '아, 나 작곡했네?' 하던 시절이다. 중2 때는 첫 곡을 만들었다. '나이트메어'(Nightmare)라는 곡은 유튜브를 통해 공개한 바 있다.
곡을 쓰는 본인만의 공식은 아직 없다. 규빈은 "신기했다, 내가 곡을 만든다는 게. 세상에 없는 걸 만든다는 게. 싱어송라이터(부를 노래를 직접 쓰는 가수)라는 꿈을 자연스럽게 갖게 됐다. '스타트 투 샤인'(Start To Shine)에서는 작곡, 작사 참여도 해서 기회도 많이 얻었다"라고 전했다. 습작 형태이지만 자작곡도 몇 곡 있다. "곡을 주체적으로 작곡"해서 미니앨범 규모에서는 자작곡도 싣고 싶은 마음이다.
단독으로 발표한 곡은 이번 신곡 '새틀라이트'와 데뷔곡 '리얼리 라이크 유' 2곡이지만, 규빈은 밴드 넬의 (Nell) 김종완, 다이나믹 듀오(Dynamic Duo) 개코, 원슈타인과 협업해 음원을 냈다. 신인 가수에게는 흔치 않은 일이다.
가수라는 꿈을 품는 데 영향을 준 아버지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종사한다. 아버지는 정작 규빈이 데뷔하고 나서는 조용해졌다. 규빈은 "연습생이 되기 전부터 준비하는 과정까지는 객관적으로 말씀해 주셨는데, 인제 아무 얘기를 안 하신다. 음악 인생을 (제가) 다 결정했으면 한다는 의미에서. 저는 '아빠, 좀 도와주면 안 될까?' 싶기도 했는데, 제 성장을 생각하면 (그런 태도가) 조금씩 이해는 가더라"라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물질적으로 필요한 게 있다면 다해주신다. 일과 관련해서는 '이런 걸 해봤으면 좋겠다' 이런 말을 일절 안 하신다. 회사 들어오고 나서는 입을 닫으셨다"라고 설명했다. 이런저런 조언을 하는 쪽은 동생이다. 규빈은 "저보다 4살 어려서 지금 중2인데, 오히려 동생이 비주얼적으로 조언으로 많이 해 준다. 음악방송 할 때 도움이 많이 됐다. 가족들이 이렇게 응원해 주고 다 같이 기뻐해 주는 것 자체가 좋다"라고 고마움을 표했다.
두 번째 싱글 '새틀라이트'로 활동을 시작한 규빈은 최대한 '많은 무대'에서 이 곡을 부르려고 한다. "많이 도전적"인 곡인 까닭이다. '잇츠 라이브' '딩고 세로 라이브' 등 라이브 콘텐츠 촬영도 마쳤다. 오는 7월에는 대만에서 열리는 워터밤 행사에 나간다. 규빈은 "처음으로 해외에서 곡을 선보이면 뭔가 좀 자신감을 얻을 것 같다. 생각과 경험의 폭도 넓어지지 않을까"라고 기대했다.
"정말! (웃음) 정말정말 저한테 있어서 모든 준비 과정부터 도전적이고 끝내 애정하는 신곡 '새틀라이트'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가사 속 아이의 존재가 나 자신이라고 생각했어요. 과거의 나에게 하는 말 같단 생각도 들어서, 리스너분들께도 많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무더운 날에 파워풀하고 시원한 느낌의 곡 들으시면서 더위를 탁 날리시기를 바라요. 열심히 활동해서 좀 완성도 있는 라이브 무대도 보여드릴 예정이니까 많이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