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중국 이커머스의 급부상으로 뒤숭숭한 유통업계에 '유튜브쇼핑'이라는 초대형 변수까지 가세했다. 국내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는 가운데 가격 비교가 가능한 국내시장 특성상 유튜브쇼핑이 돌풍을 일으킬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여러 브랜드 한번에" vs "영상 흐름 끊겨"
국내 유튜브 이용시간은 다른 SNS들을 압도한다. 유튜브는 지난달 국내 전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사용 시간의 33%를 차지해 카카오톡·인스타그램·네이버 앱 등을 한참 앞섰다. 국내 업계가 유튜브쇼핑에 긴장하는 배경이다.
유튜브 쇼핑은 판매와 구매가 모두 간편한 게 장점이다. 구글 계정으로 회원가입을 해 스토어를 만든 뒤 소정의 조건을 충족하면 상품을 팔 수 있다. 소비자는 다른 쇼핑몰로 이동하지 않고도 별도의 가입 절차 없이 이름·주소·연락처 등만 입력하면 주문할 수 있다. 결제도 카드와 계좌이체 모두 가능하다.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크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많은 A씨는 "내가 좋아하는 유튜버와 동일한 다이어트 레시피 제품을 구매하고 싶은데 브랜드가 다 달라서 일일이 따로 구매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면서 "이제는 유튜브쇼핑으로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한 번에 구매할 수 있게 됐다"고 반가움을 나타냈다.
반대로 유튜브를 이용하는 것과 유튜브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별개라는 목소리도 있다. 50대 남성 B씨는 "제품 판매가 목적인 영상은 뭐든지 장점만을 부각하기 때문에 신뢰하지 않는다"면서 "더욱이 내 시간을 재미있게 보내고 싶어서 영상을 보는 것인데 그 흐름을 끊으면서까지 갑자기 쇼핑을 하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광고는 유튜브, 실제 구매는 국내 이커머스에서?
국내 업계에서는 유튜브쇼핑의 등장이 오히려 '채널 다변화'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제품만 좋다면 오히려 유튜브 쇼핑이 국내 상품을 광고해주는 역할을 하고, 판매는 가격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에서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합리적인 소비자"라면서 "유튜브 영상은 보되 유튜브쇼핑에서 무작정 구매하지 않고 인터넷에서 가격을 다 비교한 뒤 가장 합리적인 곳에서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다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가격 비교를 통해 최저가를 검색해주는 포털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쿠팡을 비롯해 수많은 이커머스 업체가 공존할 수 있는 이유는 네이버의 가격 비교 검색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할인, 행사 등을 포함해 가격 경쟁력만 갖춘다면 해당 제품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의 인지도가 좀 떨어져도 '국민 포털' 네이버의 검색망에 걸려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비교 검색은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전 세계에서 사용하는 검색엔진 구글에서는 최저가 검색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계적인 이커머스업체 아마존 역시 자사에 납품하는 상품들 사이에서만 가격 비교가 가능하다. 반면 우리나라는 전 국민의 80% 이상이 사용하는 네이버에서 사실상 모든 제품의 가격을 한번에 비교할 수 있다.
결국 유튜브쇼핑이 촘촘한 국내 유통망을 뚫기 위해선 넘어야 할 관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은 아마존, 월마트 등 빅 플레이어가 주축인 시장인 반면 우리나라는 스타트업 이커머스를 포함해 유통 생태계가 훨씬 복잡하고 촘촘하다"면서 "판매자로부터 걷는 수수료 문제 등 향후 유튜브가 경쟁력을 입증해야할 부분이 많은 만큼 업계에서는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