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권 레이스가 본격화한 28일 당 대표 선거 후보들은 당원 40%가 모여 있는 영남권 표심잡기에 집중했다. 한동훈 후보가 최근 영남권 유력 인사들과 만남이 불발되는 등 주춤한 모습을 보이자 나머지 당권주자들은 '한동훈 대세론' 견제를 본격화 했다.
"'어대한' 지키겠다" 영남 찾은 韓…"배신 말아야 할 것은 국민"
한동훈 후보는 전날 대구 방문에 이어 이날 부산을 찾는 등 연일 영남 당심 공략에 힘을 쏟았다. 유엔기념공원 참배를 시작으로 부산 일정을 시작한 한 후보는 남구·해운대구·진구·연제구·강서구·사하구를 차례로 돌며 당협 간담회를 진행했다.그는 당원들과 만나 "부산이 정말 어려울 때 결집해서 나라를 살렸다"며 "(비대위원장으로서) 여러분과 108일은 우정 쌓기에 짧은 시간이었다. 제게 시간을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이어 원희룡·윤상현 후보 등이 자신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는 성공 못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선 "저는 대한민국 국민을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며 "제가 배신하지 않아야 할 대상, 배신하지 말아야 할 대상은 대한민국과 국민"이라고 반박했다.
한 후보는 전날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면담을 추진했지만 모두 성사되지 않았다. 특히 홍 시장은 한 후보의 면담 요청에 "만날 이유가 없다"고 단칼에 거절한 사실을 밝히는 등 '공개 비토'를 선언하고 있다. 홍 시장은 한 후보를 제외한 나경원·원희룡·윤상현 후보와는 모두 면담했다.
한 후보는 이날에는 부산시청에서 박형준 부산시장과 면담을 갖고 PK(부산·경남) 민심을 청취했다. 박 시장은 한 후보에게 "'수도권 강남 정당' 이미지를 벗어나야 한다"며 "야당의 신권위주의, 선동적 포퓰리즘으로 인해 국민들의 걱정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국민을 걱정하고 민생 혁신 정당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한 후보는 "선거 기간 동안 박 시장과 부산의 발전에 대해서 심도 깊은 토론과 대화를 나눴다"며 "박 시장이 추진하는 남부권 허브도시에 대한 내용을 공감하고 부산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기에 당 차원에서 부산에 대해서 약속했던 부분들은 반드시 실천하겠다"고 화답했다.
"야구로 치면 1회 초" '어대한' 견제 나선 원희룡…나경원, 단일화 일축
원희룡·나경원 등 '범친윤'(범친윤석열) 주자들은 영남권 공략에 주력하면서도 '한동훈 대세론'을 흔드는 데 집중했다.원 후보는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나흘째 영남지역에 머물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원 후보는 경남도청에서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면담한 뒤 창원·진주 지역 당협 간담회, 마산 어시장 방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경남도청에서 기자들과 만난 원 후보는 '한동훈 후보가 가장 앞서 있다'는 여론조사에 대해 "전당대회를 7월 23일에 한다. 경선을 시작하고 후보 등록을 한 지 3일밖에 안 됐다"며 "지금은 야구로 치면 1회 초 상황이다. 구도가 반드시 요동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 후보가 총선 당시 당 비대위원장으로 활동해 높은 여론조사 지지도가 나오는 것은 자연스럽다"면서도 "당정관계 분열, 야당 정치공세에 대한 경험 미숙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당원들이 점점 심각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했다.
25년 동안 국민의힘이 키운 정치지도자는 자신이라고 소개한 원 후보는 "정부, 당, 지역의 이해관계, 갈등을 조정하고 국가 발전 성과를 낼 수 있는 충분한 경험과 훈련을 풍부하게 받았고,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강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나경원 후보는 지난 21일 대구를 찾았는데, 이날 대구를 다시 방문해 릴레이 당협 간담회를 진행했다.
대구시의회를 찾아 기초의원의 민심을 청취한 나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와 원 후보를 모두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후보는 "일부 친윤의 후보로 나온 원 후보와 반윤 내지 친윤 계파를 새로 세우려는 한 후보 간의 줄세우기 전쟁부터 후보들의 러닝메이트라는 진귀한 풍경까지 보인다"며 '러닝메이트'를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는 두 후보를 비판했다.
또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원 후보와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선 "일고의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또 한 후보가 여론조사 상 선두에 있는 것을 두고는 "한 후보에 대한 여론은 '약간의 인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도 이날 경북도청을 찾아 이철우 경북도지사와 면담을 가지는 등 보수의 가치 재건을 강조했다.
영남 행보를 마친 윤 후보는 이후 서울 신정동의 한 주택 앞에서 배달 라이더 체험을 하고 "필요한 곳에 먼저 찾아가는 정치를 하겠다. 군림하지 않는 '서비스 정당'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이날에는 대표 적합도 부분에서 한 후보가 여전히 앞선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25~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대표 적합도는 한 후보가 37.9%로 가장 높았다. 이어 나 후보 13.5%, 원 후보 9.4%, 윤 후보 8.5% 순이었다.
이번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무작위 추출한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응답률은 1.5%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