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4년 만에 TV토론에서 맞붙은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27일(현지시간) 오후 9시(한국시간 28일 오전 10시)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CNN 주최로 열린 90여분간의 첫 대선 토론에서 두 후보는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두 후보는 당초 예상대로 인플레이션과 이민가 문제, 외교 안보 정책 등 주요 현안에서 분명한 시각 차이를 드러내며 대립했다.
그러나 TV토론의 특성상 유권자들은 두 후보의 말투와 제스쳐 등 토론 방식과 태도에 더 주목할 수 밖에 없다. 문제는 가뜩이나 '고령' 리스크에 시달리는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토론에서 쉰 목소리와 실망스런 대응으로 자신의 가장 큰 약점을 더 부각시켰다는 점이다.
실제 CNN이 토론을 지켜본 유권자 565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67%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더 나은 성적을 냈다고 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토론을 더 잘했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
토론에 앞서 이뤄진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55%, 바이든 대통령 45%였지만 토론회를 거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가 더 높아진 것이다. 응답자의 57%는 '바이든이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답했고 44%는 '트럼프가 나라를 이끌 능력이 없어 보인다'고 응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토론 시작과 함께 여러번 기침을 했고 목소리도 쉬고 힘이 없는 상태가 계속됐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2020년 토론 때보다는 차분한 모습이었고 토론을 지배하는 양상을 보였다.
CNN은 바이든 대통령이 결국 고령 리스크를 극복하지 못했다면서 "민주당이 엄청난 패닉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바이든의 전 백악관 커뮤니케이션 책임자인 케이트 베딩필드는 바이든의 토론 성과는 정말 실망스러웠다면서 "그의 가장 큰 과제는 자신이 에너지와 체력을 갖고 있다는 것을 미국 국민들에게 증명하는 것이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실제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평생 이렇게 많은 헛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고 비판했지만 정작 본인의 답변 때는 자주 말을 더듬거나 말꼬리를 흐리는 모습을 보여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이 이민 관련 답변에서 말을 더듬자 "나는 그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 정말 모르겠다"면서 "이 사람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모르는 것 같다"고 비꼬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토론 내내 부정확한 주장이 많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를 제대로 반박하지 못한 채 초점을 잃은 것 같았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양당의 전략가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와 경쟁을 계속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토론 성과를 낙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민주당 의원은 거의 없다고 전했다.
지난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였던 앤드류 양은 소셜미디어 X에 "자신은 2020년 바이든과 7차례 토론을 했는데, 그(바이든)는 2024년에는 다른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중요한 분기점이 될 TV토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약점만 드러내면서 '트럼프 대세론'이 굳어졌다는 전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사회자의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하기 보다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발언하는데 집중했지만, 과거처럼 흥분하지 않고 여유있는 모습을 보였다는 게 미국 언론들의 대체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