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헬스장 남자 화장실을 이용했다가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렸다는 20대 남성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경찰이 다그치듯 말하며 자신을 성범죄자 취급했다는 주장을 제기하자 관할 경찰서에 항의 글만 8천건 이상 쏟아졌다. 경찰은 결국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입장문을 발표했다.
27일 경기 화성동탄경찰서 등에 따르면 A(22)씨는 지난 25일 자신을 '억울한 남자'라고 소개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이틀 전인 23일 오후 아파트 헬스장을 갔다가 건물 내 화장실을 이용한 이후에 벌어진 일을 자세히 전했다.
화장실은 남녀 구분돼 있었고, 이전에도 해당 시설 이용 경험이 있는 A씨는 남자 화장실로 들어가 용변을 마쳤다고 한다.
문제는 다음 날부터 시작됐다. A씨가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헬스장에 가려고 집을 나선 A씨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경찰관과 마주했다.
A씨에게 "어제 헬스했냐"고 확인한 경찰관은 "(화장실이 있던) 1층에서 여자 만난 적 있느냐 없느냐"고 물었다.
이어 "(경찰관이) CCTV를 보고 (인상착의가) A씨인 것을 확인했다고 했다"면서 "피해자가 '여자화장실에 있는데 어떤 남자가 들어와 자기가 용변 보는 걸 엿보고 가서 도망쳐 나왔다는 신고가 들어왔다"고 설명했다.
경찰관은 "본인이 변명할 게 있을 텐데 그 내용은 정식으로 경찰서에 가서 진술을 듣고자 한다"면서 '여자 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없다'는 A씨의 해명에도 신분증과 전화번호를 확보해 돌아갔다.
불안한 마음에 실제 사건이 접수됐는지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다음날 경찰서를 방문한 A씨에게 한 동료 경찰관은 "떳떳하시면 그냥 가만히 계시면 된다"고 말했고, 26일 A씨는 강제추행 피의자로 입건된 사실을 확인했다.
A씨 측은 경찰이 경찰관직무집행법 등에 규정된 적법절차와 헌법상 무죄추정의 원칙을 어겼다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사는 "경찰은 피해 여성의 초기 진술에 지나치게 의존하며 A씨에게 피혐의사실에 대한 제대로 된 변명의 기회도 주지 않았다"며 "경찰이 혐의 근거로 확인했다는 CCTV 영상의 방향도 화장실 입구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서 해당 영상에서는 남녀가 어느 화장실로 들어갔는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경찰이) A씨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A씨를 다그치듯 말하고 실질적으로 성범죄자로 취급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연은 현재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빠르게 퍼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경찰이 중립을 지켜야지 뭐하는 건가", "1명의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지 말라고 하더니 실적 채우려고 혈안이 된 건가" 등 경찰의 태도를 비판하고 나섰다.
또 "동탄 화장실을 이용할 땐 여성청소년계에 알리고 이용해라", "보디캠을 착용해라" 등 '동탄 화장실 이용 규칙'을 공유하며 분개하고 있다.
특히 누리꾼들은 지난해 화성동탄경찰서 여성청소년수사팀이 사회적 약자 대상 범인 검거 및 치안유지 부문에서 전국 1위 실적을 올린 소식을 언급하며 지난 사건들에 대해서도 불신을 드러냈다.
자신을 경찰청 근무자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직장인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에 "동탄뿐만 아니라 전국 경찰에서 'N번방 사건' 이후 '여성범죄'를 근절하겠다고 여성 성범죄 신고 시 대응 횟수 같은 걸 매달 경찰 본청에서 지역별로 붙여놓고 경쟁시키듯이 한다"며 "솔직히 터질 게 터졌단 생각밖에 안 든다"고 꼬집기도 했다.
항의가 빗발치자 사건을 맡은 화성동탄경찰서는 26일 오후 주무부서인 여성청소년과장 이름으로 입장문을 냈다.
경찰은 "객관적 증거를 토대로 누구도 억울하지 않도록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며 "신고처리 과정에서 경찰관의 부적절한 언행이 있었는지에 대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화성동탄경찰서 자유게시판에는 지난 25일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이 사건과 관련해 8천건이 넘는 민원글이 게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