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서울국제도서전 188개 출판사 지원…출판인들 '침묵시위'

26일 개막한 '2024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출판사 부스에서 책을 살펴보고 있다. 김민수 기자
대한민국 최대 규모 2024 서울국제도서전이 개막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7일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을 통해 도서전 참가사 188개 국내 출판사에 행사 프로그램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지난해까지 주관 단체인 대한출판문화협회를 통해 전시장 임차료, 설치비 등을 중심으로 지원됐다면, 올해는 국내 참가사에 작가 행사, 독자 체험프로그램, 홍보 콘텐츠 제작, 국내외 출판사 교류 지원 등을 문체부 산하 기관이 진흥원을 통해 지원했다.

지원 규모는 도서전 국내 참가사 중 개별 부스 참가사 99개사, 연합부스 참가사 35개사, 책마을 참가사 54개 등 총 188개 출판사가 이번 지원 혜택을 받았다.

도서전 보조금 문제로 인한 갈등이 길어지면서 유인촌 문체부 장관 대신 전날 개막식에 참석한 전병극 제1차관은 "K-북이 더 넓은 시장으로 나갈 수 있도록 출판, 서점, 독서, 도서관계 등 출판 생태계 전반의 토대를 강화하고 산업현장의 요구를 들어 새로운 정책을 발굴하고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전 차관의 축사가 시작되자 출판인들은 '책 버리는 대통령 책문화 죽는다', '검찰식 문화행정 책문화 죽는다', '문체부가 등돌린 도서전 독자들이 살립니다' 등이 적힌 문구의 어깨띠를 두르고 침묵시위에 나섰다.

이날 도서전 개막식은 전재수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문체위 소속 조계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재원 조국혁신당 의원을 비롯해 주요 내외빈들이 참석한 자리였다.


26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서울국제도서전' 개막식에서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이 축사를 하고 있는 가운데, 출판인들이 정부에 항의하는 침묵 시위를 벌이고 있다. 출협 제공
​단상에 오른 윤철호 출협 회장은 "역대 정부는 서울국제도서전에 깊은 관심을 갖고 지원했다. 대한민국 공동체 모두 책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고, 책 읽는 문화가 우리나라의 미래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그런 정신과 전통을 함께 살려 대한민국이 밝은 미래로 나아갈 수 있길 바란다. 문화는 창조하고 향유하는 사람들의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체부와 정부가 민간 지원을 통해 자율적인 출판 산업의 성장을 뒷받침하기보다 예산권 등 직접 집행을 통해 출판문화계 통제를 강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에둘러 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출판계 관계자는 "예년처럼 문체부가 도서전 보조금을 출협에 지원하는 것이나 진흥원을 통해 출판사에 개별적으로 지원하는 것이나 총량적으로, 결과적으로 큰 차이가 없는 것 같다"면서도 "출판사들 입장에서는 출판 시장의 어려움 때문에 정부와의 협력과 뒷받침이 중요하다. 정부가 출판계와 힘겨루기 할 필요가 있는 사안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출판사들을 통해 올해 도서전 간접 지원에 나선 출판 진흥원 입장에서도 출판계와 협력하지 않으면 존재 이유가 없어 문체부와 출협·출판계 사이에서 난처한 횡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한편, 문체부와 진흥원은 26일 도서전 국내 참가사가 해외 출판기업을 대상으로 자사 출판 콘텐츠의 특징·장점을 발표하는 투자 유치 설명회와 교류 행사를 지원했다. 이 자리에는 '2024년 K-북 저작권마켓'(24~26일)에 참가했던 해외 출판사 약 80개사가 참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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