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도 전당대회 한달 전엔 1등…'어대한'의 함정

채상병 특검법으로 삐끗한 한동훈
외연 확장성에 아직도 애먹는 韓
한 달 남은 전당대회…'어대한'에도 균열?
결과 예측 섣불리 했다 희비 교차했던 안철수·김기현
'도로영남당' 비판에도 당권주자 잇따라 영남行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 연합뉴스

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 구도가 확정된 가운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흐름의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자, 당의 핵심 지지층인 영남권 민심이 예상보다 더 크게 흔들리게 되면서 이 같은 예측에 조금씩 힘이 붙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여론조사상 흐름은 한 전 위원장의 1강 독주인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양립 불가' 관계가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에 아직 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윤계는 이 같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또 한 전 위원장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에 기대 만큼의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도 '어대한' 흐름에 균열을 내는 요인이다. 당 안팎에서는 "외연 확장성 측면에 있어 총선 때와 비교해 전혀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라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지지층에선 트리플 스코어…민심은?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는 일반 여론조사와 지지층에서 극명하게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지층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일반 여론조사에선 결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수치를 기록했다.

26일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2~24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선 63.0%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했다. 다음으로 원 전 장관(18.1%), 나 의원(8.3%), 윤 의원(3.1%) 순이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왼쪽부터),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 윤상현 의원,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연합뉴스

반면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한 전 위원장 32.2%,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11.1%, 나경원 의원 10.4%, 윤상현 의원 6.0% 순이었다. 단순 계산으로는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더하면 27.5%이다. 물론 후보 단일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통상 산술적 합산 수준의 결집은 어렵다. 그러나 향후 추세에 따라 추격이 가능하다는 계산은 가능하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 양상이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차별성이 딱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을 놓고도 정치권에서 "'언더독(약자)'의 반란을 꿈꿔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요인이다. 한 전 위원장 역시 여타 후보처럼 당의 핵심 지지층이 모여있는 영남권과 60대 이상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수도권과 청년층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 국면에서 한 전 위원장은 외연 확장성에 기대를 모으며 영입됐지만 결과적으로 '중수청'에 소구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같은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로 진행됐다. 표본 수는 2006명(총 통화시도 7만 9421명, 응답률 2.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기현 모델' 또 성공할까…영남권 尹心 경쟁 

이처럼 한 전 위원장의 지지층이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당의 주류 세력과 겹친 상태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사실상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어대한' 흐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에 일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당대표 적합도는 대구 34.8%, 경북 36.5%로, 40%대를 기록한 부산·울산보다 낮아진 상황이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TK에서는 아직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공고한 만큼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 실수를 만회하지 못한다면 일방적인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황진환 기자

일례로 직전 전당대회가 꼽힌다. 당초 안철수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누르는 모습을 보였다가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격차가 좁혀졌고, 김 의원이 결선 없이 승리를 확정 짓는 흐름이 만들어진 바 있다. '윤심(尹心)'을 업고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친윤계 조직표가 막판에 위력을 어느 정도 발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역시 이 같은 경험칙 때문이다.

이 가운데 소위 친윤·비윤·반윤으로 나뉘었던 당권주자들 간 입장도 조금씩 '친윤 대 절윤'으로 바뀌면서 선명성 경쟁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절윤'은 윤 대통령과 단절했다는 뜻에서 나온 신조어다.

나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넓은 의미에서 친윤"이라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당초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던 발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수도권 쇄신파로 분류되는 윤 의원도 지난 2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 입장을 공개적으로 처박은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총선 직후에 분출됐던 "'영남 자민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당권주자들이 잇따라 영남권을 찾고 있다. 영남권 당원들의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여전히 공고하다. 더욱이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80%+일반 여론조사 20%'로 치러지는 데다 전체 당원의 약 40%가 영남권에 분포하고 있는 만큼, 영남권 구애는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장관은 같은날 대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났고, 나 의원은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다. 지난 21일과 22일 홍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뒤  경북 상주·문경, 경산, 구미 당협을 찾은 바 있다.

한 전 위원장도 오는 27~29일 2박3일 일정으로 영남권을 누빈다. 한 전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두 번이나 회동을 제안했지만 홍 시장이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회동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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