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3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당대표 선거 구도가 확정된 가운데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 흐름의 변화 가능성도 조심스레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전향적인 입장을 내자, 당의 핵심 지지층인 영남권 민심이 예상보다 더 크게 흔들리게 되면서 이 같은 예측에 조금씩 힘이 붙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여론조사상 흐름은 한 전 위원장의 1강 독주인 반면, 윤석열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의 '양립 불가' 관계가 여당의 전통적 지지층에 아직 퍼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친윤계는 이 같은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또 한 전 위원장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에 기대 만큼의 소구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는 것도 '어대한' 흐름에 균열을 내는 요인이다. 당 안팎에서는 "외연 확장성 측면에 있어 총선 때와 비교해 전혀 나아진 게 없는 상황"이라는 자조도 나오고 있다.
지지층에선 트리플 스코어…민심은?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는 일반 여론조사와 지지층에서 극명하게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지지층에서는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일반 여론조사에선 결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수치를 기록했다.26일 '스트레이트뉴스'가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에 의뢰해 지난 22~24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2006명을 대상으로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 적합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층 중에선 63.0%가 한 전 위원장을 지지했다. 다음으로 원 전 장관(18.1%), 나 의원(8.3%), 윤 의원(3.1%) 순이었다.
반면 일반 여론조사에서는 한 전 위원장 32.2%, 원희룡 전 국토부장관 11.1%, 나경원 의원 10.4%, 윤상현 의원 6.0% 순이었다. 단순 계산으로는 한 전 위원장을 제외한 나머지 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더하면 27.5%이다. 물론 후보 단일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지더라도 통상 산술적 합산 수준의 결집은 어렵다. 그러나 향후 추세에 따라 추격이 가능하다는 계산은 가능하다.
한 전 위원장에 대한 지지 양상이 다른 후보들과 비교해 차별성이 딱히 드러나지 않고 있는 것을 놓고도 정치권에서 "'언더독(약자)'의 반란을 꿈꿔 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요인이다. 한 전 위원장 역시 여타 후보처럼 당의 핵심 지지층이 모여있는 영남권과 60대 이상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수도권과 청년층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난 총선 국면에서 한 전 위원장은 외연 확장성에 기대를 모으며 영입됐지만 결과적으로 '중수청'에 소구력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는데, 이 같은 측면에서 여전히 한계를 보이고 있다.
이번 조사는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100% RDD 방식)로 진행됐다. 표본 수는 2006명(총 통화시도 7만 9421명, 응답률 2.5%),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와 조원씨앤아이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기현 모델' 또 성공할까…영남권 尹心 경쟁
이처럼 한 전 위원장의 지지층이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당의 주류 세력과 겹친 상태에서 채 상병 특검법에 사실상 찬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어대한' 흐름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는 것에 일부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조원씨앤아이 여론조사에서 한 전 위원장에 대한 당대표 적합도는 대구 34.8%, 경북 36.5%로, 40%대를 기록한 부산·울산보다 낮아진 상황이다.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TK에서는 아직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공고한 만큼 한 전 위원장이 '채상병 특검법' 실수를 만회하지 못한다면 일방적인 흐름이 깨질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고 말했다.
일례로 직전 전당대회가 꼽힌다. 당초 안철수 의원이 김기현 의원을 오차범위 밖에서 누르는 모습을 보였다가 투표일이 가까워질수록 격차가 좁혀졌고, 김 의원이 결선 없이 승리를 확정 짓는 흐름이 만들어진 바 있다. '윤심(尹心)'을 업고 친윤계의 전폭적인 지지 덕분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이번 전당대회에서도 친윤계 조직표가 막판에 위력을 어느 정도 발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는 것역시 이 같은 경험칙 때문이다.
이 가운데 소위 친윤·비윤·반윤으로 나뉘었던 당권주자들 간 입장도 조금씩 '친윤 대 절윤'으로 바뀌면서 선명성 경쟁 양상이 짙어지고 있다. '절윤'은 윤 대통령과 단절했다는 뜻에서 나온 신조어다.
나 의원은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모두 넓은 의미에서 친윤"이라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였다. 당초 "저는 계파도 없고, 앙금도 없다. 줄 세우는 정치, 줄 서는 정치,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던 발언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수도권 쇄신파로 분류되는 윤 의원도 지난 25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한 전 위원장이) 대통령 입장을 공개적으로 처박은 것"이라며 비판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무엇보다 총선 직후에 분출됐던 "'영남 자민련'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목소리가 무색할 정도로 당권주자들이 잇따라 영남권을 찾고 있다. 영남권 당원들의 경우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세가 여전히 공고하다. 더욱이 이번 전당대회는 '당원 80%+일반 여론조사 20%'로 치러지는 데다 전체 당원의 약 40%가 영남권에 분포하고 있는 만큼, 영남권 구애는 더욱 노골화될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장관은 같은날 대구를 찾아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났고, 나 의원은 박완수 경남도지사와 박형준 부산시장을 만났다. 지난 21일과 22일 홍 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를 만난 뒤 경북 상주·문경, 경산, 구미 당협을 찾은 바 있다.
한 전 위원장도 오는 27~29일 2박3일 일정으로 영남권을 누빈다. 한 전 위원장은 홍준표 대구시장에게 두 번이나 회동을 제안했지만 홍 시장이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우 경북도지사와의 회동도 추진했지만 불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