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의 혁신 메시지가 보이지 않고 있다. 신임 장인화 회장 체제로 들어선지 100일이 다 됐지만, 이렇다 할 사업상 청사진은 눈에 띄지 않는다. 비상경영을 선포한 장 회장의 행보는 분주한 반면 회사는 내부 홍보에 치우치며 엇박자를 보이는 모양새다.
일부 사업상 성과를 대외에 알리기도 하지만, 실상 뜯어보면 과거 내용을 '재탕'하는 경우마저 더러 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 국내 철강산업의 불황 속에 포스코그룹이 위기의식을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임 장인화 회장의 100일간 행보는 두가지로 요약된다. 하나는 경영진의 책임을 끌어올리는 '조직 쇄신'이고, 또 하나는 임직원과의 소통을 강화하는 '100일 현장 동행'이다. 조직 쇄신 차원에서 임원들의 주식보상제도와 주 4일 근무를 폐지했고, 현장 동행은 취임 이후 지금까지도 사업장 곳곳을 찾아 임직원과 만나는 등 몸소 실천하고 있다.
다만 장 회장의 이같은 행보에도 포스코그룹의 청사진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지난달 23일 회사가 장 회장의 '100일 현장 동행'을 홍보했지만, 내용에는 '이차전지소재 풀밸류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기존의 구상만 담겼을 뿐 새로운 계획은 볼 수 없었다. 홍보자료의 대부분은 '현장을 점검하고 다양한 의견을 경청했다' 정도의 수준이었다.
'조직 쇄신' 부분도 회사가 아닌 언론보도로 알려진 내용이 대다수다. 장 회장 본인은 취임 직후부터 허리띠를 졸라매며 비상경영 체제에 속도를 올리고 있지만, 정작 회사가 수장과 발 맞추거나 먼저 쇄신을 고민한 흔적은 찾아보기 힘들다. 업계 안팎에서 포스코그룹의 대외 홍보를 보면 위기의식은 느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전반적인 이유다.
비상경영이나 쇄신에 대한 언급 없이 '내부 자랑식' 홍보도 이같은 반응을 부추긴다. 인플루언서가 포스코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테크 설계를 강연했다거나 점심시간을 활용해 버스킹 공연을 관람했다는 등 내용이 그렇다. 당시 포스코는 "앞으로도 유명 인사들을 초청해 강연과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다채로운 볼거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복지도 중요하지만, 철강산업이 불황인 요즘 같은 때에 혁신의 메시지 없이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자랑하는 건 포스코그룹이 업계에서 갖는 위치를 고려할 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위기의식을 체감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일부 대외에 알린 사업상 성과는 심지어 그 내용이 재탕에 가까운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31일 중국 CNGR과 니켈·전구체 공장을 착공했다는 내용부터 △포스코퓨처엠, 혼다와 양극재 합작사 설립 추진 △'자재 조달체계의 혁신'…포스코 광양제철소, 풀필먼트센터 준공 △포스코인터내셔널, 자회사 세넥스에너지 통해 호주 천연가스 증산계획 박차 등 홍보자료는 이미 전임 최정우 회장 체제 때부터 진행해온 사업으로, 새롭게 발굴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한편 장 회장은 '100일 현장 동행'을 마치는 오는 28일을 기점으로 포스코그룹의 쇄신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달 1일에는 포항 본사에서 임직원을 대상으로 타운홀미팅도 갖는다. 앞서 장 회장은 사내 인터뷰에서 "애플·마이크로소프트처럼 굳건한 위치를 차지하는 세계 초일류 기업을 만들겠다"며 "유연하고 수평적인 조직문화 강화·조직체계 슬림화·출신 배경과 관계없는 능력주의 인사 등을 단행하겠다"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