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벌어진 밀양 성폭행 사건으로 국민적 분노가 들끓자 결국 경남 밀양시가 직접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가해자에 대한 '사적 제재' 논란 와중에 피해자를 2차 가해한 경찰관은 아직 현직 간부로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직 형사 출신 유튜버 B씨는 최근 영상에서 "당시 (사건 담당 경찰관 중) 단 한 명만 정직 1개월이라는 경징계를 먹었다"며 "나이대를 보니 아직 20년이 지났지만 현직에 있지 않을까 (싶어) 사는 지역이 밀양이라고 해서 밀양 전역 일대를 돌아다니며 알아봤는데 아직 현직에 있으며 간부라는 것"을 알아냈다고 주장했다.
언급된 2차 가해 경찰관은 당시 울산 남부경찰서 소속이었던 김모 경장이다. 사건 당시 39세였던 그는 조사 받으러 온 피해자들에게 "내가 고향이 밀양인데, (너희들이) 밀양 물 다 흐려놨다"고 폭언한 것으로 드러났다.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은 2004년 12월 밀양 지역 남고생 44명이 울산 중학생 1명을 1년간 지속해 성폭행한 사건이다. 직·간접 가담자까지 포함하면 가해자가 100명이 넘는다고 알려져 있다.
집단 성폭력 자체도 문제였지만, 경찰 수사와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국민적 분노가 뒤늦게 폭발했다. 당시 사건을 수사한 울산지검은 가해자 중 10명을 기소했고, 20명은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이들 가운데 단 한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사건 당시 피해자 변론을 맡았던 변호사에 따르면 피해자의 요청에도 여성이 아닌 남성 경찰관이 대면 조사했고, 조사 과정에서 경찰관들이 "네가 밀양 물 다 흐려놨다", "네가 먼저 꼬리친 것 아니냐" 등 2차 가해 발언을 했다. 이로 인해 일부 다른 피해자들은 신분노출 등에 대한 우려 때문에 추가 신고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CBS노컷뉴스는 26일 해당 경찰관의 근무 여부와 관련해 울산경찰청에 문의했으나 "확인해 줄 수 없다"는 답변만 들었다.
한편 일부 유튜버들의 폭로와 가해자 색출 등 '사적 제재' 논란으로 밀양 집단 성폭행 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지자체가 직접 사과에 나섰다.
안병구 밀양시장은 전날 밀양시청 대강당에서 대표로 사과문을 낭독하고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올바르게 이끌어야 되는 어른들의 잘못도 크고, 그동안 제대로 된 반성과 사과를 하지 못한 지역사회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밝혔다.
다만 "피해자 회복을 위한 자발적 성금 모금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사회와 손잡고 안전하고 건강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원론적인 대책만을 밝혀 일각에서는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