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발생한 '훈련병 얼차려 사망사건'을 두고 "얼차려를 시킨 중대장과 부중대장을 형사처벌 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 하나회 출신 한 예비역 장군을 향해 시민단체가 "유가족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26일 성명을 통해 "성우회 홈페이지에 문영일의 글이 장시간 방치돼 있었음에도 이에 대해 어떠한 제재·통제도 가하지 않았다는 점으로 볼 때 성우회 지도부가 문영일의 주장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지 않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퇴역 장성 모임인 성우회 홈페이지에는 '중대장을 구속하지 말라! 구속하면 군대훈련 없어지고 국군은 패망한다'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단체 속에서 희생되기도 한다는 각오로 훈련해야 하고 훈련돼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운명이라 생각하시라'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글쓴이는 예비역 육군 중장인 문영일씨다. 문씨는 육군사관학교 14기로 전두환씨를 필두로 군사반란을 일으켰던 육군 내 사조직 하나회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훈련병 유가족은 군인권센터를 통해 "장군씩이나 지냈다는 사람이 국민을 위한 희생과 가혹행위로 인한 사망도 구분을 못 하는 걸 보니 사람 생명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군의 악습이 아주 뿌리가 깊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입장을 전했다.
아울러 "문영일 중장의 입장이 대한민국 군을 이끌어 온 사람들이 모여 있는 성우회의 공식 입장인지 궁금하다"고 했다.
군인권센터는 "임충빈 성우회 회장(전 육군참모총장, 육사 29기)은 육사 선배이자 성우회원인 문영일의 주장이 성우회의 공식 입장인지 밝히라는 훈련병 유가족의 요구에 당장 응답하고 박 훈련병과 유가족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공식 입장이 아니라면 문영일을 즉시 성우회에서 제명해 진정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A훈련병은 지난달 23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 제12보병사단 신병교육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다가 쓰러져 후송됐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완전군장을 하고 구보나 팔굽혀펴기를 시키면 육군 병영생활규정 위반이다.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사망진단서를 보면 A훈련병은 다발성장기부전을 동반한 패혈성 쇼크로 사망했고 그 원인은 열사병이었다.
훈련병 사망사건과 관련해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를 실시한 혐의를 받는 중대장(대위)과 부중대장(중위)은 지난 21일 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