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24일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남겨둔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이고, 국회에 복귀하기로 했다.
22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지난 1일부터 본회의 등 모든 일정을 보이콧해왔는데, 야권 주도의 상임위 활동이 본격화되며 더 이상 버틸 여력을 상실한 것이다.
추경호 "민주당 폭주 막기 위해 국회 등원…7개 상임위 맡겠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24일 비공개 의원총회를 마친 뒤 "민주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국회 등원을 결심했다"며 "원(院) 구성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의석 수 비율에 따른 7개 상임위를 맡아 민생 입법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이에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여당 몫으로 둔 외교통일·국방·기획재정·정무·여성가족·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정보위 등 7개 상임위원장 자리를 가져가게 됐다. 해당 상임위원장과 여당 몫 국회부의장은 이번 주 본회의에서 선출될 예정이다.
원 구성 협상 결렬과 민주당 주도 11개 상임위원장을 단독 임명 등에 반발해 국회 일정을 보이콧한 지 25일 만에 백기를 든 셈이다.
앞서 여야는 지난달 21일부터 22대 국회 원 구성을 두고 협상을 벌여왔다. 21대 총선에서 171석의 압승을 거둔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중에서 법제사법위원회, 운영위원회를 포함한 11개 상임위 위원장을 맡고 여당이 나머지 7개를 가져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이에 소수 여당인 국민의힘은 법사위원장은 원내 제2당이, 운영위원장은 여당이 맡아왔다는 관례를 거론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민주당은 무시했다. 이에 국민의힘이 22대 첫 본회의부터 국회 일정을 전면 보이콧했고,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 장기화됐다.
이후 국민의힘 내에서는 법사위·운영위 없는 원 구성은 의미가 없다는 강경론과 최소한의 여당 역할을 해야 한다는 '현실론'이 맞섰지만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7개 상임위원장 수용 여부에 대한 격론이 오갔지만, 결국 '현실론'이 더 큰 지지를 받았다. 민주당의 18개 상임위 독식이 현실화되는 상황 속 제멋대로 권력을 행사하는 상황을 손 놓고 구경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법사위에서 민주당은 '채 해병 특검법 입법청문회'라는 명목으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사단장 등을 12시간가량 쏘아붙였는데, 국민의힘 내에서는 국회 보이콧을 이어간다면 모든 상임위에서 이러한 장면이 반복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컸다고 한다.
국민의힘의 한 초선의원은 "어떻게 민주당이 시키는 대로 7개 상임위를 받느냐는 강경한 입장이 상당했지만, 결국에는 소수 여당이더라도 정상적인 국회 활동을 하면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컸다"고 전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국가의 안보, 미래의 먹거리, 나라의 재정을 책임지는 상임위 역시 민주당의 손아귀에서 그들 입맛대로 주물러진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께 돌아갈 것"이라거나 "거대 야당이 이재명 '방탄'과 이재명 충성 경쟁에 몰두할 때 우리 국민의힘은 국민의 일, 국민을 위한 일을 하겠다"며 여당 역할이 필요하다고 힘을 실었다.
소득 없이 야당안 수용…秋, 사의 표명했지만 의원들이 거부
다만, 국민의힘의의 국회 복귀 결론 이후, 추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한 달 가량 이어진 원 구성 협상에서 여당 몫을 일절 챙기지 못한 채 민주당의 요구를 수용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지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다수를 차지하며 즉각 거취가 결정되지는 않았다.
원내 관계자는 "민주당 제안을 수용하기만 하고 사의 표명이 없었다면 분란이 더 컸을 것"이라며 "추 원내대표가 책임을 질 때는 져야 한다는 차원에서 결단을 내린 것인데, 의원들의 총의가 있어야 사퇴가 가능하기에 일단은 의견 수렴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날 오후 3선 의원들의 간담회에서도 추 원내대표의 거취와 관련된 논의가 있었는데, 의원들은 사의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추 원내대표를 재신임하기로 뜻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