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량이 많으면 2층에도 많은 인원이 투입되는데, 오늘은 유독 2층 사람들이 많았어요."
24일 경기 화성시 리튬전지 공장 밖에서 만난 근무자 A씨는 요란하게 울리는 비상벨 소리를 듣고 급히 공장을 빠져나왔다. 사고 당시 A씨가 근무했던 공장 1층에는 걷기 힘들 정도로 가스가 가득 차 있었다.
A씨는 "비상벨 소리를 듣자마자 사고가 났다고 생각했다"며 "실제로 계속 폭발음이 들렸다"라고 설명했다.
A씨는 급히 1층에 있는 동료들을 모두 대피시키고 본인 역시 몸을 피했다. 하지만 공장 2층에 있던 작업자들 대부분은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지거나 실종된 상태다.
2층은 이번 화재 사고의 시작점으로 지목되는 곳이다. 이곳은 리튬 전지를 검수하고 포장하는 작업장으로, 소방당국은 "2층 작업장 배터리에서 불꽃이 튀었다"는 목격자 진술 등을 토대로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그런데 A씨는 이날 2층에서 근무한 작업자들이 평소보다 많았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납품량에 따라 2층에 투입되는 인원도 늘어나는데, 오늘따라 유독 인원이 많았다는 것이다.
A씨는 "건물 2층에는 배터리를 포장해서 나가는 공정이 몰려 있다"며 "납품 일정이나 규모에 따라 투입되는 인원 변동이 많은데 오늘은 평상시보다 훨씬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날 1층에는 15명이, 2층에서는 3배에 달하는 52명이 작업을 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배터리 3만 5천여개가 전소했고, 상당수가 빠져나오지 못하고 변을 당했다.
소방과 경찰 역시 2층 화재를 정밀하게 살펴볼 방침이다. A씨의 말대로 평소보다 많은 물량을 소화하다가 사고가 발생했을 가능성도 열어 놓고 수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A씨는 "아직 연락이 안 되는 동료들을 간절히 찾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며 무사히 돌아오기를 기원했다.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화성시 서신면 전곡리 소재 리튬전지 제조 공장에서 불이 났다. 이곳은 건물 11개동에 연면적 5530㎡ 규모다. 불은 이 중 3동에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현재까지 22명이 숨지고 2명이 중상, 6명이 경상을 입었다. 국적별로는 중국국적이 18명으로 가장 많고, 한국인 2명, 라오스 1명, 국적이 확인되지 않는 1명 등이다. 소방당국은 또 연락이 닿지 않는 직원 1명에 대해서도 생존 여부를 확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