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대표직 사퇴를 선언했다.
당초 당 대표 연임 도전 자체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 불거진 안보·민생 상황과 자신에 대한 이른바 '사법리스크'에 대한 부담으로 인해 재출마를 결심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후 별도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당이나 전체의 입장보다 제 개인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여러분이 모두가 생각하시는 것처럼, 지금 상태로 임기를 그대로 마치는 것이 가장 유리할 것"이라면서도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임 이야기를 할 때는 저도 사실 웃어넘겼는데, 상황이 결국은 웃어넘길 수 없는 상황으로 전개됐던 측면들이 있는 것 같다"고 사퇴의 배경을 설명했다.
당내에선 이 대표가 현안 과제 해결을 위해 최대한 대표직을 길게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과, 빨리 연임 여부를 결정해 전당대회를 준비하고 필요한 사항들을 정리해야 한다는 주장이 모두 제기됐는데, 이날 사퇴로 인해 후자에 무게가 실리게 됐다.
이 대표가 6월 안에 대표직에서 물러남으로써 민주당 전당대회 분위기가 한층 본격화될 전망이다.
민주당 강선우 의원은 이날 당내에서 가장 먼저 최고위원 경선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만 그간 당내 기류가 이 대표 1극 체제로 흘러온 탓에 '어대명'(어차피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표현이 나오는 등 전당대회를 향한 낮은 관심은 극복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전날인 23일 하루에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대선주자급 인사 3명이 당 대표 출사표를 던진 국민의힘과 비교하면 흥행 요소가 부족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지난 문재인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이인영 의원 등이 이 대표의 대항마로 거론되고 있지만, 경선 분위기를 띄우기에는 무게감 측면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을 능가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고위원 경선 또한 '이 대표와 함께 하겠다', '이 대표를 지키겠다' 등 친명일색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강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 "완전히 개혁하고, 제대로 혁신하고, 진짜로 실천하는 이재명의 민주당으로 지방선거 압승부터 정권교체까지 해내겠다" 등 출마선언문 상당 부분을 이 대표와 관련한 내용으로 채웠다.
이 대표가 연임에 성공할 경우에도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우선 사법리스크가 꼽힌다. 이 대표는 지난 12일 쌍방울그룹 불법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제3자 뇌물 등의 혐의로 기소가 되면서, 동시에 4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의 조작 수사가 도를 넘어섰다며 대장동·백현동 개발 의혹 등 수사를 지휘한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을 추진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과도한 조치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1극 체제 강화로 인해 발생하고 있는 확장성 약화도 넘어야 할 고개다.
최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강민구 최고위원이 이 대표를 "민주당의 아버지"라고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고위원 후보군 또한 메시지의 초점을 일제히 '누가 이 대표와 함께 할 적임자인가'에 맞추고 있다.
이 같은 당내 분위기에 이 대표도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의 비서실장이던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CBS '지지율 대책회의'에 출연해 이 대표가 "'제발 그러지 말라고 좀 말려달라' 이렇게 따로 이야기를 하셨다"고 전했다.
대선 1년 전 당권·대권 분리 규정에 예외를 두는 당헌 개정안이 지난 17일 최종 의결된 것도 이 대표를 위한 것이라는 비판을 면하지 못하고 있다.
이 대표 본인 또한 평소에는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의 어려움을 거론하며 민생회복 지원금을 주장하거나, 주4일제, 단통법 폐지 등 민생이나 경제 관련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다가도, 사법리스크 등이 부각되면 메시지의 방향이 검찰 '조작수사론'이나 언론 '애완견' 등으로 급선회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리스크는 당의 리스크와도 같다고 할 정도로 지금은 당내의 이목은 물론 다른 인사들의 움직임까지 이 대표를 향해 있다"며 "이 대표가 연임 후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대권 행보 등 향후의 모습도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