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보건복지부가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무통주사·페인버스터 병용 금지' 지침을 두고 아직도 확실한 결정이 나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이, 산모들에겐 공포가 커지고 있다.
24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최근 2주 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페인버스터와 관련한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7월 출산 예정이라고 밝힌 한 산모는 "(병원에서)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한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지침 바꿔 발표 나온다고 들었는데 아직도 소식이 없냐"고 착잡한 심정을 전했다.
모두가 정확한 지침을 몰라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한 누리꾼은 "어떻게 맨날 부처 정책을 확인하고 있냐"며 "일단 일 진행하고 국민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행태가 너무 졸렬하기 그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페인버스터(painbuster)의 정식 명칭은 '지속적 국소마취제 투여법'으로, 상처 부위에 초소형 관을 삽입해 국소적으로 마취제를 투입하는 약물과 기술을 통칭한다. 그동안 본인부담률 80%의 선별급여 항목으로 적용돼, 제왕절개 하는 산모들이 수술 후 무통 주사와 함께 사용해왔다.
문제는 최근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이 평가보고서를 통해 '무통주사를 단독으로 사용하는 경우와 페인버스터를 함께 사용하는 것에 통증 조절 정도 차이가 없고 독성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불거졌다.
복지부는 지난달 무통주사를 맞을 수 없는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함께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 일부 개정안을 행정 예고했다.
이후 산모들과 의료계에서 우려가 쏟아지자 복지부는 입장을 선회했다. 지난 11일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 2종 다 맞을 수 있도록 하되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며 "선택권을 존중해달라는 산모와 의사 의견 등을 종합해 개정안을 확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7월 1일로 시행일을 못박았지만 불과 일주일 여 앞둔 이날까지도 확정안이 나오지 않아 현장에선 혼란이 일고 있다.
수도권의 한 대형분만전문병원은 이날 '제왕절개 시 페인버스터와 무통 주사 병용이 가능하냐'는 취재진 질의에 "불가능하다"며 "(복지부) 공지가 아직 정확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둘 다 사용은 어렵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본인부담률 100%로 상향 안이 확정됐다는 보도도 나왔지만, 복지부는 "아직 내부 검토 중"이란 입장을 밝혔다.
복지부는 다만 페인버스터의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입장은 유지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애초 선별급여로 등재될 당시에도 평가 주기 3년으로 굉장히 짧게 받은 항목"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산모 분들의 의견을 검토하고 있고 효과가 있다는 내용을 많이 언급하고 계신 건 잘 알고 있지만, 실제로 수십여개의 문헌을 검토한 결과 (효과가 분명하지 않다는) 결론들이 본문에 있는 것은 균형 있게 봐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정치권에서도 해당 정책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전은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최고위원회에서 "산모 두 명 중 한 명이 제왕절개를 받고 있는데, 갑작스러운 행정예고는 초저출생 시대에 어렵게 출산 결정을 하고, 출산이 임박한 산모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22일 SNS에 "동해 시추 비용으로 5천억원을 쓰겠다면서 분만 시 무통주사는 환자 부담으로 바뀌었다"면서 "윤석열 정권이 천공의 교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악례다"고 적으며 역술인 천공의 강연 모습을 캡처해 공유했다.
지난 2018년 천공은 한 공연에서 "인간에게는 깨우치라고 아픔이 오는 것이니 고통 없이 (출산하면) 배울 걸 못 배운다"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