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향하는 이슬람 성지순례(하지) 기간 극심한 무더위로 1000명 이상이 숨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약 200만명이 폭염 속에 하지에 나선 가운데 사망자 대부분은 이집트인이다. 로이터는 보안과 의료 소식통을 인용해 "이집트인 사망자가 672명이고 24명이 실종됐다"고 전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236명의 인도네시아인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인도 정부는 98명이 하지 기간 숨졌다고 발표했다.
튀니지와 요르단, 이란, 세네갈 등에서도 사망자가 발생해 올해 최소 1114명이 숨졌다고 로이터는 집계했다. 사우디 보건부의 공식 집계상 사망자는 1301명으로 지난해 사망자 200여명보다 6배 이상 많다.
이번 사태의 조사를 담당한 한 이집트 위기관리국 직원은 사망 사건에 책임있는 16개 관광업체의 면허를 정지하고 검찰에 넘겼다고 밝혔다. 또 사망자 대부분은 사우디 당국의 순례 허가를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는 지난 17일 메카 대사원 마스지드 알하람의 기온이 51.8도까지 오르는 등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는 매년 이슬람력 12월 7~12일 치러지는 종교의식이다. 무슬림이 반드시 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이지만, 사우디는 국가별 할당제로 참가 인원을 제한한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사태로 취약 계층이 기후 재앙의 위협에 가장 노출됐다는 점이 확인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WP에 따르면, 하지 참가 공식 허가를 받기 위한 비용이 상당해 관광비자로 사우디에 입국한 뒤 무허가로 순례를 시도하는 인원이 늘고 있다.
특히 저소득 국가에서 온 순례자는 사기를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부분 나이가 많고, 노후를 대비해 모은 돈으로 순례에 나섰다가 변을 당한다. 목격자들은 사우디가 아픈 일부 순례객에 도움을 주지 않고, 미등록 순례자들도 당국에 적발되는 것을 두려워해 스스로 의료 서비스 요청을 거부한다고 전했다.
미국기상학회(AMS)는 사우디가 지난 40여년 동안 북반구의 다른 곳보다 50% 더 온난화됐고, 이 추세가 이어지면 에어컨 없이 생존이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