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아닌 행정직원이 특수건강진단 결과를 판정하고도 거짓 서류를 작성하는 등 현행법을 위반한 서울 강남의 대형 건강검진센터에 대해 '진단기관 지정취소'가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고은설 부장판사)는 최근 A씨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강남지청을 상대로 낸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A씨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B의원을 운영해왔고, 해당 의원은 지난 2019년 특수건강진단기관으로 지정됐다. 특수건강진단은 유해물질에 노출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건강진단으로, 결과가 왜곡되거나 부실한 검진이 진행될 경우 근로자의 건강과 생명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큰 진단이다.
그럼에도 B의원은 2022년 10월 한 사업체 소속 근로자에 대해 실시한 특수건강진단 결과에 대한 판정업무를 의사가 아닌 행정담당 직원이 했음에도, 마치 의사가 한 것처럼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했다.
뿐만 아니라 B의원은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 천안, 강릉, 가평 등에 있는 아파트 신축공사 근로자들에 대한 특수건강진단 검진 일자를 허위로 작성하고, 흉부방사선 촬영검사에 대해 업무정지 처분을 받고도 해당 검사를 실시했다. 또 연간 특수건강진단 실시인원 지정한계는 2만 명이었지만 이를 초과해 3만8284명에 대한 검진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에 노동청은 2023년 6월 13일 B의원에 대해 특수건강진단기관 지정취소 처분을 내렸다.
A씨 측은 "노동청이 재량권을 일탈, 남용했다"며 "지정취소 처분으로 B의원은 존폐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주장하며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재판부는 "의사가 검진 결과에 대해 판정을 한 사실이 없음은 분명"하다며 "행정을 담당하는 직원이 의사 D의 전자서명을 이용해 '판정'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판시했다.
또한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 검진 일자를 허위를 작성한 것에 대해서도 "B의원은 국고지원을 받기 위해 검진 일자를 임의로 변경했다고 할 것"이라며 "B의원 직원의 과실로 검진 일자를 변경하지 않은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흉부방사선 촬영 검진의 업무가 정지됐음에도, 위 검진 업무가 포함된 특수건강진단 업무를 실시한 사실이 합리적으로 수긍할 수 있는 정도로 증명됐다"고 봤다.
그러면서 "의료기관의 (특수건강진단) 허위, 불실 판정시 근로자가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유사한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할 공익상의 필요는 매우 크다"며 "A씨가 주장하는 사정을 충분히 감안해 보더라도, 이 사건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재량권의 범위를 벗어나거나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