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더미에 결혼도 포기"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외침

"신촌 대학가 일대서 한 임대인에게 집단 피해"
대출 미이용자는 지원 못 받아…특별법 실효성에 의문
"집주인 천사라며 계약 권유" 공인중개사 처벌 주장

민달팽이유니온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를 출범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주보배 기자

서울 서대문구 신촌 대학가 일대에서 100억 원대 전세사기를 당했다는 청년 피해자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려 "늪에 빠진 청년들을 외면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민달팽이유니온과 피해자들은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신촌역 인근에서 '신촌·구로·병점 100억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위원회(대책위)'를 출범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저렴한 집을 찾아다니는 청년 세입자 대상으로 전세사기가 확대되고 있다"며 이같이 요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서울 신촌과 구로, 경기 병점동에 거주하는 세입자 94명은 임대인 최모씨 일가로부터 전세사기 피해를 당했다. 총 피해액은 100억 원대 규모며 피해자들의 평균 연령은 31세(93년생)였다.

청년 피해자들은 전세 사기로 인해 미래를 포기한 채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피해자 A씨는 "94명의 청년 피해자들은 사회생활 시작하기도 전에 하루아침에 1억이 넘는 빚이 생겼다"며 "집 문제로 인해 유학 포기, 결혼 포기, 이직 포기 등 소중한 기회를 잃어가며 고통받고 있다"고 말하며 흐느꼈다.
 
대책위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전세사기특별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비판했다.
 
대책위는 "소득이 없거나 불안정한 청년들이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대출을 이용하지 않되 좁은 평수와 열악한 주거 여건을 감내하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며 "대출 미이용자는 피해자에 해당하더라도 사실상 이용 가능한 정책이 없어 (이들 사이에서) 전세사기 피해자 결정문은 '슬픈 훈장'에 불과하다는 자조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전세사기 피해자를 위한 저금리 대환대출을 사실상 이용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는 대환대출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자가 기존 전셋집에 계속 거주하는 경우, 낮은 금리의 기금 대출로 갈아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민달팽이유니온 지수 위원장은 "(대환) 대출을 이용하기 위해 시중은행에 방문했지만, 세입자들은 대환대출 신청을 거절당해 소위 '뺑뺑이' 경험을 한다"며 "어떤 은행에서는 이미 신청자가 너무 많아서 접수가 어렵다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고 전했다.
 
대책위는 중개대상물에 대해 제대로 안내하지 않은 공인중개사도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B씨는 "중개인은 집주인이 바보같이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며 신뢰를 주고 (집의) 시세가 60억 가까이 되기 때문에 잘못돼도 (경매를 통해) 보증금 전액을 문제없이 반환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발언했다.
 
대책위는 "중개 과정에서 세입자는 공인중개사에게 중개대상물에 대해 확인받고 설명을 들을 권리가 있고 이를 위반하면 공인중개사는 법적으로 규제될 수 있다"며 "그러나 대학가에서는 임대인과 공인중개사 간 유착 관계로 불투명하고 부정확하고 심지어 허위 사실까지 뒤섞인 '불건전한 주택임대차계약' 상황에 놓인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공인중개사 역시 처벌 대상이 돼야 한다"며 "또한 공인중개사와 임대인에 대한 지자체의 관리감독 범위와 권한이 확대되고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책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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