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유력 당권주자들이 7.23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며 4파전 구도가 펼쳐지게 됐다.
4.10 총선 참패 이후 첫 전당대회인 만큼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 나경원·윤상현 의원,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등 주요 후보들 모두 올바른 당정관계의 방향과 당 체질 개선 등에 대한 자신의 복안을 제시할 방침이다.
다만, 총선 참패의 핵심 이유로 윤석열 정권의 실정이 꼽히는 상황이지만, 윤 대통령과 직접적인 대립각을 내세우는 후보는 한 명도 없다. 가장 강한 '반윤' 성향인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무의미한 도전"이라며 불출마를 택했다.
오히려, 윤 대통령의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아있고, 당대표 선출에 당원투표가 80%나 반영되는 점을 고려해, 주요 당권 주자들은 '윤심(尹心)'을 표방하거나 최소한 거스르지 않으려는 양상이다. 총선에서 외면받은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층)' 여론과의 괴리는 더 심화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1시 나경원, 2시 한동훈, 3시 원희룡 출마…비윤 후보는 없어
7.23 전당대회를 딱 한 달 남긴 23일에는 나경원, 한동훈, 원희룡의 릴레이 출마 선언이 펼쳐진다. 이들 모두 국회에서 각 언론사 취재진이 상주하고 있는 소통관을 출마 장소로 정하고, 오후 1시부터 1시간 간격으로 출마를 선언한다.
나 의원과 한 전 비대위원장, 원 전 장관 모두 기자들에게 당내 핵심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소상히 밝힐 예정이다. 앞서 지난 21일 출마를 선언한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을 돕고 당의 혁신을 위해 모두 쏟아 붓겠다"며 "당 중앙을 폭파하겠다는 절절한 심정으로 우리는 분노하고 혁신해야 한다"고 각오를 밝힌 바 있다.
그런데 이들 후보 중 비윤 내지는 반윤 스탠스를 내세우는 후보는 한 명도 없다. 지난 전당대회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외면을 받으면 당권을 획득할 수 없다는 공통된 인식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미 대표적 반윤 인사인 유승민 전 의원은 "무의미한 도전이라고 결론 내렸다"며 출마를 포기했다.
총선 전후로 대통령과의 관계가 악화되며 사실상 비윤 주자로 분류됐던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도 지난 19일 윤 대통령과 통화하며 출마 결심을 전했다는 점을 주요 후보군 중 가장 먼저 공개하는 적극성을 표출했다.
그러자 나머지 후보들도 윤 대통령과 통화 등으로 출마의 변을 신고했다는 점을 암암리에 공개하고 있다. 이 중 원 전 장관의 경우, 직접 윤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파악됐다.
총선 참패로 더 심화된 '윤심' 눈치…"눈 밖에는 안 나야"
당내에서는 총선 참패에 용산의 실책이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지만, 역설적으로 참패 때문에 '윤심'에 대한 집착이 심해졌다고 보는 분위기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국민들 눈치도 봐야하니 지난 전당대회만큼 노골적으로 후보들이 윤심을 운운하며 홍보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윤 대통령의 눈 밖에 났다는 인식이 퍼지는 것은 다른 차원"이라고 말했다.
당대표 선출 규칙이 당원투표 100%에서 당원투표 80%·일반국민 여론조사 20%로 변경되며 민심을 반영하게 됐지만, 그럼에도 당원투표 비중이 압도적이다. 동시에 총선 참패로 당세의 영남권 편중이 심화됐는데, 이들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전당대회 참여율이 높기에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당원투표 80%·일반국민 여론조사 20%'라는 이번 전대 룰이 조직표의 위력을 담보한다는 점도 변수다.
국민의힘의 한 당직자는 "당협위원장이 특정 후보에 대한 판단을 내리면 당원들이 대부분 영향을 받는데, 이들이 전당대회에 적극 참여하는 경향이 크다"며 "비윤을 내세우면 여전히 건재한 친윤계 조직을 아예 끌어들일 수 없는데, 이러한 전략을 택할 후보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 내 한 원로 인사도 "조직표의 영향력을 줄이고, 민심에 가까워져야 하기에 일반국민 여론조사 비율을 더 높이고자 한 것인데, 당이 수용을 안 한 것"이라며 "결국, 민심을 받들기보다 애매한 스탠스를 유지하면서 조직표를 더 끌어 모으는 것이 더 중요한 선거가 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